"최근 수년동안 경제가 가장 급성장하고 있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라는 질문이 던져진다면, 여러분은 어느 나라라고 답하시겠습니까?
아마 첫번째가 중국, 다음이 인도나 러시아,동남아 국가등의 순이 아닐까요.
요즘엔 뜸하지만 지난 2-3년동안 'BRICs'라는 말이 많이 나왔습니다.
2천년대를 전후해 급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네 나라를 일컫는 말이었습니다.
네 나라 모두 거대한 인구에 넓은 영토, 풍부한 지하자원을 갖고있다는 점과 향후 시장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최근엔 이른바 '포스트 BRICs'라고 해서 이들 네나라 말고 차세대 신흥 국가들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저도 3차례 가봤습니다만, 갈때마다 그 발전상에 절로 감탄사가 나오더군요.
그런데 비약적인 경제 급성장 뒤엔 반드시 그 그늘이 있기 마련입니다.
여러가지 그늘 가운데 하나가 바로 '빈부격차'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중국만 해도 빈부격차 문제가 사회문제가 되다시피하고 있어, 향후 중국 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정리할 수 있느냐에 따라 중국 사회의 지속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니까요?
인도 역시 빈부격차가 날로 커지면서 사회문제가 되고있나 봅니다. (**참고로 저는 인도를 한번도 못가봤답니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이례적으로 부유층에 사치하지 말라는 경고장을 날렸을 정도랍니다.
싱 총리는 최근 열린 인도산업연맹 연례 회의 개막 연설에서 부유층이 씀씀이를 줄이지 않고,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더 노력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사회적 불안이 야기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인도산업연맹 회의 행사에는 인도에서 내로라하는 부호들과 재계 실력자들이 대거 참석했는데, 싱 총리는 마치 그들의 면전에서 들어라는 것처럼 일침을 놨다고 합니다.
싱 총리의 말을 좀더 옮겨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극도의 빈곤이 존재하는 나라에서는 소득 수준 격차의 원만한 조절이 필요하다. 부의 불평등이 조절되지 않으면 사회적 불안이 생기게 된다. 전자 매체들은 부유층과 유명인들의 생활을 방영하고 있는데, 천박한 과시욕구와 호화 결혼식 등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시성 낭비는 빈민층에게 모욕감을 주고 못 가진자들의 마음 속에 분노의 씨앗을 심는다."
싱총리의 발언이 나오면서 인도 부유층들은 부자들의 사치를 규제할 정부 대책이 나올까봐 바짝 신경을 쓰고있다고 합니다.
---
어떻습니까? 저는 이말을 보고 우리나라를 생각해봤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양극화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외환위기 이후 빈부 격차가 커지고 있습니다.
물론 인도나 중국 같은 나라 정도는 아니지만요.
정부는 입만열면 양극화를 해소한다고 말하지만, 사회 구조적으로 봤을때 양극화가 해소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2-30억하는 고급 아파트, 서울시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외제차. 수백만원, 수천만원 나가는 명품.
한달에 수백만원이상 들어간다는 부유층의 사교육비 등등.
서민들의 기를 팍팍 죽이는 것들이 널려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 60-80년대 개발시대의 경우에도 물론 빈부격차가 있었습니다만, 그때는 국가에서 부자들의 소비를 규제할 힘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규제를 했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특수 권력층을 제외하고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로얄살롱, 그랜저를 탈 수 밖에 없었던 시대입니다.
TV는 골드스타, 삼성, 양주는 '시바스 리갈'이 최고로 꼽히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돈만 있으면 누리고 싶은 사치를 맘껏 누릴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들이 돈을 쓰는데 대해서 쉽게 비난할 수 없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서는 상류층 부자들이 돈을 써야, 혜택이 아래 계층에까지 흘러간다고 말합니다. 부자들이 지갑을 닫으면 가장 피해를 볼 사람들은 가난한 서민들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저도 일부분 공감합니다.
하지만 인도 총리의 말처럼 부자들의 무분별한 사치 행위는 우리사회 못가진 사람들에게 체념을 넘어 분노를 심어줄 수 있습니다.
문제는 부자들의 사치에 대한 객관적 기준을 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고,
설사 그것을 정한다하더라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법이 아닌 한
국가가 법이라는 잣대로 이를 규제할 수 없다는데 있습니다.
가다보면 결국 개인의 윤리 문제로 귀결될 수 밖에 없습니다.
부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갈수 있도록 국가가 제도적 장치들을 여러가지 만들고 있습니다만,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부자들의 사치에 대한 문제는 그래서 어려운 문제입니다.
다시 인도로 돌아가볼까요.
현지 언론들은 현재의 빈부격차 현상이 계속 커질 경우, 오는 2009년으로 예정된 총선에서 집권당이 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때문에 싱총리가 정치적으로 립서비스를 했을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싱총리가 재무장관 시절인 지난 1991년 경제 개혁을 도입하고, 이후 줄곧 성장위주의 경제발전을 주장하며 재벌 친화적인 노선을 유지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싱총리가 부유층의 사치를 막기위한 어떤 조치를 취할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분석들이 더 많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조금 실망스런 부분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로 다시 돌아와보면 어떨까요?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