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했던 14개월간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두 나라의 핵심적 협상가 4명은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때론 서로 싸우고, 때론 달래며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김종훈 대사와 웬디 커틀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 등 양측 수석대표, 최종 담판에서 마주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USTR 부대표가 그들이다.
이들은 협상장 밖에서는 정치권과 이익 단체로부터 협상 똑바로 하라는 핀잔과 비판, 압력에 시달렸고 안으로는 협상 과정의 고통스런 긴장을 감내해야 했다.
◇ '무사' 김종훈…'외유내강' 커틀러
한국 협상단의 실무 지휘자인 김종훈(53) 수석대표는 지난해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고위관리 의장을 맡아 APEC의 성공적 개최를 이끈 직업 외교관 출신이다.
외무고시 8회로 공직에 입문한 김 대표는 부드러운 외교관보다는 강인한 무사를 연상시키는 외모를 갖고 있다. 협상에서도 강한 카리스마와 냉정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실제로 협상단 내부에서는 그의 인간적인 솔직함과 끈질긴 설득력을 오히려 더 높게 평가하고 있다. 커틀러 대표도 김 대표를 "입장은 서로 다르지만 존경할 만한 파트너로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50을 넘긴 나이에도 스노보드와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스포츠맨이이다. 군 복무 중 카투사로 차출돼 미국과 첫 인연을 맺은 김 대사는 워싱턴 참사관, 샌프란시스코 총영사 등을 역임해 미국 사정에 밝고 인맥도 넓은 편이다.
미국 측 수석대표인 웬디 커틀러(Wendy Cutler)는 미 무역대표부(USTR)의 일본·한국·APEC 담당 대표보(補)로 USTR내 대표적 아시아 전문 통상관료로 꼽힌다.
조지워싱턴大에서 학부를 마치고 조지타운大 통상서비스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1983~1988년 미 상무부에서 경력을 쌓은 뒤 90년대 들어 우루과이라운드 등 통상협상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기혼으로 한 아이의 어머니인 커틀러는 커다란 눈매에 걸맞게 부드럽고 다감한 편이다. 그는 한국에서의 협상중 아들과 비슷한 나이의 어린이들을 보고싶다며 초등학교를 찾기도 했다. 그러나 협상장에서는 외모와 달리 강단있는 여걸로 통한다.
실제 그는 서울에서 2차 협상을 벌일 당시 의약품 분야의 조율이 안된다며 전체 실무 협상을 보이코트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과거 90년대 반덤핑 등을 이슈로 한국을 맹공했던 칼라 힐스나 샬린 바셰프스키 전 USTR 대표에 뒤지지않는다.
그는 2005년 APEC 고위관리회의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커틀러는 미국측 대표였고 김 수석은 의장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매우 강인한 협상가'(커틀러의 김종훈 평), '강하면서도 유연한 사람'(김종훈의 커틀러 평)이라고 상대방을 치켜세운다.
◇ '우리는 닮은 꼴' 김현종 VS 바티아
26일부터 진행된 한미FTA 끝장토론을 이끈 김현종(48)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39) USTR 부대표는 미국 컬럼비아대 동문으로 변호사와 대학교수를 지냈고 젊은 나이에 고위급 관료를 맡고 있다는 점에서 닮았다.
김 본부장은 노르웨이 대사 등을 지낸 외교관 김병연(77)씨의 아들로, 초·중·고 학창시절을 대부분 외국에서 보냈으며 컬럼비아대에서 국제정치학 전공으로 학부와 대학원을 마친 뒤 같은 대학 로스쿨을 졸업했다.
1985년 미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 현지 로펌과 한국의 김·신&유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 생활을 했고 1993년에는 홍익대 겸임 교수를 맡기도 했다.
그가 한국 통상외교에 발을 담그게 된 것은 1995년 외교통상본부의 통상자문 변호사를 맡으면서부터다.
1998년에는 통상교섭본부에서 통상전문관을 지냈고 이어 세계무역기구(WTO)로 옮겨 법률국 수석 고문 변호사 등을 지냈다.
이 때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인 노무현 대통령에게 통상현안을 보고하며 노 대통령의 눈에 들어 2003년 5월 통상교섭조정관(1급)으로 발탁된 뒤 2004년 7월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2005년 로버트 포트먼 USTR 대표 등에게 한미 FTA 협상을 권유하고 노 대통령으로부터 승인을 받아내 한미FTA 출범의 산파역할을 했다.
인도계 미국인으로는 미 행정부내 최고위직에 오른 바티아 부대표는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뒤 '런던 스쿨 오브 이코노믹스'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역시 로펌에서 경력을 닦았으며 1999년부터 4년간 조지타운대에서 교수생활을 했다.
2001년 조지 부시 행정부와 인연을 맺어 상무부를 거쳐 2003∼2005년 교통부에 근무하면서 중국, 인도 등 20여개국과 항공협정을 성공적으로 타결짓고 능력을 인정받았다.
바티아 부대표는 한미FTA 현안을 잘 파악하고 있어 수전 슈와브 USTR 대표보다 오히려 협상 상대로서 김현종 본부장과 호흡이 잘 맞는다는 것이 외교통상부의 분석이다.
실제 6차협상 직전인 지난 1월 7∼8일에는 김 본부장과 바티아 부대표가 하와이에서 만나 고위급 회담을 가지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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