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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타결> 역사적 개방…한국경제 도약하나

입력 : 2007.04.02 14:50|수정 : 2007.04.02 15:25

세계 최강시장과 교류…경쟁력·효율성 중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31일 극적으로 타결됨에 따라 한국은 지난 1994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후 가장 큰 개방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한국-미국간의 무역 국경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우리나라 경제는 세계 최강인 미국과 경쟁을 하게 됐고 이는 외환위기 이후 장기 침체에 빠져 있는 한국 경제가 자극을 받아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국내업체들은 원자재를 값싸게 조달할 수 있고 중국·일본·아세안을 합친 것보다 더 큰 미국 수입시장에 대한 접근도 훨씬 쉬워졌다.

일반 소비자들은 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산품과 농수산물 등을 구입할 수 있게 됐으며 비용절감에 따른 저축액 증대는 전반적인 투자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가 체결됐다고 해서 한국의 국운이 갑자기 상승하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농업분야가 직·간접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다 비관세 장벽 제거, 섬유분야 원산지 기준 완화, 전문인력 비자 허용 등에서는 미흡한 결과에 머물렀기 때문에 타결안이 국회 비준에 이르기까지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교육·의료 등 서비스의 핵심시장들이 개방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나면서 전체적인 경제효과도 크게 줄어들게 됐다.

이번 타결로 고용증가 효과는 30만∼40만 명으로 당초의 50만 명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생산증가 효과는 당초 추정치인 7%안팎에서 5%정도로 낮아 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울러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정파는 물론, 이해 관계자들의 집단행동으로 한미 FTA를 둘러싼 혼란과 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이 구조개혁과 제도선진화 등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업종별·계층별 양극화의 가속화, 미국경제와의 동조성 확대 등의 부작용만 생길 가능성도 있다면서 개방을 발전의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넓어진 시장 = 치열한 경쟁 관세 철폐나 인하에 따른 효과는 수출보다는 수입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물론, 한국의 13배나 되는 경제규모를 갖고 있는 미국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섬유·자동차 등 공산품의 수출이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생산량증가→생산원가감소→ 수출증대→고용증가 등의 선순환 구조로 한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제조업의 경우 생산성 증대효과 까지 감안하면 5∼7년에 걸쳐 생산액은 4∼5%, 고용은 30만∼40만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정부의 보호에 안주했던 저생산성.비효율적 분야는 국내로 유입되는 미국의 최고급 상품들과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냉정한 현실 자체가 개방을 통해 얻는 가장 큰 수확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수출 증가가 반드시 생산성 증대와 고용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실증적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개방을 통한 수입증가는 한국산업의 인적.물적 자원을 경쟁력있는 분야로 재배치하는 구조조정의 효과를 분명히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한미 FTA가 한국 경제주체들을 자극해 각 분야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게다가 수입품은 미국의 연구개발(R&D) 기술과 함께 유입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한국산업의 기술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농수산물과 공산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도 단순한 국민후생 차원을 떠나 생산성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시장이 개방되면 낮은 가격 덕분에 소비자들의 지출은 줄어드는 대신에 저축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생산적인 분야에 대한 투자가 확대된다" 면서 "이렇게 되면 전반적으로 경제에 활력이 생기게 된다"고 밝혔다.

◇ 시스템 선진화 = 국가신인도 향상 한미FTA에 따른 상호 교역·투자·사람왕래의 증가는 규제를 줄이고 경제시스템을 시장 친화적인 방향으로 개선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져있는 결정적인 이유중 하나는 규제가 곳곳에서 경제활동을 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고질적인 규제와 불합리한 관행, 투명하지 않은 절차 등이 한미FTA에 힘입어 점차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회계법, 출자총액제 한제 등을 국제표준에 맞추겠다고 발표한 것은 글로벌스탠더드를 존중한다는 의미" 라면서 "한미FTA가 체결되면 제도개선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자분야의 협정에서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타결된 것은 정부정책 시행에 걸림 돌로 작용할 수 있으나 지나친 규제의 도입을 막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최혜국 대우, 내국민대우 등에 대한 합의도 규제의 신설 등을 차단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전 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번에 도입하기로 합의된 '동의명령제'도 제도의 선진화에 해당된다.

이 제도는 공정거래법 위반기업에 대해 공정위와 기업이 위반행위 시정, 피해구 제 등에 대해 합의하면 제재조치를 내리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그동안 위 법판단이 어렵고 입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경쟁당국과 기업 모두 부담이 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관계부처의 반대로 개선되지 않았다.

이밖에 의약품거래와 조달시장, 금융시장 등에서도 투명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 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아울러 한미FTA로 인해 제도·시스템의 선진화와 함께 안보 리스크가 해소되는 것은 국가신인도를 향상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신인도가 향상되면 한국산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신뢰성이 보다 높아지고 기업들은 외자조달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증시도 한단계 상향조정될 수 있다.

◇ 서비스분야 개방 좌절 = 자체개선 노력 시급 한미 FTA 협상의 타결로 한국은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으나 아쉬운 대목 도 적지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의료·교육·법률·컨설팅·회계 등 서비스분야에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한국경제를 다시 일으킬 핵심 성장동력으로 서비스산업을 꼽고 있다.

그 래서 이번에 개방을 통해 서비스산업의 증흥을 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으나 미국 측이 원하지 않아 실현되지 않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서비스교역 장벽을 20% 감축하면 서비스분 야의 생산액은 7.1%(34조원) 늘어나고 고용은 3.9%(44만명)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 했다.

그러나 통신·방송을 제외한 나머지 서비스분야에 대한 개방확대가 이뤄지지 않아 이런 경제적 효과는 반감될 것으로 보인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성장동력 확충 차원에서는 서비스시장이 제대로 개방돼야 하는데, 이번에 논의되지 않아 아쉽다"면서 "그러나 다른 분야는 한국경제에 긍정적인 자극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미국의 지나친 비관세장벽 제거 등도 한국측에게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 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농업분야의 개방폭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 노력없이 성과 없다..지나친 기대 금물 한미 FTA가 타결됐다고 해서 한국의 경쟁력이 갑자기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FTA 체결만으수 없다는 것 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 투자분야 협정을 체결하고 미국시장 문턱이 낮아졌다고 해서 한국으로 들어 오는 직접투자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투자는 인력·기술·인센티브 등 다양한 조건 들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농업을 비롯한 취약한 분야에 대한 적절한 지원도 중요하다.

단지, 약자 이기 때문에 지원하는 것보다는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 도록 유도해야 한다.

정부와 국민 모두가 FTA를 발판으로 한단계 도약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 으면 양극화 심화, 갈등 증폭, 미국경제와의 동조화 등의 부작용만 생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미FTA 체결로 한국의 국운이 갑자기 상승하는 것처럼 호들갑 떨 일도 아니며 한국이 미국의 식민지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식의 비관적 시각을 가질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신희동 한미FTA체결지원위원회 동향분석팀장은 "한미 FTA의 장점과 단점이 과장 돼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하고 "FTA는 한국에 발전의 기회를 주는 것이지 번영을 보장하는 것이 절대 아닌 만큼 무엇보다 제도개선, 구조개혁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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