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한약을 먹은 어린이가 심각한 장기 손상을 초래하는, 급성 수은 중독 증세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중금속 함량 기준 조차 없는 광물성 한약재에 대한 검증 대책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김정윤 기자입니다.
<기자>
3살배기 딸 지혜가 앓고 있는 간질 증세에 좋다는 말에 어머니 김 모 씨는 1년 전 약국에서 한방 환약을 사다 먹였습니다.
그러나 증세는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이상증세가 나타났습니다.
석 달 뒤에는 간과 폐, 신장이 기능을 잃었습니다.
[김 모 씨/지혜 양 어머니 : 호흡을 완전히 스스로 못해서 인공호흡기를 삽관했어요. 거의 식물인간이 돼 버린 거죠. 죽음까지 간 거예요.]
병원 소견은 급성 수은중독 증상이었습니다.
의사들은 한방약 속에 들어있던 '주사' 성분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주사'는 부적이나 단청에 쓰이는 붉은색 광물질로, 성분의 96%가 황화수은입니다.
실제로 먹던 약에서는 3만 4천 8백ppm이라는 많은 양의 수은이 검출됐습니다.
[김형렬/가톨릭대 의대 산업의학 전문의 : 황화수은과 같은 무기수은을 먹게 되면 7% 가량이 체내에 흡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황화수은이 포함된 한약재를 장기간 복용하면 수은중독의 위험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하지만 정작 약을 조제한 약사는 전혀 문제가 안된다고 주장합니다.
[김 모 씨/환약 판매 약사 : 위험하지 않죠. 황화수은은 인체에 복용을 해도 흡수가 안 되기 때문에 부작용이 안 생기는 거죠.]
[같은 환약 판매중인 다른 약국 : (경기가) 심할수록 더 많이 써줘야 돼. 양을 더 많이 줘야 돼. 아기인데도. 더 아기인데도...]
보건당국은 누구 말이 맞는 지를 가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약품과 건강보조식품에 널리 쓰이는 식물성 생약 성분과 달리, '주사' 같은 광물성 생약 성분은 중금속 허용 기준이 아예 없기 때문입니다.
[정화원/한나라당 의원(보건복지위 소속) : 식물성은 위해성이 엄격히 규정돼 있지만 광물성에 대해서는 지금 포괄적인 기준이 있어서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보여집니다.]
생약 성분을 주로 사용하는 한방약은 부작용이 생겨도 입증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처방할 때 적용할 수 있는 중금속 허용 기준을 서둘러 마련해야 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