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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해서 부패하려면 오히려 집권 말아야"

김성준

입력 : 2007.04.24 17:55|수정 : 2007.04.24 17:57

잇딴 선거 비리 추문에 휩싸인 한나라당의 고민


 

제 47주년 4.19 혁명 기념일인 지난 19일 한나라당 최고의원 회의는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어디선가 "오늘이 전여옥 최고위원의 생일"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참석자들은 표정을 관리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4.19 같은 날 생일 이라고 웃고 박수치는 모습을 보이다가 유권자들의 비난을 살 우려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는 여론 지지율 50%의 원내 제1당 다운 조심성이었다.

하지만 비난을 살 일은 다른 곳에서 이미 곪아 터지고 있었다.  그날 저녁 경기 안산 단원 경찰서는 한나라당 관계자 세 명을 입건했다.  4.25 재보선 안산시 제5선거구 도의원 재선거 공천 과정에서 돈이 오간 혐의를 잡은 것이었다.  당사자인 한나라당 안산 단원 갑 정웅교 당협위원장은 돈을 받았다 곧바로 돌려줬다고 항변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선거에 공천 비리 사건까지 터지자 한나라당은 서둘러 윤리 위원회를 열어 당사자 세 명을 제명조치 했다.  한번 이름이 지워지면 5년 동안 당에 돌아올 수 없는 중징계다.  조치를 발표하는 인명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 조차도 "금품수수 사실 여부와 관련없이, 물의를 일으켜 당의 명예와 위신을 떨어뜨리는 해당 행위를 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할 정도였다.  혐의가 확인되기도 전에 도마뱀 꼬리 자르듯 논란의 소지를 당 밖으로 밀어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안산 사건은 문제의 시작에 불과했다.  대구에서는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으로부터 선물을 받은 유권자들에게 과태료가 부과되자 그것을 당 관계자가 대납해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다른 사람도 아닌 강재섭 대표의 후원회 사무국장이 연루됐다. 강 대표는 모르는 일이라고 외면했지만 의혹만으로도 선거에 미칠 악영향은 적지 않아 보인다.

잇따르는 악재 시리즈의 제3탄은 거창에서 불거졌다.  창원지검 거창지청은 23일 상대 후보에게 접근해 후보사퇴를 조건으로 5천만 원을 제시한 혐의로 한나라당 후보의 친인척 두 명을 긴급체포했다.  공천 헌금에, 과태료 대납에, 이제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중에서도 가장 위중한 범죄인 후보 매수 혐의가 더해진 것이다. 

돈과 관련한 추문은 한나라당에게 치명적이다.  이른바 '차떼기 정당'이라는 과거 대선 부정 선거의 낙인이 아직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탓이다.  당 지도부가 누누이 조심을 당부했는데도 불구하고 추문이 끊이지 않는 것은 결국 아직도 한나라당이 차떼기 정당의 체질을 완전히 바꾸지 못했다는 증거다.  국민에게 석고대죄하고 비싼 당사와 연수원을 국가에 헌납하고 천막 속에서 추위에 떨었던 과거를 쉽게 잊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도마뱀 꼬리 자르듯이 당사자들을 쳐 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돈을 주면 공천도 받을 수 있고, 유권자의 마음도 살 수 있고, 경쟁자를 사퇴시킬 수도 있다고 믿는 도마뱀 꼬리는 언제라도 다시 돋아나기 마련이다. 

잇따르는 선거 비리를 놓고 전재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당 대책회의에서 이렇게 자책했다.  "한나라당이 집권해서 부패하려면 오히려 집권을 안해야 하는 것 아니냐."  50%를 오르내리는 지지율 고공 행진에 정권을 다 넘겨받은 양 배불러 하는 한나라당에게는 뼈아픈 지적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