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탤런트 김희애씨의 격정적인 연기가 화제다. 엘리베이터에서, 거실에서 탤런트 김상중씨와 격렬한 키스신을 한 장면이 문제의 장면이다.
지난2일 첫 회를 방송한 SBS 월화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는 이렇게 관심을 끌면서 첫날 시청률 11.2%, 둘째 날 시청률 13.1%를 기록했다. 상큼한 스타트라는 평가다.
이 두 사람은 불륜관계다. 남편이 자살한 이후 친한 친구의 남편과 사랑에 빠진 김희애씨, 그리고 대학 1학년 때 동아리에서 만나 결혼한 뒤 '천사 같은 아내'에게 싫증을 느낀 김상중씨가 일탈의 주인공들이다.
김희애씨의 극중 역은 '이화영'이다. 문제는 김상중씨의 극증 이름이다. 홍준표의원이 오랜만에 만난 나에게 화를 내며 푸념을 늘어놓은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인의 후한 말 인심]
오랜만의 만남이었다. 여의도의 한 일식집에서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홍준표의원은 당 안팎의 회의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반값 아파트를 밀어 붙여 이제 반값아파트 정책이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홍의원과 필자는, 홍의원이 검사시절 그 유명한 슬롯머신 사건수사로 이름을 날리기 전에 평검사와 평기자로 처음 만났었다.
홍의원: 백부장, 오랜만이야.
필자: 반갑습니다.
홍의원: 얼마만이야 이게.
필자: 그러게요.
차장에 불과한 나를 누군가 부장이라 부를 때면 사실 굉장히 안절부절 해진다. 멋쩍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고. 제 신발이 아니어서 발이 불편한 것처럼 말이다. 그래도 정치인들은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정치부 기자들을 한 계급씩 올려 불러주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다. 부장은 국장, 차장은 부장, 평기자는 차장 이런 식으로 말이다. 정치인들, 원래 말 인심은 후하다.
어쨌든 홍의원은 걸쭉한 입담을 풀어놨다. 지난해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때 자신이 졌던 일, 그리고 그 과정에서 대학선배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 느꼈던 섭섭함, 화해, 대선국면에서 박근혜-이명박 양측으로부터 모두 도와달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그래도 이명박쪽에 기울 수밖에 없는 이유 등등... 막힘없이 욕설을 섞어가면서 거침없이 털어놨다.
홍: 그런데 백부장, 내가 요즘 SBS 때문에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야.
필자: (이게 무슨 소리야 ? 난데없이)
홍: 내가 항의할 거야. 정말
필자: 아니 무슨 일로...
홍: 내가 집에서 요즘 고개를 못 들어요. 고개를.
필자: (집하고 SBS하고 무슨 상관이지?)
홍: 내가 93년 이후엔 룸살롱도 안 갔어. 그런데 말이지 이게... }
자: 아니 대체 무슨 일이 길래 그럽니까?
홍의원이 늘어놓은 사연은 이랬다. 앞서 말씀 드린 김상중씨의 극중 이름이 홍준표인데, 이 극중 홍준표가 불륜이나 저지르는 인물로 나오니 자기 이미지가 말이 아니란다. 요즘 상한가를 치고 있는 자신의 이미지가 엉뚱한 인물 때문에, 엉뚱한 덧칠이 칠해지고 있다는 불만이었다. 뿐만 아니라 집에선 아내가 "당신도 혹시?"라며 의심의 눈초리까지 보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홍의원의 불만은 계속됐다
[대통령 선거 나가려나?]
홍; 아니 이명박이나 박근혜 정동영, 김근태 이런 사람들 실명을 써서 드라마 만드나? 왜 내 이름은 그냥 그대로 쓰는 거냐?
자리를 함께 한 후배 기자: 홍씨에다 표자 돌림은 많은 거 아닙니까? 홍문표,홍석표,홍만표등등...
홍: 그게 그렇지 않아요. 비슷한 이름은 많을지 모르지만 홍준표는 많지가 않아요. 김수현 작가에게 보좌진들이 전화를 한다고 해서 내가 말렸어. 전화까지 하는 것은 좀...
