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처방전이 없어도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는 감기약에서 마약의 대명사와도 같은 필로폰을 만들어냈다.
제조는 마약 제조 과정에서 나는 지독한 냄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톤 탑차 안에서 했다.
영화같은 이야깁니다.
실제 작년에 개봉했던 영화 '사생결단'에 비슷한 장면이 나오죠.
승합차에 마약 제조 장비를 싣고 다니며 한적한 곳에 가서 마약을 만드는...
이 영화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처음 이 사건을 대했을 땐, 영화처럼 차에 장비를 싣고 다녔다는 것에 주목했었는데요.
사건 내용을 보니 감기약을 제조 원료로 썼다는 일이 더 충격적이더군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이들이 사용한 원료는 말씀드린대로 의사의 처방전이 없어도 누구나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 감기약입니다. 주로 코감기나 알러지성 비염 등이 있을 때 먹는 약이죠.
이들 약에는 염산슈도에페드린이란 성분이 들어있습니다.
슈도(pseudo)는 '가짜'란 뜻이죠.
원래의 에페드린의 화학적 구조가 약간 달라진 겁니다.
이 때문에 성질이 약간 달라지는데요.
에페드린이 우리 몸의 각 수용체를 흥분시키는 작용 해서 기침약 등에 주로 쓰이는데요.
슈도에페드린은 호흡기 점막에 선택적으로 작용해서 콧물 약에 주로 쓰입니다.
따라서 감기약 안에 마약성분이 들어있는 것처럼 생각하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문제는 이 에페드린이 필로폰, 즉 메타암페타민이란 물질을 만드는 원료가 된다는 겁니다.
필로폰은 중추신경계를 흥분시켜서 환각상태로 빠뜨리는 마약인데 여러가지 이유로 금지된 대표적인 마약이죠.
수사를 한 검찰도, 제약업계도 약에 들어있는 슈도에페드린을 추출해 필로폰을 만들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우선 약에 들어있는 슈도에페드린의 양이 매우 적고요.
약에 슈도에페드린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성분이 섞여 있어 추출 자체도 어려운 데다가 슈도에페드린을 에페드린으로 바꿔 필로폰으로 만드는 일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약업계는 의약품에서 그 성분을 추출해냈다는 자체에 충격을 받은 것 같습니다.
피의자는 재미동포인데요.
미국에 있을 때 마약을 취급하는 멕시코인들로부터 이런 방법으로 필로폰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 영문 웹사이트를 뒤지고, 미국에 나도는 불법서적을 탐독해서 제조 공정을 독학했다고 하네요.
없는 게 없다는 인터넷.
정보의 바다가 안 좋은 방향으로 쓰이면 이런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피의자는 한 개에 3천원 하는 약을 백만원이 넘게 샀다고 합니다.
3백개가 넘게 약을 산 거죠. 약 하나엔 6개의 캡슐이 있기 때문에 2천여개의 캡술에서 50g의 필로폰을 만들어냈습니다. 50g이면 시가로 1억 6천만원에 달합니다.
수율로 따져봤더니 25% 정돕니다. 이 정도면 그리 나쁜 수율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충격적입니다.
검찰은 이 사건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이 사건을 알렸을 때 오히려 모방범죄를 조장할 수 있는 건 아닌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마약 수사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기 위해 공개했다고 합니다.
검찰이 주목한 점은 이 의약품이 일반 의약품이란 겁니다.
그래서 식품의약청에 이들 의약품을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전문 의약품'으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또, 제조 공정이 나온 인터넷 사이트는 미국 마약청에 폐쇄를 요청했다고 합니다.
에페드린의 경우 이미 전문의약품으로 지정이 돼 있습니다.
하지만 염산슈도에페드린도 전문의약품으로 지정하면 간단한 콧물같은 약에도 의사 처방전이 필요해 국민의 불편이 커진다는 게 식약청의 고민입니다.
그러나 어쨌든 이렇게 마약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례가 나왔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도 없죠.
가능한 신속하게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더군요.
재작년에도 해외 웹사이트에 슈도에페드린을 이용한 필로폰 이런 우려가 나온 적이 있어서 식약청이 슈도에페드린 단일제는 전문의약품으로 지정을 했습니다.
단, 복합제는 마약 제조가 더 어려울 것이란 판단 아래 일반의약품으로 계속 놓아둔 건데요.
예전부터 슈도에페드린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일반의약품으로 둘 것이냐 전문의약품으로 할 것이냐, 보험 급여로 할 것이냐 비급여로 할 것이냐
(약 값을 전액 본인 부담으로 할 것이냐 건강보험공단에서 보조해 줄 것이냐) 등 논란이 많았습니다.
마약 문제가 우리보다 더 심각한 미국은 작년부터 슈도에페드린 OTC(약간 차이가 있지만 우리의 일반의약품과 비슷합니다.)의 경우
약사가 직접 주도록 법제화했고,
호주도 신분증을 제시해야 구매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전문의약품으로 지정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번 일을 계기로 어떤 대책이 나올 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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