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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통합의 함수관계

국회팀

입력 : 2007.04.19 15:59|수정 : 2007.04.19 16:42


박총무, 담배 좀 끄시오.

1997년 어느 날이었다. 여의도 한양빌딩에 있던 새정치 국민회의 총재실에서 김대중총재가 몇몇 당직자들과 국회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대략 이런 식의 대화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김대중, "000에 대해 XXX하게 처리하시오'
박상천, "사정이 이래저래 하니까 안 됩니다."
김대중, "저리 이리 해야 한다니까"
박상천, "그게 아니고..."

두 사람은 옥신각신 1분여 언성을 높였다. <억누룰 수> 없는 전라도 억양이 튀어나오고, 목소리는 높아가고... 박상천 당시 원내총무는 담배를 꼬나 물었다. 또 논쟁이 계속됐다. 꾹꾹 노기를 눌러온 DJ가 참다못해 한 마디 뱉었다. "박총무, 거 담배 좀 끄시오"

DJ와 박상천의 관계는 이랬다. 멀고도 가까웠다. DJ에게 멀고도 가까운 또 한 사람이 있었다. 참여정부에서 총리가 된 이해찬이었다. 두 사람 모두 속된 말로 성질이 더러웠다. 그래도 논리적이고 사물을 꿰뚫어보는 눈이 있었다. 그래서 DJ는 성질 더러운 이들에게 때만 되면 공천장을 주고, 주요 당직에 중용했다. 그러고 나서 또 싸웠다.

박상천은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자 초대 법무장관을 했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박상천에게도 고비가 왔었다. 탄핵의 후유증으로 2004년 4.15총선에서 낙선했다. 정치란,민심이란 그런 거였다.

그러던 박상천이 <화려하게> 복귀했다. 범여권이 통합신당 창당에 나선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목하고 있다. 박상천은 지금 민주당과 통합신당모임의 합당을 주도하고 있다.

천정배, 추락엔 날개가 없다?

박상천이 고배를 마시는 동안 천정배의원은 <화려한 실세>로 이름을 날렸다. 15대 국회에 처음 진출했으니깐 박상천의 한참 후배였다. 그러나 천은 참여정부의 실세가 됐고 과거 박상천이 맡았던 원내총무와 비슷한 자리인 원내대표도 맡았다. 그리고 법무장관을 지냈다. 

그러던 천정배의원이 25일간 단식을 했다. 4.19 47주년 기념일을 맞아 겨우 퇴로를 열었다. 수유리 4.19 묘역에 참배하고 단식을 중단하고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갔다. 노대통령의 임기말 마지막 역작인 한미 FTA에 대해 아직도 납득하지 못하겠다며 무효화 투쟁을 계획중이다.

정치적 고비에 선 그도 선택을 준비하고 있다. 열린우리당내 재야파와 함께 <창조적 신당 창당>을 구상하고 있다. 진보적 성향의 신당 창당을 구상하고 있다.

범여권,우향우!, 좌향좌!

박상천과 천정배, 비슷한 경력의 소유자들이다, 하지만 무척 다르다. 정치노선과 철학 ,이념에선 상극이다. 한사람은 범여권의 오른쪽에, 다른 한 사람은 왼쪽에 서있다. 길이 다름을 보여주듯 박상천은 다소 보수적 색채가 강한 중도개혁신당을, 천정배는 진보적 신당을 꿈꾸고 있다.

정책과 노선에 따른 정치권 재편, 우리 정치사에서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이다. 생각이 다른 사람끼리, 뜻이 맞지 않는 사람끼리, 같은 정강 정책을 가질 수 없는 사람이 같은 지붕아래 사는 것은 불행이다. 적과의 동침이다. 열린 우리당이 그랬다.

후보중심 제3지대 창당

그러나 범여권의 새판짜기는 이렇게 간단하게만 진행되지는 않을 것 같다. 새판짜기 논의에서 배제된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다른 활로를 찾고 있다. <후보중심 제3지대 창당>이다. 정세균 의장이 주창한 것인데 대략 이런 내용이다.

-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등이 깃발을 든다

 →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이들과의 친소관계에 따라 뭉친다
 → 필요하면 탈당을 해서 신당을 창당한다.

말하자면 열린우리당을 모태로 해서 후보들이 각자 신당을 창당하는 것이다. 손학규는 6월10일까지는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것이고 정운찬도 출마 결심이 서면 독자신당을 만들 생각임을 비치고 있다. 

갈라서지만 우리는 하나?..

범여권은 이처럼 3갈래로 재편되고 있다. 4갈래가 될 수도 있다. 창당의 주도권을 두고, 범여권의 적자가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노선과 정책의 차이를 말하지만 한 꺼풀 벗겨 속을 들여다보면 최종목표는 대선에 있다. 뿌리는 범여권 한 뿌리이고 가지만 벌렸을 뿐이다. 그래서 지금은 치열한 주도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대선이 다가오면 다시 하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범여권을 분열시키고, 극적으로 합치고, 그리고 정권을 지키고...' 반전의 대드라마 일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정권재창출이 최대의 개혁이라고는 하지만 그들만의 분열이고 ,그들만의 판짜기이고, 그들만의 통합이라면 정치적 쇼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게다.

 
백수현 기자 baeksh@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