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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표 뉴스비평] 스포츠영웅에 밀린 FTA

입력 : 2007.03.31 12:52|수정 : 2007.03.31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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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 우리의 주목을 끌었던 뉴스는 서울에서 막바지 담판을 벌인 한미 FTA 협상과 김연아, 박태환 등 스포츠 영웅 탄생이었습니다. 오늘 뉴스비평은 SBS 뉴스가 이들을 어떤 비중으로, 어떤 관점에서 보도했으며, 그것은 적절했느냐가 초점입니다. 먼저 뉴스의 비중 면에서 보면, 김연아와 박태환이 한미 FTA를 밀어낸 한 주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월 22일부터 29일까지 8일 동안 SBS 8시뉴스의 머리기사가 FTA를 주제로 다룬 것은 사흘인 반면, 스포츠 영웅 탄생은 ‘피겨요정’ 김연아 이틀, ‘마린보이’ 박태환 사흘 등 닷새였습니다. 뉴스는 보통 그날의 가장 중요한 소식을 머리기사로 보도합니다. 따라서 지난 주 SBS는 한미 FTA 협상보다 스포츠 영웅 탄생을 더 큰 뉴스로 판단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특히 26일은 FTA 최종 담판이라고 하는 장관급 회담이 서울에서 열린 첫날이었습니다. 이날 FTA를 밀어내고, SBS 8시뉴스 머리기사로 보도된 소식은 박태환 선수가 200미터 결승에 진출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박 선수가 400미터에서 금메달을 땄다는 낭보는 이미 전날인 25일 머리기사로 보도되었습니다. 미국과 유럽 선수들의 독무대였던 세계 수영선수권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박 선수라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뉴스가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이날의 톱뉴스는 역시 FTA 이었어야 합니다.

3월 23일 SBS 8시뉴스가 세계 피겨선수권 대회에 처음 출전한 김연아 선수의 연기를 동경 현지에서 중계하는 것으로 시작한 것은 참신한 기획이었습니다. 게다가 김 선수가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사상 최고 점수를 받음으로써 머리기사로서의 무게까지 갖출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계 최고인 김 선수의 연기를 보고 또 보면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싶은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여 뉴스가 다음 날인 24일 속보를 보도한 것도 좋습니다. 그러나 이미 머리기사로 보도했던, 하루 전 이야기를 24일에도 머리기사로 올리는 것은 피해야 했습니다. 더욱이 그의 완벽한 연기에 관중들이 기립박수로 화답했다는, 거의 같은 내용을 ‘세계 최고 점수’라는 같은 제목까지 달아 이틀 연속 보도한 것은 지나쳤습니다.

이번에는 한미 FTA 협상을 보도한 SBS 뉴스의 관점을 검토해 봅니다. SBS 뉴스는 긴 협상과정에서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이며, 잃은 것은 무엇인가, 그 대차대조표를 작성한 일이 없습니다. 그저 어떤 쟁점이 맺혀 있다가 풀렸다는 중계방송뿐이었습니다. 뉴스에는 FTA 협상타결은 선이고, 결렬은 악이라는 이분법적인 전제가 깔려 있었고, ‘우리에게 더 유리한 FTA’라는 중간지대가 없었습니다.

FTA 협상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들을 보도한 SBS 뉴스에는 시위의 상황만 있을 뿐 시위대가 주장하는 내용이 없었습니다. 시위대가 경찰과 어떻게 충돌했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무엇을 걱정하고 있으며, 그것은 어떤 근거를 갖고 있는가를 보도하는 일입니다. FTA 협상 중단 요구를 흡사 개방자체를 반대하는 것처럼 잘못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뉴스가 협상 내용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쪽에서 일방적으로 정한 협상시한에 쫓기면서 주기만 하는 협상은 중단해야한다는 주장에는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FTA 협상이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것 보다는 미국의 일방적 요구를 완화시키느라 안간힘을 쓰면서 협상 타결 자체에 매달리는 양상으로 변질되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협상 과정에서 우리가 얻은 것이 얼마나 보잘것없으며, 그 대가로 어떤 큰 것을 잃었는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럼에도 뉴스는 협상에서 아직도 어떤 쟁점이 남아있다고만 보도했을 뿐, 타결되었다는 쟁점의 타결 내용이 우리 경제에 어떤 파장을 가져 올 것인가를 보도하지는 않았습니다.

협상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간 김근태 천정배 등 두 의원에 대해 28일 뉴스는 “뒤늦은 단식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말이 많다”면서 소신 행동인가, 아니면 정치 쇼인가 하고 비판했습니다. 한미 FTA 협상을 보도하는 뉴스의 기본자세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게 만든 뉴스였습니다. 국익 우선이다, 진실 우선이다 하는 식의 탁상공론을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FTA에 대한 찬반을 떠나 한국 민이라면 누구나 가능한 한 적게 주고, 많이 얻는 협상을 바랄 것입니다. 그렇다면 협상 중단을 단식으로 요구하는 사람들에 대해 쇼라는 식으로 문제제기를 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대선주자로서의 정략이건, 아니건, 지금 행동이 과거 언행과 차이가 있건 없건, 협상에 나선 한국 대표들에게 압력이 되고, 미국 대표들에게는 우리들의 완강한 태도를 깨닫게 하는 지표로 작용할 수 있게 그들의 단식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도했어야 합니다.

한미 FTA 협상을 보도한 SBS 뉴스의 관점은 우리가 FTA를 피할 수는 없으며, 협상에 임한 우리 쪽 대표가 최선을 다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협상을 역동적인 과정으로 보지 않았다는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습니다. 완강한 장벽처럼 보이는 미국과 이를 상대하는 한국대표의 태도도 국민 여론에 따라 변할 수 있었으며, 여기에 언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