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 트로트풍 싱글 음반 7년 만에 발표…'날 위한 이별' 가사 주인공 아직 잊지 못해
큰 입에서 시원스런 가창력을 뽑아내며 1980~90년대 큰 사랑을 받은 김혜림(39).
1989년 데뷔해 '디.디.디(D.D.D)'를 부르던 댄스 가수에서 출발, '날 위한 이별'을 부르며 발라드 가수로 변신했다가 이젠 세미 트로트풍의 성인 가요에 도전했다.
2000년까지 베스트음반으로 활동한 그는 7년 만에 전영록이 작곡한 '어쩌면 좋아'를 타이틀로 한 싱글 음반을 냈다. 그는 여전히 호탕한 웃음, 허스키한 목소리, 유쾌한 입담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는 어머니인 영화배우 겸 가수 나애심 씨가 "데뷔 이래 처음 가수로서 인정해주셨다"며 큰 입으로 활짝 웃었다. 다음은 김혜림과의 일문일답.
--1999년 하반기 발매한 베스트음반으로 2000년까지 활동했으니 독집 음반은 7년 만이다. 감회가 남다를 텐데.
▲처음에는 설레고 떨리는 마음이었는데 많은 분들이 따뜻하게 맞아줘 큰힘이 된다.
--장르를 바꾼 이유는,
▲김혜림이 변한 세월에 맞게 준비했다고 생각해달라. '386세대'는 지금 이 리듬에 흥겨워하면서 공감할 것이다. 세미 트로트라고 말했지만 트로트를 부르기엔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
--그간 음반 발표가 뜸했는데 어떻게 지냈나.
▲2000년까지 음반 활동을 했다. 또 이 시기부터 라디오 DJ를 2~3년간 했다. 방송인으로서 활동에 집중한 셈이다. 그래서 가수 활동에 소홀했다. 마침 음반 시장도 침체여서 김혜림의 그림을 어떻게 잡을까 고민했다. 1년 반 전부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성인 가요가 어떻겠느냐'고 '설문 조사'를 했다. 모두 '파이팅'을 외쳐줘 결심했다. '어쩌면 좋아'는 김혜림 스타일에 벗어나지 않도록 트로트풍에 라틴 리듬을 가미했다.
--1년간 건강 악화로 고생했다는데….
▲난 정신적으로 강한 캐릭터다.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 3년 전부터 이유 없이 살이 빠지고 아파 병원에 다녔다. 목디스크도 오고 척추측만도 겪었다. 사실 연예계 생활하며 슬럼프도, 우울증도 없었다. 어머니가 '이 나이엔 뭘 피하라'고 조언해줘 공부가 됐다. 그런데 단지 얼굴에 뾰두라지만 나도 '왜 이런 게 나지' 하고 우울해지더라. 하지만 많이 웃고 내 자리로 돌아오니 뾰두라지가 쏙 들어갔다(웃음). 재미있게 사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음반을 들으신 어머니의 반응은 어땠나.
▲그간 어머니는 가수로서 날 인정하지 않으셨다. 주눅 들어 어머니 앞에서 노래한 적도 없다. 집이 아닌 차 안에서 연습했으니까. 음반을 들으신 후 '이제서야 노래 부를 줄 아는구나, 참 세련되게 음반 잘 만들었다'고 칭찬하셨다. 어머니 세대와 가까워진 느낌이다.
--어머니와 듀엣 음반을 낼 생각은 없나.
▲어머니는 은퇴하신 분이다. 이제 가수 인생보다 김혜림 어머니로 살아가신다. 내가 실력이 있다면 어머니 노래를 리메이크하겠지만 실력이 부족해 힘들다. 어머니는 '계속 네 음반을 들으며 울고 있다, 자꾸 눈물이 난다'고 하셨다.
--어머니 건강은 어떠신가.
▲1월 초에 넘어지셔서 다치신 것 빼고는 건강하시다. 여전히 피부도 좋고, 성량도 풍부하시다.
--'어쩌면 좋아'가 전영록 씨 곡인데.
▲개인적으로 전영록 씨는 먼 친척이다. 집안 사람이다. 이미 내 1집 때도 두 곡을 작곡하신 적이 있다. 1월에 곡 의뢰를 했고 바로 써주셨다. '내 마음에 들면 나를 좋아해주는 분들도 그렇겠지'라고 생각했다.
--음악 환경이 많이 바뀌어 낯설거나 두렵진 않나.
▲음반이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몇몇 분들은 내가 방송국 오니 분위기가 밝아지고 시끄러워졌다고 하더라. 침체된 가요계 분위기가 나로 인해 밝아졌으면 좋겠고 멋진 선배, 후배, 동료로 자리매김하고 싶다. 최근 우리 때 함께 활동한 김종서 씨와 마주쳤는데 무척 반갑더라. 여러분이 우리를 많이 응원해달라.
--연기에 도전한 적도 있었다.
▲드라마 '오버 더 레인보우'에서 트로트 가수를 꿈꾸는 여자로 등장했다. 신기하게 정말 드라마처럼 됐다. 사실 어머니가 영화배우 겸 가수 아닌가. 그때 연기할 때도 어머니께 지적을 많이 받았다. '그 대사 한마디가 왜 이렇게 어색하냐'며. 내 분야를 할 때 가장 행복하다.
--결혼 계획은 없나.
▲결혼 계획이 있었다면 음반을 안 냈을 것이다. 난 일과 사랑을 구분한다. 노래하다 공 튀기듯 사랑을 찾아갈 수도 있다. 난 늘 사랑을 품고 산다. '날 위한 이별'이 내 이야기인 건 다 알지 않나. 사랑했던 사람을 아직 잊지 못하고 있다. 학창 시절엔 아이들을 좋아해서 유치원 선생님이 꿈이었다. 그런데 시집도 못 갔다(웃음). 김혜림이 시집 가길 기대해달라.
--성시경이 '날 위한 이별'을 리메이크했는데 들어봤나.
▲느낌이 색달랐다. 내 노래가 대중성이 있었다면, 성시경 씨의 노래는 세련되고 고급스런 팝 같았다. 언젠가 방송국서 만났을 때 먼저 고맙다고 얘기했다.
--눈에 띄는 후배도 있을 텐데.
▲후배들 중에도 패밀리가 있는데 이적, 김동률, 이기찬이다. 기찬이는 새 음반 나올 때 먼저 모니터링을 부탁하고 타이틀곡도 상의한다. 응원했는데 잘돼 보기 좋다. 이적, 김동률은 친동생처럼 응원해준다. 김진표는 '누나가 부르니 트로트 아닌 것 같고 시원하다'고 하더라. 이런 게 내가 지금 밝게 얘기할 수 있는 힘이다.
--소방차, 김완선 씨와도 친분이 두텁더라.
▲완선 씨는 지금 한국에 없지만 '혜림 씨가 하면 무조건 잘될 거야'라고 토닥여주고 있다. 사람은 칭찬으로 일어난다고 하지 않나. 말 한마디는 돈으로 바꿀 수 없다. 내일 내가 이 세상에 없어도 후회 없이 살았다. 이런 게 자신감으로 나타난다. 좌우명이 '자신감 갖고 살되 자만하지 말자'다.
--트로트풍의 노래를 부르는데, 장윤정이 라이벌인가.
▲장윤정 씨는 나이도 어린 데다, 노래를 정말 맛있게 부른다. 난 아직 그렇게 못한다. 라이벌이 아니라 사랑스러운 후배다. 내겐 김혜림이 라이벌이다. 다시 일어나는 것, 제2의 삶을 보여드리고 싶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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