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30일 발표한 내년도 고교 교과서 검정 결과 역사왜곡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일본내에서도 비판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특히 일본이 이번에는 한국, 중국 등 주변국과 관련된 역사 왜곡에서 더 나아가 2차대전 오키나와 집단 자결 사건 등 당시 일본 국민과 관련된 사실까지 왜곡을 시도하자 생존해 있는 사건 관련자들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파문도 확산될 전망이다.
오키나와 집단자결 사건은 오키나와 도카시키(渡嘉敷) 섬에서 발생했던 주민 집단 자결로 일본군의 명령에 의해 발생했다는 것이 학계의 통설이다. 그러나 문부과학성은 이번 검정에서 일본군에 의한 자결이라는 부분을 삭제토록 했다.
이에 대해 당시 생존자인 나카무라 가즈오(中村一男.73)씨는 지지(時事)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문부과학성은 역사를 왜곡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며 "애매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역사는 역사로써 후세에 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당시 10살 이었던 그는 일본군으로부터 수류탄을 건네받으며 "미군에 체포되면 몸이 여기저기 잘게 절단돼 서서히 죽게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자결하라고 확실하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넌지시 자결하라고 말한 것과 다름 없었다"고 회고했다.
자결 현장을 목격했던 요기 큐에이(78)씨는 "(정부가) 사실을 바꿔놓았다"며 "일본군은 면장 등을 통해 집단 자결을 시켰다"고 단언했다고 교도(共同)통신이 전했다.
쓰다 노리미쓰(津多則光.63)씨도 "오키나와 주민의 집단 자결은 일본군과의 관계를 떠나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타와라 요시후미(俵義文)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 네트 21' 사무국장도 "오키나와 집단자결이나 난징학살 검정의견은 구 일본군의 가해.잔학 행위를 교과서에서 제거하려는 것"이라며 "이런 정치적 검정은 재판에서도 위법으로 판결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 같은 검열적인 교과서 검정을 시행하는 나라는 선진국에 예가 없다"며 "국가검정을 폐지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도통신은 특히 교과서 업체가 문부과학성의 검정에 앞서서 '자숙'하는 모양새가 된 것은 업계의 경영상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통신은 학생수 감소, 교과서 가격 하락, 컬러화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의 환경 아래서 검정에서 불합격하는 것은 업체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소개했다.
일부 편집자는 "검정에 대비해 문제가 될 부분은 의도적으로 사실관계를 얼버무리거나 무난하게 하려는 의식이 있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하지만 교도통신은 "정치적 의도가 아니라 '어린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되는가'라는 교과서의 기본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검정제도는 적절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문부과학성의 역사 왜곡 시도를 정당화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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