필자: 이명박 전시장이 드라마에 나왔다가 뜬 것 아닙니까? 홍선배도 SBS 드라마에 나왔으니까 대선에 나가시면 되겠네...
실제로 요즘 홍의원에게 대선 출마를 권하는 목소리가 한나라당에서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손학규 전 지사가 탈당한 공백을 홍의원보고 메우라는 권유다. 이명박- 박근혜 2파전으로는 당내 경선도 재미없고 본선 경쟁력도 약화되니까 반값 아파트등으로 이름을 떨친 홍의원이 좀 나서달라는 얘기다. 홍의원은 아직 출마에 부정적이다.
[부고에만 나지 않으면 좋다?]
대충 그날의 대화는 이렇게 끝나갔다. 그런데 지금도 알쏭달쏭한 것은 정말 항의를 한 것인지, 아니면 자기 PR을 한 것인지, 김수현 작가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건지, 감사를 하는 건지, 분위기나 어투는 분명히 항의하는 분위기 같았는데...솔직히 아직도 분위기 파악이 잘 안된다. 다만 , 분명한 것은 홍준표 의원이 그 만큼 자신의 이미지에 신경을 쓰고 있고 ,지금 방송되는 SBS 드라마가 자신의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줄까 극도로 민감하다는 점이다.
사실 정치부기자들이 우스개 소리로 하는 말이 있다. 정치인은 부고에만 나지 않으면 뭐든 지 방송에, 신문에 이름이 나면 좋아한다고. 좋은 기사든 나쁜 기사든 , 칭찬하는 기사든 ,비판하는 기사든 뭐든 지 오르내려야한다는 거다. 오르내리는 것이 끝나는 순간 정치생명도 끝난다는 얘기다.
[이미지 정치의 함정]
그러나 이미지 정치, 인기영합주의 정치엔 함정이 있다. 사실 정치인을 매일 같이 만나는 필자도 헷갈릴 때가 있다. '저 의원 몇년전에 한참 언론에 오르내렸는데.. 그게 뭣 때문이었더라?' Fact는 기억에 남지 않고 그 사람이 언론에 난 것만 기억에 남는 것이다. 이 것 때문인 지 좋은 기사든 나쁜 기사든 기를 쓰고 언론에 나오려는 정치인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미지 정치의 함정은 단순히 메모리 용량의 한계에만 있는 게 아니다. 정치인의 진정한 상품성은 따지지 않고 이미지만 쫓다보면 고스란히 그 대가는 유권자가 치르게 된다. 얼굴이 잘 생기면서 정책도 좋고, 도덕적이고, 합리적이고, 애국심이 강하고,,,뭐 이렇게 다 갖추면 좋지만 현실 정치에선 그렇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발은 땅에, 가슴은 약자에, 머리는 미래로 향하는 정치인]
정치인도 탤런트처럼 인기를 먹고 산다. 그러나 많은 정치인들은 적지 않은 연예인처럼 폈다가 바로 진다. 떴다가 바로 진다. 인기의 속성이 그런가 보다. 영속하기보다 순간적인 것인 가보다.
그래도 된장 같은 정치인들이 있다. 만나면 만날수록 맛이 새록새록 해지는 정치인이 있다. 발은 땅에 두고, 가슴은 약자로 향하고, 머리는 미래를 향하는 정치인들 말이다.
그날 점심 자리에 함께 했던 누군가가 아이디어를 냈다. “ 극중 인물 이름을 지금 와서 바꿀 순 없으니 앞으론 홍준표라고 하지 말고 성을 빼고 그냥 준표라고만 부르면 어떨까?”
걱정이다. 홍의원의 불만을 '내 남자의 여자' 제작팀에 전달해야하는 것인지, 홍준표를 준표로만 불러달라고 해야할 지, 또 그렇게 하면 들어줄 지. 말을 꺼냈다가 괜히 '알 만한 사람이...'이런 소리나 듣지 않을 까 해서...
백수현 기자 baeks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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