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토플은 비영어권 학생이 미국 대학에서 공부할 언어능력이 있는지 알아보는 시험입니다. Test Of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를 줄여서 토플이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토플에서 출제되는 문제는 최소한 고교 수준 이상입니다. 미국내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영어 수준을 측정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비교적 높은 수준의 어휘력과 문법, 그리고 독해 문제들이 출제됩니다. 요즘엔 글쓰기(Essay)와 말하기(Speaking)능력까지 측정하는 문항이 출제되고 있지요. 인터넷으로 시험을 치른다고 해서 요즘엔 iBT(Internet Based Test)라고 부릅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토플에 응시하는 사람들은 최소한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비영어권 학생들입니다. 시험을 주관하는 ETS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토플시험에 누가 응시해야 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소개돼 있습니다. 함께 보실까요?
Who Should Take the TOEFL Test?
Nonnative English speakers at the 11th-grade level or above should take the TOEFL test to provide evidence of their English proficiency before beginning academic work. The test content is considered too difficult for students below 11th grade.
여기서 11학년은 고등학교 2학년 이상을 말합니다. 대학에서 학문을 시작하기 전에 영어 능력의 증빙자료로 제출하기 위해, 비영어권의 고교 2학년 또는 이상의 학생들이 토플 시험을 치러야 한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시험 내용이 고교 2학년 이하 학생들에게는 너무 어렵다는 말까지 덧붙여놨습니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저는 유학 갈 형편이 안 돼 공식적인 토플 시험은 못 봤습니다. 대신 값이 저렴한 모의 토플 시험을 몇차례 치렀고, 취업을 위해 '토익(TOEIC)'을 준비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대학시절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중 상당수가 토플과 토익을 공부한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런데 요즘 며칠씩 밤을 새워가며 인터넷으로 토플시험을 신청했다는 사람들을 보면, 대학생이나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아니더군요. 국내 응시생의 80% 정도가 유학과 관계없는 중·고교생이라고 하는데, 이쯤 되면 정작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큰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토플' 광풍이 불어닥친 주요 원인은 외국어고와 특수목적고, 그리고 대학들이 영어 특별전형을 하면서 토플 성적을 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시·도 교육청을 통해 외고 입학전형에서 토플 성적을 제외시키는 방안을 권장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말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지요. 저는 지금까지 토플 성적을 외고를 비롯한 일부 특수목적고의 입학전형 자료로 활용하도록 방치한 교육당국의 책임이 크다고 봅니다. ETS도 홈페이지에 밝히고 있듯이 토플이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영어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라면 목적에 맞게 사용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시험을 주관하는 ETS의 '거만'한 태도를 탓할 게 아니라, 교육 당국도 진작부터 '자존심'을 지키면서 우리 교육의 목표와 방향을 정확하게 잡았어야 합니다.
토플 시험을 한 번 보는데 응시료로 170달러를 냅니다. 대부분 여러 차례 시험을 치르는데다, 중학생들이 수준에 맞지 않는 영어 공부를 하려면 학원비는 훨씬 더 많이 들어가겠지요. 이런게 바로 사교육비를 천문학적인 규모로 늘리는 요인이며, 정상적인 교육 과정을 파행으로 이끄는 우리 교육계의 '암초'들입니다.
교육부가 지난해 국회 교육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5년까지 국내에서 총 564만명이 토익과 토플 시험 지원 신청을 한 후 2천3백억원의 응시료를 낸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응시자 수는 2003년 176만명에서 2004년 192만명, 2005년에는 196만명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외고를 비롯한 일부 학교들이 직접 면접 방식을 택하도록 권고하고 싶습니다. 정원의 10% 정도만 토플 성적을 보고 학생을 선발하고 있으니까, 훨씬 더 적은 비용으로 학생들의 언어능력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접 면접 방식이 어렵다면, 국내에서 개발한 국가 공인 영어능력 검정시험을 치르게 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중학생들에게 너무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권하고 싶지는 않지만, 토플 대신 대안을 내놓으라고 한다면 차라리 '텝스(Test of English Proficiency Developed by Seoul National Universty)'가 더 나을 것 같습니다. 1년에 12차례 시험을 치르고, 한번 응시료도 3만원으로 저렴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부담이 적기 때문이죠.
이번주 금요일에 전국 외국어고 교장단 회의가 열리는데, 이 자리에서 2009학년도 입시 전형에서 토플 성적을 제외하는 방안이 심도있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토플' 광풍은 우리 교육계가 갖고 있는 문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봅니다. 과열 경쟁과 사교육비 증가, 그리고 공교육 파행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해결 방안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외고 교장들께서 합리적이고 현명한 선택을 해주시길 기대합니다. 교육 당국도 보다 책임있는 자세로 이번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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