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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기도' 장관

박민하

입력 : 2007.04.11 10:41


"같기도 장관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10일 오후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기자실.

누군가가 내뱉은 말에 기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의 기자간담회가 끝난 직후였다.


박명재 장관의 간담회 발언이

행자부에도 '공무원 퇴출제'를 도입한다는 명시적인 선언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는 의미에서 나온 얘기였다.

(물론 박 장관은 '퇴출제'라는 용어에 알러지 반응을 보였다.

'인사쇄신 방안'이라고 불러달라고 몇 차례 당부했을 정도로...)


간담회는 전반적으로 급조된 분위기였다.

장관은 관련 자료를 여러 차례 들춰보며 말의 연속성을 잃었다.

특히 기자들의 질문엔 핵심에 근접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동문서답이었다는 얘기다.


박 장관의 발언의 내용은 크게 두가지.

먼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공무원 퇴출제'에 대해

객관적인 절차와 원칙을 담은 지침을 내려보내겠다는 것이다. 내용은 새로울 게 없다.

퇴출 공무원 선별은

▶법령상 규정된 절차에 따라야 하고

▶반드시 업무 복귀 기회를 줘야 하며

▶ 직업 공무원제의 취지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 퇴출 대상 공무원을 예시했다.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불량한 경우

▷불성실하거나 태만한 공무원

▷비위 관련자나 公私생활에 물의를 야기한 직원 

▷중증 질환으로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곤란한 경우

▷재정상 큰 손실을 초래한 공무원 등이다.


그리고 행자부 내에서도 서울시 등 지자체와 유사한,

그러니까 언론식 표현으로 '퇴출제'를 도입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不恥下問이라고 했다.

지자체의 좋은 제도를 중앙정부가 따라한다고 해서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의미일 터.


방식은 서울시의 퇴출 프로그램과 유사하다.

부적격한 공무원을 가려내 인력개발원 등에서 재교육을 시킨 뒤,

보직을 재부여하거나 복귀가 어려우면 직위해제 등 법에 따라 퇴출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니까.


하지만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등떠밀려 한다는 듯. 지켜보는 입장에서 실망스러움을 넘어 안타까움을 느꼈을 정도니까.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을 잠시 재구성해 보면,


- 제도 확산에 대해 중앙인사위원회 등 다른 중앙부처와도 협의할 용의가 있나?

"절대 그런 건 아니다. 확대 해석하지 말아달라.

나는 그런 권한도 없다. 행자부 내에서만 한 번 검토해 보겠다는 얘기다"


- 부적격 공무원 선별은 언제까지 하겠다는 것인가?

"......지켜봐 달라, 검토 중이다"


- 내년 인사 때나 하겠다는 것인가?

"내년엔 내가 장관 할 지도 모르는데..."


- 질문이 되풀이되는데 재교육 기간이나 프로그램 같은 구체적으로 검토된 내용이 있나?

"검토 중이다"


- 행자부 내에 어떤 공무원이 부적격한 공무원이라고 보고 있나?

"민원을 많이 야기하거나 상사나 동료로부터의 평가가 좋지 않은..."


- 그걸 객관적인 기준이라고 말하는 거냐?

"............."


- 구체적인 검토 내용도 없이 이런 발표를 하는 이유가 뭐냐?

"발표는 아니고 간담회 형식으로 허심탄회하게 얘기해 보자는 차원에서......"


생존권이 달린 공무원들의 격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퇴출제'에 대한 여론은 찬성이 우세하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민간 부문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었고,

상시 구조조정 체제가 자리잡은 데 비해 공직 사회는 구조조정의 무풍지대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爲政者들은 공무원 사회에서

혁신과 경쟁을 공언했지만 그 게 아니라는 걸 사람들은 안다.

공무원 시험에 구름같은 응시생들이 몰리는 현실이 바로 市場의 원리.

민간 부문에 대해 공직 사회의 상대적인 매력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그 매력을 많은 이들은 '철밥통'이라고 표현한다.


박명재 장관도 이런 여론을 알고 있다.

급조된 간담회는 지자체에 불고 있는 공직 사회 구조조정 바람에서

중앙 부처만 비켜서 있다는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같기도'라는 개그 코너가 인기인 것은

소신을 내세우고 싶지만 자신의 능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현실,

대~충 난처한 상황을 모면하고자 하는 凡人의 처세술과 생존술을 압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명재 장관은 정부 조직을 관장하는 행자부의 首長이다.

이 쯤 되는 자리에 있는 인물에게 사람들이 凡人의 처세술과 생존술을 본다는 것은 비극에 가깝다.

아랫 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지만

'같기도 장관'이라는 비아냥은 부끄러워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