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씨 지휘로 김선욱 군이 협연한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취재기를 쓰다가, 인터뷰 내용까지 포함하려니 글이 너무 길어져 이렇게 따로 쓰게 됐다. 리허설 도중 잠깐 쉬는 틈을 타서 이뤄진 인터뷰라 질문을 많이 할 수 없었지만, 짧은 인터뷰에서도 귀에 들어오는 말들이 좀 있어서 다행이었다.
먼저 정명훈 씨.
Q. 최근 독일 레퍼토리를 많이 연주했는데, 이번에는 프랑스 오케스트라다. 이번 공연 프로그램의 특징을 소개해 달라.
A. 지난해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라하고 연주했고, 서울 시향에서도 베토벤 다음에 브람스를 했지만, 이번에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프랑스 작품들에 특히 강한 오케스트라기 때문에,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을 택했다. 아주 기가 막힌 작품이다. 라디오 프랑스 필하고 6년 이상 같이 일해왔는데, 정말 호흡이 잘 맞고, 프렌치 레퍼토리에 관한 한 이 이상 잘하기 어려운 최고의 단체다.
협연곡인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은 솔리스트가 선택한 곡이다. 김선욱 군은 젊은 나이에, 거의 '역사적'이라고 할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다. 우리 나라 피아니스트로는 이렇게 세계적으로 성공한 게 처음이 아닐까 싶다.
Q. 수많은 협연자들을 거쳤지만, 김선욱 군과 협연은 또 특별할 것 같다. 정명훈 씨 자신도 피아니스트이고, 김 군이 우승한 리즈 콩쿠르 선배이기도 한데.
A. 우리 나라 음악계를 앞으로 이끌어 나갈 젊은 사람들이 우리가 했던 것보다 더 잘하는 것을 보는 게 제일 좋다. 아이들이 아빠보다 더 훌륭하게 되고, 더 잘 되는 것이 부모들 바람 아닌가.그런 것처럼 음악가들로서도 후배들이 잘하는 것이 참 좋다. 아니, 잘 하는 정도가 아니라, 내가 열 여덟 살 때 이런 수준은 꿈도 못 꿨다. 그만큼 더 잘 한다는 얘기다.
Q. 김선욱 군에게 음악계 대선배로서 조언을 해주신다면.
A. 사람마다 모두 길이 다르고, 자기한테 맞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누구를 따라가고, 이런 것보다는 제일 중요한 것이, 여기서도 조금 배우고, 저기서도 조금 배우고, 일평생 배워야 한다. 예술이라는 것은, 음악이라는 것은, 전날 했던 것보다 그 다음날 연주를 더 잘 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특히 그 전에 해봤던 것일수록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 그래야 더 훌륭한 연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끝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일평생 노력을 해야죠.
그런데, 젊은 사람들은, 물론 음악도 그렇지만, 모든 삶의 밸런스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것도 음악에 다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친구는 너무 잘하는 게 보여서 좋다.
정명훈 씨의 인터뷰는 여기까지. 더 질문을 하려 하자, '이 친구한테 물어보세요. 할 얘기가 더 많아요.'하고는 자리를 떴다. 그래서 김선욱 군 차례가 됐다.
Q. 모든 공연이 다 중요하겠지만, 정명훈 씨와 한 무대에 서는 이번 공연은 또 남다른 느낌일 것 같다. 소감을 말해달라.
A. 어렸을 때 제가 처음 피아노 배울 때부터 굉장히 존경하는 분이었고, 이렇게 함께 연주할 수 있어서 굉장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연주하기로 한 것도, '콘체르토(협주곡)'라는 것이, '콘서트'가 어원인데, '협주하다'와 '연주하다'라는 뜻을 같이 갖고 있는데, 이 곡이 협주곡 중에서도 지휘자하고 협연자하고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해서 택한 것이다.
같이 연주하면서 제가 곡을 이끌어가고, 요구하고, 이런 역할이 아니라, 아직까지는 많이 배워야 하고, 그래서 음악으로서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제가 많이 배우고, 이걸 소화해서, 나중에 더 좋은 연주를 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게 이번 공연의 가장 큰 의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Q.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연주자라고 했는데, 정명훈 씨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았나.
어릴 때는 지휘자만 보면 멋있었다. 100명 넘는 단원들 이끌고 통솔하면서 음악 입히는 자체가 멋있었다. 또 제일 강하게 충격 받은 것은, 선생님의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실황 음반(정명훈 씨가 2위 입상)을 굉장히 힘들게 구해서 들었는데, 굉장히 열정적이면서도, 섬세하시고, 그런 부분이 가장 끌렸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저는 정명훈 선생님 한 분만을 역할 모델로 삼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장점을 배우고 제 것으로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
Q. 많은 사람들이 정명훈 씨와 김선욱 군을 비교하곤 한다. 정명훈 씨가 피아니스트로 출발해서 세계적인 지휘자가 됐고, 김선욱 군도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지휘를 해 보고 싶다는 희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자신의 음악인생을 설계하는 데 있어서 정명훈 씨를 닮고 싶다든지, 참고한다든지, 그런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
A. 제일 중요한 것은, 저는 아직 많이 습득하고 소화해야 하고, 음악을 만드는 데 있어서 여러가지 많은 도움이 필요한 단계라는 거다. 앞으로의 계획은 연주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것이다. 먼 훗날의 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짧게 보는 것, 현실의 내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여기에 열정을 쏟다 보면 언젠가는 제가 원했던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콩쿠르나 지휘자 협연이다, 이런 것에 한정된 얘기가 아니라, 근본적인 음악 공부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게 희망이다.
Q. 어떤 연주자가 되고 싶은가.
A. 예전 같으면, 진부하게, 청주들에게 감동을 주고,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고 싶다고 얘기했겠지만, 이제는 항상, 매번 전의 연주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해서 훨씬 곰강할 수 있고 설득력 있는 연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할 때마다 나의 새로운 점을 발견하고, 그것이 없어지지 않게 노력하는 연주자가 가장 이상적인 연주자다. 항상 모든 부분에 고민하고, 연주하고 나서 밖에서 울 수도 있고, 웃을 수도 있고, 여행을 다니면서 뭔가 얻을 수도 있고, 그런 것이 모두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연주할 때마다 1퍼센트 2 퍼센트씩만 발전하는 음악가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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