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정치

노 대통령, 유 장관 사의 수용 여부 '숙고'

입력 : 2007.04.08 16:38|수정 : 2007.04.08 16:39

국민연금법 처리 정치권태도 보며 판단할 듯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국민연금법 부결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유시민(柳時敏) 보건복지부 장관의 거취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 장관의 거취는 열린우리당 복귀시 당내 역학, 차기 대권 구도의 변화 등과도 맞물리는데다, 사의 표명의 계기가 된 국민연금법 문제가 참여정부의 핵심 개혁 어젠다라는 점에서 정치적, 정책적으로 적지 않은 함의가 담겨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가타부타 말씀이 없었다" = 청와대는 유 장관이 지난 6일 사의를 표명한 후 이틀이 지난 8일까지도 유 장관 사의의 수용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다. 사의를 반려할 것인지, 수용할 것인지 노 대통령이 숙고하고 있다는 분위기이다.

유 장관의 사의를 보고 받은 뒤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하는 노 대통령의 반응도 "알았다. 두고보자"라는 짤막한 언급이 전부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대통령께서 유 장관 사의 수용 문제에 대해 가타부타 아무 말씀도 없었다"고 말했다.

유 장관측과 복지부 관계자들로부터 나오는 노 대통령의 반응은 보다 구체적인 편이다.

유 장관의 사의 표명에 노 대통령은 "그 뜻은 알겠다. 연금 개혁을 바로잡을 방법을 생각해 보겠다. 유 장관 거취는 더 생각해 볼 테니까 더 열심히 일을 하라"고 지시했다는 게 유 장관측에서 나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 사의를 즉각 수용하지 않고 "더 열심히 일을 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놓고 노 대통령이 유 장관의 사의를 반려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청와대쪽 분위기는 이와는 사뭇 다르다. 한 관계자는 "꼭 반려라고 볼 수도 없다. 고민하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다시 말해 노 대통령의 본뜻은 "그만두겠다는 유 장관의 뜻은 알았으니, 사의 수용 여부는 내게 맡기고 그 때까지 맡은 바 일에 최선을 하라"는 얘기라는 설명이다.

◆국민연금법 처리 전망이 핵심변수 = 노 대통령은 유 장관 개인의 거취 문제 자체보다도 국민연금법 개정이라는 개혁과제의 실현에 고민의 우선순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유 장관의 사의 처리 문제는 향후 정치권의 국민연금법 처리 전망과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다는 관측이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 들어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고, 지난해 유 장관 취임 이후 정부 수정안이 제출되는 과정에서 수차례 연금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법 처리 지연에 대해 정치권의 책임을 추궁하면서 연금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한마디로 연금개혁은 주무장관인 유 장관의 현안과제라기보다는 노 대통령의 핵심 어젠더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민연금법이 처리되지 않으면 매일 하루 800억원, 1년에 30조원의 돈이 날아간다"며 "하루빨리 연금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확고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은 유 장관의 거취 문제를 연금개혁의 불씨를 다시 지피고, 대선을 의식해서 연금개혁을 지연시키는 정치권의 무책임한 행태를 부각시키고 현 상황을 돌파하려는 계기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노 대통령은 유 장관의 사의를 수용할 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해둔 상황에서 조속한 국민연금법 개정 필요성을 직접 설파하면서 정치권을 압박할 공산이 높다.

한덕수(韓悳洙) 총리가 국회가 국민연금법은 부결시킨 채 예산대책없이 기초노령연금법을 통과시킨 점을 지적하며 대통령 거부권을 건의하겠다고 밝혔고, 청와대도 즉각 "거부권 행사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힌 점은 정치권 압박의 흐름과 무관치 않다.

특히 유 장관의 사의를 곧바로 수용하는 것은 정치권의 '포퓰리즘적 입법' 행태에 대한 책임은 간과하고 유 장관의 책임만을 인정해 '경질'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선택은 피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 유 장관의 사의를 반려할 것이라고 속단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복지부쪽으로부터 유 장관의 사의가 반려가 됐다는 해석들이 나오자 "부처 참모들은 보스인 장관이 하루를 더 일하더라도 반려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렇게만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민연금법안에 대한 재통과를 국회와 협의해서 강력히 추진할 것"(한 총리.4.6 확대간부회의)이라고 천명하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법 개정안의 향후 처리 전망이 유 장관의 거취와 연동이 돼 있을 수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유 장관이 희생양이 되어서 연금법 처리를 위한 계기를 만든다는 시나리오도 전혀 상상하지 못할 일은 아니지만, 이 문제도 정치권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장관 거취 문제는 향후 정치권 등의 국민연금법 개정 재논의 상황과 태도를 지켜보면서 노 대통령이 매듭지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부수적으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제약 분야 후속 조치도 판단의 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