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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아양, 희아씨

최원석

입력 : 2007.04.18 23:36


이희아씨

이름을 부를 때 뒤에 '씨'라고 붙이는 기준은 뭘까?

지난 주말 취재 중에 잠시 이런 고민에 빠졌었습니다.

'이희아씨' 이렇게 부르며 스탠딩 멘트를 했는데 역시 조금 어색했습니다.

한 손에 두 손가락, 모두 네 손가락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이희아씨, 아니 희아양을 처음 만난 것은 96년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교육청을 출입하던 기자는 선천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어린 학생들의 연주회를 취재갔는데 그 때 희아양을 처음 만났습니다.

그 때 만난 어린 친구들 중에 희아양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러 명의 어린 친구들을 소개하려던 당초 취재 계획을 바꿔 희아양만 집중적으로 취재해서 보도했었습니다.

희아양의 연주 모습을 그냥 보고만 있어도 눈물이 흘러 내려 몰래 객석 뒤쪽 구석으로 가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태어나면서 바로 맞닥뜨렸을 좌절과 울분이, 그리고 이 세상에 태어나 10년 남짓 살면서 눈물겨웠을 노력이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원래 눈물이 많아서 드라마를 보면서도 가끔 울어서 아내에게 핀잔도 많아 듣지만 그 때 취재 내내 울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희아양은  말도 잘 하지 못했고 얼굴도 지금처럼 환하지 않고 어두운 구석이 많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희아양은 그 때 SBS를 통해 언론에 처음 보도됐습니다.

다시 베이징에서 

그 이후 희아양은 한국에서 유명인사가 됐습니다.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희망을 연주하는 희망의 전도사가 됐습니다. 이번 중국 순회 공연도 중국의 선천성 녹내장 어린이를 돕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희아양이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했습니다.

베이징 21세기 극장에서 열리는 저녁 공연에 앞서 오후 리허설에 일찌감치 취재를 갔었는데 예전처럼 어머니와 같이 연주 준비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기자의 얼굴은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희아가 처음 SBS에 보도됐었다는 기억을 떠올리면서 반가워했습니다.

몇 마디 말을 나누다가 희아양에게 무심코 몇 살이냐고 물었더니 22살이랍니다.

찬찬히 보니 얼굴이나 자태가 이제 처녀 티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공연에 앞서 인터뷰를 하는데 말도 잘했습니다. 평등과 희망을 이야기 했고 남을 도우며 살고 싶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를 하는데 군더더기가 없어서 여러차례 말을 시킬 필요도 없었습니다. 몇 곡을 미리 연주해달라고 부탁했더니 필요한 부분만 딱 맞게 잘도 연주했습니다.

저녁 공연은 말 그대로 독주회, 독무대였습니다. 통역을 제외하고 무대에서 혼자 연주하고노래하고 박수를 유도하고 곡을 소개하고...훌륭한 무대 매너를 갖춘  뛰어난 피아니스트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얼굴은 행복해 보였습니다.

극복하지 못할 장애는 없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말일 뿐입니다. 

그래서 희아양을 보면서 나처럼 평범한 사람은 용기를 얻고 지금 처한 어려움이 얼마나 사소한 것인지 스스로를 위안하며 마음의 여유를 얻습니다.

어색하지만 20살이 넘어 이제는 희아씨라고 불러야 되겠지요. 희아씨! 고맙습니다. 

늘 작은 일에도 힘겨워하고 한숨부터 쉬는 나에게도 일깨움을 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