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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바오 기자회견 유감

최원석

입력 : 2007.04.09 17:37|수정 : 2007.04.09 19:20


원자바오 총리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한국과 일본을 방문합니다. 이에 앞서 지난 5일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과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중국 부총리급 이상이 거주하는 중난하이의 '쯔광거'에서 기자회견을 했는데 다른 나라 국가원수들 같은 귀빈이 오면 회담을 하는 장소라고 하는군요. 개인적으로는 평소에 원자바오 총리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의 이미지라고 할까 온화하면서 일처리를 똑부러지게 하는 느낌을 주는 인물입니다. 실제로 원자바오 총리는 자오쯔양 총서기와 후야오방 총서기, 그리고 후임자인 장쩌민 총서기 등 3대에 걸쳐 중국공산당 당중앙 판공청 주임을 지내며 당 살림을 맡아온 인물입니다. 일을 얼마나 똑부러지게 처리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겠지요.

원자바오 총리는 현재 후진타오 주석과 우방궈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국회의장격)에 이어 당 서열이 3위입니다.  하지만 막강한 행정 권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중국은 <후진타오-원자바오> 투톱 체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원자바오 총리는 우리식으로 이야기하면 '현장 총리'입니다. 수해나 전염병 현장 등에 직접 나타나서 현장을 지휘하는 모습이 TV에 자주 나옵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합리적인 인물로 인기가 높습니다. 특히 사스가 유행했을 때 고위관료들이 현장 방문을 꺼렸지만 원 총리가 현장에 나타나 지휘한 일화는 젊은이들 사이에 유명합니다. 


기자 회견 유감

이런 점에서 중국에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자회견에 참석해 원자바오 총리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자 회견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첫째는 시간이 너무 짧고 형식적이었습니다. 둘째 원 총리가 너무 바쁜 탓도 있었겠지만 여유가 그다지 없어 보였습니다. 셋째는 전날 있은 일본기자단과 회견에 비해 약간의 홀대를 받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기자 회견은 원래 질문이 11가지였는데 8개로 줄었다가 결국 5개로 줄었습니다. 시간 제약이 있고 총리가 답변하기 부적절한 내용도 있었겠지만 기자 회견이 그만큼 형식에 그쳤다는 말이 되겠지요. 원 총리의 말도 너무 딱딱했습니다. 모범생 답안지 같았다는 말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의 이미지 때문에 나는 원 총리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지혜로움과 오랜 경험을 통해 사물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은 바빠도 여유롭습니다.

하지만 원 총리는 그 날 너무 일정에 쫓기는 느낌이었습니다. 70을 바라보는 나이의 중국 최고 정객에게 나는 사실 취재보단 그의 풍모를 직접 보고 지혜를 얻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한 마디 유머없이 정해진 질문과 답변으로 30분간의 기자 회견은 끝났습니다. 그 전날 있었던 일본기자단과 비교해서도 약간의 홀대가 있었습니다.일본기자단은 우리보다 시간이 길었고 질문 내용도 많았습니다. 우리 기자단과 기자회견 당일 다른 일정 때문에 바빴다고 하지만 한국 특파원으로서 기분이 썩 좋은 일은 아니었습니다.

 
일본 방문에 초점

중국 매체의 보도 내용도 그렇습니다. 정확하게는 원자바오 총리의 방한, 방일이지만 중국신문의 초점은 원자바오 총리의 일본 방문에 맞춰져 있습니다. <남방 주말>이라는 주간지는 이번 원자바오의 외유를 특집으로 다루면서 기사 제목이 '일본은 원 총리는 맞을 준비가 돼 있느냐?'입니다. 물론 한국과의 관계는 워낙 좋으니까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 방문에 앞서 한국 방문 일정을 잡아 일본을 기분 나쁘게 했다는 등의 기사가 있었습니다만 그것은 곧 중국과 일본 관계에 우리나라를 지렛대로 이용한다는 뜻입니다.

역사적인 연유로 일본이 정말 밉지만 일본과의 관계는 무시할 수 없고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중국의 입장에선 동북아 패권 경쟁에 중국과 일본이 주인공이고 우리는 그 사이에 끼여있는 그런 모양새라고 볼 수 있겠지요. 중난하이에서 사무실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번화한 베이징 중심거리를 곁눈으로 보면서이젠 상투적인 말이 돼 버렸는지 모르지만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여 제대로 대접 받으려면 정말 정신을 바짝 차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