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될 경우, 이르면 5월 초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한국과 유럽연합(EU)의 FTA 협상도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당초 한.미 FTA 협상 출범에 자극 받아 우리나라와의 FTA협상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EU로선 한.미 FTA가 타결되면 "경쟁 상대인 미국에 선수를 빼앗겼다"는 초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처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된 마당에 빠르게 성장하는 아시아 국가들, 특히 한국과의 FTA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초조감이 한.EU FTA 협상의 속도를 높일 것이란 얘기다.
특히 양측간 협상이 일단 시작되면 이미 타결된 한.미 FTA 합의안을 모범답안으로 해서, 더 신속히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통상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현재 EU 27개 회원국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는, 집행위가 낸 FTA 협상안에 대한 막바지 심의를 벌이고 있다.
EU 이사회 심의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고 있는 것은 한국, 아세안, 인도, 중남미, 안데스 지역 등 5개 국가 또는 지역경제공동체들과의 FTA 협상안을 한꺼번에 심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와 아세안 일부 국가의 인권문제 등이 심의과정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사회가 5개 협상안을 승인하면 집행위가 협상 개시 우선순위를 정하게 되는데 한국이 최우선 대상이 될 것이라고 EU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최근 김한수 통상교섭본부 자유무역협정국장은 "한국과 EU는 최근 1차 협상을 5월 초 서울에서 열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아예 5월 초 개시를 못박기도 했다.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실의 한 관계자도 "아세안보다는 한국과 FTA를 체결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할 것 같다는 것이 EU의 판단"이라면서 "한국이 농업 협상에서 중시하는 이해가 EU 회원국들과 크게 마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U측은 한국과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간 FTA 등 그간 체결된 우리나라의 FTA 협상에서 합의된 내용의 수준이 높았으며, 무엇보다 협상이 신속히 진행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EU 간 FTA 협상이 농업문제에 있어 비슷한 입장이어서 한.미 FTA 만큼 장애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자동차, 제약, 화장품 분야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두 차례 열린 한.EU FTA 예비협상에서 EU측 수석대표를 맡았던 가르시아 베르세로 통상총국 동아시아 국장은 한국의 규제제도를 비롯한 비관세장벽 철폐에 최대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가르시아 국장은 지난 1월 위싱턴을 방문했던 기간에 기자들과 만나 "한-EU간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세가 아니라 자동차, 의약품 등 분야에서 시장접근을 막는 각종 비관세 규제장벽"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민감분야인 농업 문제와 관련, "한국의 민감성을 감안하면서 최대한 타당성있게 자유화를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답했고, 개성공단 문제에는 "어떤 특정한 방향으로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협상의 기간에 대해서도 가르시아 국장은 "양측간 FTA 협상을 2년 만에 완료키로 합의됐지만, 그보다 단기간에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EU FTA 효과에 대해서는 세계 최대 단일시장인 EU 시장에서 자동차, TV부품, 타이어, 컴퓨터주변기기 등 한국 주력 품목의 수출이 탄력을 받으면서 한.미 FTA 이상의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말 코엑스에서 열린 한.EU FTA 공청회에서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KIEP) 유럽팀장은 "양측간 FTA가 체결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단기적으로 2. 02%, 장기적으로 3.08% 증가하고 고용도 30만~59만 명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피터 만델슨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실의 사이먼 플레이저 비서실장은 한·EU FTA 가 체결될 경우 "한국에 대한 수출이 30% 가량 늘어날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EU 측의 기대치를 밝혔다.
(브뤼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