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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경선 이상과열…갈등 고조

입력 : 2007.03.30 17:35|수정 : 2007.04.13 13:45

박근혜-이명박 전면전 양상…경선분위기 험악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 지나치게 과열되면서 대선주자 진영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양대 대선주자인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와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 진영 간의 갈등이 최고지도부로까지 번지고, 이를 고리로 두 캠프 간의 공방이 한층 격화되면서 당이 자칫 '적전분열'의 위기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양 캠프는 인신공격성 표현까지 서슴없이 동원해 가며 "이제는 어쩔 수 없다. 끝장 볼 때까지 한번 해 보자"며 일전불사할 태세다.

특히 작년 7.11 전당대회 당시의 박-이 대리전 논란에 대한 책임론까지 재론되는 등 양측의 싸움이 전면전 양상으로 비화되면서 경선분위기는 갈수록 살풍경을 띠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올 것이 오는 것 같다", "이러다가 당이 둘로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29일 당직자 경선중립 문제를 놓고 서로를 향해 "사퇴하라"고 요구하며 정면충돌했던 강재섭(姜在涉) 대표와 이재오(李在五) 최고위원은 논란확산을 우려한 듯 30일에는 '침묵'을 지켰다.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박-이 대리전 2라운드로 비치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양 캠프가 바통을 이어받아 공방을 계속했다.

외견상 이 전 시장측에 비해 박 전 대표측이 더 적극적인 모양새다.

박 전 대표측 의원들은 라디오 출연 또는 개인성명을 통해 이 최고위원을 직격했고, 이 전 시장측 의원들은 기다렸다는 듯 적극 반격에 나서는 분위기다.

박 전 대표측 유승민(劉承旼)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강 대표의 경선중립 요구는 대표로서 당연히 해야 할 발언"이라면서 "이 최고위원의 경우 지금까지 노골적으로 이 전 시장을 도왔다 하더라도 지금부터는 선출된 당직에 충실하고 캠프에서의 중추역할은 정리하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전 시장측 정두언(鄭斗彦)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최고위원이 노골적으로 뭘 했다고 하는데 그럼 다른 최고위원들은 암암리에 하고 있다는 얘기냐"면서 "'캠프에서 손을 떼라'고 하는데 정치의 기본도 모르는 얘기다. 현 집단지도체제 하에서 선출직 최고위원은 자기의 정치적 지분을 갖고 최고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으로 엄밀히 말해 최고위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킬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작년 7.11 전당대회 당시의 대리전 책임문제를 놓고도 설전을 벌였다.

박 전 대표측 김무성(金武星) 의원은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이 최고위원은 부끄러운 줄 알고 체통을 지켜달라"면서 "작년 전당대회 때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것 자체가 전대를 대리전으로 갈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을 아직도 모르느냐. 지난 전대의 패배를 복수하듯 언동하는 것은 게임의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못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심약한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들으면 가슴 섬뜩한 표현으로 포섭활동을 하고, 초선의원들에게는 여러 당직과 캠프의 직책을 제의하며 포섭한 활동상을 다 알고 있다"면서 "제발 사무처 당직자를 포섭하려는 노력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측 이방호(李方鎬) 의원은 "대리전의 책임을 이 최고위원에게 돌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작년 대표 경선때 자기들 스스로 박 전 대표에게 지원요청하면서 대리전을 만들어 놓고 왜 책임을 남에게 돌리느냐"고 따졌다.

그는 특히 "강 대표가 임명한 당직자들이 스스로 중립성을 훼손하고 사실상 특정 주자의 지원세력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면서 "당직자들의 줄서기나 편 가르기를 막아야 할 강 대표가 부적절한 발언으로 결과적으로 이 최고위원을 끌어들였고, 거기에 김무성 의원까지 가세했는데 이는 저쪽(박 전 대표측)에서 계획적으로 싸움을 걸어 당을 분열로 몰고 가려는 행태로밖에 볼 수 없다"고 일갈했다.

당 자강기구인 참정치운동본부(공동본부장 유석춘.권영세)도 논란에 가세했다.

참정치운동본부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당 지도부에서 불거지고 있는 최고위원간 불협화음은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국민적 기대를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당직자 경선중립'을 요구했다.

일견 강 대표와 이 최고위원을 싸잡아 비판한 것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선 무게중심이 이 최고위원의 캠프 참여 자제 촉구에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장 이 전 시장측 진수희(陳壽姬) 의원은 반박 기자회견을 갖고 "참정치운동본부가 사실상 강 대표를 편들어 주기 위한 기구 아니냐"고 발끈했다.

그는 이어 "당내 임명직 당직자들이 중립을 안 지키고 특정 주자측에 유리하게 당을 끌고 가는 게 문제"라면서 "선출직 최고위원은 정치적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특정 후보를 위해 일하는 것을 문제삼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소장파 등 중립지대에 남아있는 의원들은 이날 오전 긴급회동을 갖고 강 대표와 이 최고위원간, 양 캠프간 갈등 중재를 시도했다.

회의에는 대선주자인 원희룡(元喜龍) 의원과 소장파 의원모임인 수요모임 대표 남경필(南景弼) 의원, 초선의원 모임인 초지일관의 이주호(李周浩) 대표와 김명주(金命柱) 간사, 박 진(朴 振) 김충환(金忠環) 의원, 당 중심모임 임태희(任太熙) 의원 등이 참석했다.

남 의원 등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양 캠프에 이어 최고지도부까지 싸움하는 것을 보면서 굉장히 위기감을 느꼈다"면서 "잘못하다가 당이 두동강 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모두가 공감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선돌입 전 적당한 시점에 '공정경선결의대회'를 갖고 당 대표와 최고위원, 당직자, 시.도당 위원장이 모두 공정경선에 서약토록 촉구하겠다"면서 "공정경선을 선언하고도 캠프 직책을 맡는 분들에 대해서는 실명으로 거론하고 사퇴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당 중심모임도 성명을 내고 "강 대표와 이 최고위원의 충돌은 작년 전당대회 당시 앙금의 연장선에서 발생된 것으로 보고 매우 우려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최고지도부의 분란은 국민 열망에 대한 배신행위로, 오늘의 사태는 당 중심으로 경선을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는 당 대표의 소극적인 자세에서 비롯된 점이 있음을 지적하며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당의 기강과 중심을 잡아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