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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절반은 남자

박수언

입력 : 2007.04.12 15:26|수정 : 2007.04.12 15:45


옛날 이야기입니다. 대학입시가 끝나고 나면 항상 누가 전국 수석을 했는지가 관심이었습니다. 언론은 앞다퉈 수석합격자를 인터뷰 했고 그들의 공부법이 사회면을 장식하고는 했었지요.

1975년이었습니다. 유엔은 여성들의 권익을 신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이해를 '세계 여성의 해'로 정했습니다. 당시 캐치플레이즈는 "지구상의 절반은 여자"였습니다. 지구상의 절반인 여성이 행복하지 못하다면 결과적으로 전체 인류가 행복해질 수는 없겠지요.

공교롭게도 바로 이해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대학입시에서 전체 수석을 차지했습니다. 여성계는 몰론이고 온 나라가 여성의 해를 맞아 가장 뜻깊은 일이라고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그로부터 어언 30년, 이제는 여성이 수석을 차지했다는 것은 더이상 기사가 되지 못합니다. 가장 어렵다는 각종 고등고시에서 여성들이 수석은 물론 상위권을 싹쓸이 하고, 남성의 상징이던 사관학교에 조차 여성이 수석을 독차지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아들을 둔 부모들은 여학생들을 피하려고 남녀공학 고등학교에 배정될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쉽게 볼수 있습니다. '여풍당당'은 이제 언론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제목이 된 것이지요.  대법관, 헌재재판관은 물론이고 국무총리도 여성이 배출됐습니다. 이제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여성이 진출하지 못한 자리는 없는 것 같습니다.

남성이 여성보다 가장 비교 우위에 있는 신체를 이용한 활동에서도 여성은 이제 남성을 넘보고 있습니다. 1973년 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 빌리진 킹이 보비 릭스라는 남성 테니스 선수를 맞아 처음으로 성대결을 벌여 승리했습니다.(물론 당시 보비릭스는 55세의 중년 남성이었습니다) 이제는 미셸위가 세계 최고의 PGA투어에서 남성과 동일한 조건의 맞대결을 벌이는 지경까지 왔습니다. 강력한 근육의 힘이 필요한 단거리 경주에서 100m 여성 세계 기록은 10초49구요, 적어도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이기록을 능가하는 남자선수는 없습니다.

여성의 사회진출은 어떤가요. 이런 '여풍당당'에 비하면 아직은 초라합니다. 아직도 많은 여성들은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고, 직업선택의 제한을 받고 있으며, 남성의 보조적인 역할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양성의 평등은 헌법에 나와있지만 현실적은 제한은 여전합니다. 이때문에 양성평등을 위해 일부 직종에서 여성고용 할당제가 실시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선출직인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각당의 비례대표 후보 가운데 일부는 반드시 여성을 공천하도록 법제화돼 있기도 합니다.

최근 서울시 교육청이 교사 채용시 남성에게 30%를 할당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사실 교직의 여성편중 현상은 심각합니다. 초등학교는 90%, 중학교는 80% 수준이라고 하니 남성 교사가 담임이 되는 것이 로또당첨이라는 학부모들의 하소연이 과장은 아닌듯 합니다. 그러나 여성계에서는 당장 여성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고,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여성화가 걱정된다며 찬성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교사 임용시 남성할당제가 옳은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더라도 아무튼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여성이 절대적인 강세를 보이는 직종이 생겨났고, 남성들이 여기에 대해 할당을 요구하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 자못 신기합니다.

현재처럼 여학생들이 상위권을 싹쓸이 하는 상태가 계속된다면 머지않아 여성이 절대 우위를 차지하는 직종은 더 늘어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럴수록 남성들의 할당요구도 늘어나겠지요. 사관학교 입학에서 남성 할당을 요구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릅니다.

이제 여성들도 마냥 피해의식만을 가질 것이 아니라 조금 너그럽게 이런 세태를 받아들이면 안될까요? 남성인 저는 이렇게 얘기하고 싶습니다.  "지구상의 절반은 남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