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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국제음악제 봄시즌 취재기 ①

김수현

입력 : 2007.03.30 16:12|수정 : 2007.03.30 16:18


통영 국제음악제를 취재하기 위해 지난주 일요일까지, 3박 4일간의 출장을 다녀왔다. (통영국제 음악제 봄시즌은 29일까지 열렸다. 10월에는 가을 시즌이 시작된다.)

작곡가 윤이상의 고향에서 열리는 통영 국제음악제는 윤이상의 음악세계를 중심으로 현대음악이 많이 연주되는 음악제다. 올해로 6년째인데, 현대음악에만 치중하지 않고, 일반인들도 쉽게 즐길 수 있는, 비교적 대중적인 프로그램들도 꽤 있다. 

통영 국제음악제 1회 때부터 관심은 있었지만 직접 가볼 기회는 없었는데, 올해는 음악제도 전반적으로 취재해서 소개하고, 프로그램 중에 있는, 크로노스 콰르텟의 'Sun Rings' 한국 초연도 서울 공연에 앞서 소개할 겸 해서, 통영에 출장을 가게 됐다.

출장 첫날인 목요일, 오후 비행기를 타고 사천 공항에 내려 차로 1시간쯤 걸려 통영에  들어갔다. 통영은 10년 전쯤 여행 중 잠깐 들른 적이 있는데, 아담하고 정겨운 풍광이 지금도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다만 무슨무슨 모텔, 찜질방 등 그동안 많아진 '업소'들의 간판이 그 때보다 더 어지럽게 느껴졌을 뿐.

통영시민문화회관으로 직행해서 크로노스 콰르텟의 공연 리허설을 취재해야 했다. 음악제 개막은 금요일이었지만, 이 날 'Sun Rings'의 리허설이 열린다고 해서 하루 일찍 도착한 것이다. (아래 사진은 통영시민문화회관 야간 전경이다. 바다를 굽어보는 언덕에 자리하고 있어, 실제로 보면 사진에서보다 훨씬 더 예쁘다.)

 











크로노스 콰르텟은 현대음악을 주로 연주하는 세계적인 현악 4중주단이다. 낯설게 느껴지는 현대음악을 연주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대중성을 획득한 단체로 유명하다.

이번에 연주하는 'Sun Rings'는 미 항공우주국 '나사'가 태양계 탐사선 보이저 호 발사 25주년(2002년)을 기념해 크로노스 콰르텟에게 위촉한 곡이다. 나사가 25년 동안 우주에서 채집한 소리를 기반으로 테리 라일리가 작곡했고, 비주얼 디자인은 U2, 롤링스톤즈 등의 공연에서도 함께 작업했던 윌리 윌리엄스가 맡아 아주 생생하고 신비스러운 시각적 이미지를 창출했다.

나사가 제공한 우주의 사진과 필름, 연구원들의 메모, 그리고 'The Golden Record'(보이저 호가 싣고 떠난, 지구의 문명과 자연을 소개하기 위해 만든 자료. 나사는 우주 탐사 중 외계 생명체와 조우할 경우에 대비해 음성과 소리, 사진으로 된 이 자료를 만들었다.)를 활용해 윌리 윌리엄스가 만든 영상은 공연 내내 무대 뒤편 대형 스크린에 투사된다.

테리 라일리는 이 곡을 10개의 악장으로 만들었다. 각각의 악장을 '우주 경치'로 부른 테리 라일리는 연주자들이 우주 탐사선을 타고 태양계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탐험자처럼 느껴지도록 이 곡을 썼다고 한다.

실제로 리허설을 보니, 거대하고 신비스러운 우주의 영상 아래 연주하는 크로노스 콰르텟의 모습은 시간 여행자, 혹은 구도자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사진에서처럼 연주자들은 은빛 막대의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새소리, 물소리, 잡음, 굉음 같기도 한 우주의 소리는 현의 선율과 교감하며 울려퍼진다.  연주자들 앞에는 각각 봉이 하나씩 서 있는데, 이 봉 위쪽을 손바닥으로 스칠 때마다 미리 녹음된 우주의 소리가 '랜덤'으로 나도록 해놓았다.

현대음악이라 평소 듣던 클래식 음악보다는 조금 낯설게 들리긴 했지만, 생생한 시각적 이미지와 함께 진행돼 아주 난해한 작품으로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스크린에는 밤하늘 별똥별이 쏟아지기도 하고, 푸른 지구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고, 행성 표면의 폭발 장면인 듯 용암이 부글거리는 듯한 장면이 비치기도 하는데, 장엄하고 신비스럽다. 게다가 합창단의 목소리가 더해지는 부분은 굉장히 종교적으로 느껴졌다.

테리 라일리는 이 곡을 쓰고 있던 중 일어난 9.11 테러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는데, 그래서인지, 'The Golden Record'가 나오는 10악장에는 인간의 목소리로, 'One Earth, One People, One Love'라는 말이 나온다. 이 광활한 우주 속에 '한 점'에 지나지 않는 지구에 사는 인류는, 서로 사랑하며 평화스럽게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