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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과 증권사, 누구를 위해 싸우나?

정명원

입력 : 2007.04.16 09:57


한국판 '골드만 삭스'를 만들 수 있게 한다며 내놓은 '자본시장통합법'이 은행과 증권사의 밥 그릇싸움으로 국회 통과가 계속 미뤄지고 있습니다.

동북아 금융허브를 만드는데 필수적인 법이라고 주장을 한 법인데요. 정작 핵심도 아닌 내용으로 밥 그릇 싸움을 하면서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양측이 논란을 벌이고 있는 쟁점은 증권사 계좌에서도 송금을 하고 신용카드 결제도 할 수 있게 하자는 조항입니다.

쉽게말해 현재 증권사의 수시 입출금계좌인 CMA를 이용하는 고객도 적은 금액이라면
은행이나 새마을금고 고객처럼 자유롭게 계좌이체를 하자는 건데요. 현재 CMA를 이용하는 고객이라면 가상은행계좌를 통해 입출금만 되지 왜 계좌이체나 공과금 납부, 신용카드 결제가 안 돼 불편한 지를 잘 모르실텐데요.

증권사는 저축은행이나 새마을금고, 은행 등과는 달리 '금융결재망'에 포함되지 않았기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불편을 없애주려고 소액결제의 경우 증권사도 금융결재망에 포함시키도록 하자는 것이 '지급결제 의무 조항' 입니다.

하지만 은행들은 고객을 빼앗길까 봐 적극 반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은행 예금금리는 0.3%인 반면 증권사 CMA 금리는 10배가 넘는 4.3%입니다.

그래서 이미 고객을 빼앗기고 있는데 계좌 이체까지 허용하면 많게는 20조 원이 증권사로 이동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거죠.

이렇게되면 은행은 고객들에게 낮은 이자를 주면서도 높은 수수료와 비싼 대출 이자를 받아오던 손쉬운 영업방식을 할 수 없게 됩니다.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고객들에게 높은 이자를 줘야하는 방식으로 바꿀 수 밖에 없는 거죠.

은행들은 증권사는 갑자기 망할 수 있어 고객 돈이 위험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증권사의 고객 돈은 IMF 이후 100% 증권금융이라는 기관에 맡겨야하기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규모가 작은 새마을 금고 고객도 계좌이체를 하는데 몇 십배 더 큰 자산을 가진 증권사들은 안 된다는 것은 앞 뒤가 안 맞는다는 거죠.

또하나 명분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가 어려워진다는 우려인데요. 쉽게말해 삼성그룹이 삼성증권을 통해 계열사를 지원할 수 있다는 걱정입니다. 그런데 소액결제만을 허용하는데 증권사 고객돈을 계열사에 지원할 가능성은 높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는 시각이 더 많습니다.

혹여 그런 우려가 있다면 계좌이체 등은 허용해 주고 산업자본에 대한 금융자본 지배를 막는 제도를 강화하면 될 일입니다.

무엇보다 지금 양측 공방의 문제는 은행과 증권사의 이자 경쟁으로 결국 고객들에게는 이익이 돌아간다는 가장 중요한 사실이 무시된 채 어떻게 하면 더 편한 영업을 할까를 놓고 싸우고 있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