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정파의 복잡한 수읽기
장면 1.
어제(22일) 오후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입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출판기념회가 열렸습니다.
손학규, 김근태, 천정배, 한명숙, 문국현등 이른바 범여권의 차기주자로 거론되는 사람들은 거의 모였습니다.
이해찬, 유시민등 친노파쪽 주자들과 의원들은 대부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중도개혁통합신당 의원들간, 그리고 일반 지지자들과 의원들간 인사가 재미있었습니다.
"통합되면 다시 만납시다." 그리고는 서로 웃더군요.
주자들도 서로 웃고 있었습니다.
그 속에는 서로 "내가 주인공이 돼야 할텐데..."하는 마음들이 클 겁니다.
동상이몽이겠지요.
이 날의 주인공인 정동영 전 의장에 대한 덕담이 줄을 이었습니다만, 그들 역시 나름의 또 다른 행사들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겁니다.
한 의원이 말한 게 기억납니다.
"저 사람들 지지도 다 합치면 10%나 될란가 모르겠네..."
요즘 범여권의 통합이 지지부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듯 합니다.
대선이 있는 해에는 결국 차기 주자가 부각될 수 밖에 없는데, 지금 범여권에는 그런 사람이 없습니다.그게 바로 통합의 저해요소라는 거지요...
장면2.
지난 21일 민주당 장상 전 대표가 추진하는 통합과 창조 포럼 출범식날입니다.
통합을 놓고 역시 동상이몽중인 3당의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장상 전 대표를 사이에 두고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과 박상천 민주당 대표,김한길 중도개혁통합신당 대표가
앉았습니다.
당연히 다들 축사를 했는데요,통합에 관한 각자의 속내가 드러나는 내용이었습니다.
먼저 박상천 대표의 말입니다.
"어느 정당이든 통합의 상대를 결정할 권한이 있다. 민주당이 선택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런 이유로 공격하는 것은 정치도의에 어긋난다. 그럼 민주당은 다른 정당의 사주를 받고 통합 상대를 결정해야 하나? 그 것은 옳지 않다. 정세균 의장 와있어서 더 이상 나쁜 말은 하지 않겠다."
- 정동영, 천정배, 신기남, 친노파 등과는 통합을 할 수 없다는 박대표의 배제론을 연일 공격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을 의식한 연설입니다.
다음은 정세균 의장의 연설입니다.
"박상천 선배 말에 토를 다는 것은 적절치 않고. 저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경쟁아닌 협력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서로 협력해서 한나라당에 대적하라는 것이 민주진영의 바람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대통합을 지지하고 있다. 그래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을 배제한 채 추진되고 있는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의 합당 논의를 겨냥한 발언입니다. 니들이 하는 것은 소통합이고,제 3지대에 모두 다 모여서 새로운 정당을 만들자는 열린우리당의 구상은 대통합이라는 거지요.
그런데 대통합의 주요상대들이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갑갑함이 배어 있는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김한길 대표가 연단에 올랐습니다.
"임기 1년 이상 남은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고 여당을 떠나는 일이 두렵기도 했지만 사즉생의 각오로 실천했다. 노무현 프레임을 깨고 새 정치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대통합이 한꺼번에 실현되기 어려운 이상 가능한 세력끼리 통합하는 게 필요하다. 민주당과 통합신당 통합되면 대통합 촉진될 것이다."
-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중간쯤 되는 생각입니다.
박상천 대표의 배제론에는 열린우리당처럼 반대하되, 열린우리당의 대통합은 현실적으로 당장 실현성이 떨어지니 일단 민주당과 먼저 통합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렇게 3사람의 얘기를 들어보면 통합이라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이 될 겁니다.
그리고 통합하겠다는 민주당과 통합신당의 협상도 사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대의명분 뒤에 감춰진 각자의 실리가 다르기 때문이지요.
통합신당은 의석이 많으니 자기들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민주당은 전국조직과 역사성이 있으니 자기들 중심으로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장면 3.
어제 여의도의 한 한정식집입니다.
SBS 취재팀과 정대철 열린우리당 상임고문,민주당 이낙연의원이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정대철 고문은 나름대로 대선주자 연석회의등으로 뭔가 판을 만들어보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습니다. 아직도 영향력이 있다는 의원들도 있고,그 혼자 애쓰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하는 의원들도 있습니다.
정고문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소통합은 가능한 한 지연돼야 한다. 거기가 뭉쳐버리면 대통합이 어려워진다. 즉,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탈당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지. 그리로 갈 명분을 쉽게 찾기가 어렵다. 대안이라면 대선주자들을 한 데 모으는 건데, 내가 한 번 애써보려 한다." (일부에서는 정고문의 선친인 고 정일형 박사 기념관같은데서 대선주자들을 모으려고 한다는 얘기도 들리더군요..)
옆에서 듣고 있던 이낙연 의원이 거들었습니다.
"박상천 대표와 김한길 대표의 속내를 나름대로 정리해보면 이렇다. 박대표는 본인의 영향력 유지가 중요할 것이다. 대통합신당 보다는 후보단일화라는 논리를 내세우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결국 본인이 제어할 수 있는 적정 규모의 통합신당 정도를 만들어 본인이 대표를 계속하고, 후보 단일화를 하면 대선에서 승리하든 패배하든 본인이 내년 총선을 지휘할 수 있겠지... 김한길 대표같은 경우는 몹시 어려울 것이다. 소통합이라는 비판 때문에 민주당과의 합당도 고민이 될 것이고, 그렇다고 대통합을 같이 얘기하자니, 지난 2월 그 고생하면서 탈당한 것과 지금 가만히 열린우리당에 앉아 있는 사람들과 큰 차이가 없어지는 거고..."
- 째깍째깍 시간은 흘러가고 통합을 외치는 범여권 각 정파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물론 안그런 척 하고 있지요.
아,또 다른 축인 시민사회세력도 기성 정치권과의 연대에 적극적인 파와 독자신당 창당파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한 갈래의흐름으로 정리되기가 여의치 않은 모양입니다.
이러니 "결국 정치란 숨구멍까지 물에 차서 헐떡여야 비로소 뭔가 하게 된다."는 숨구멍론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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