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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방송시장도 열리나?

정명원

입력 : 2007.03.30 10:56|수정 : 2007.03.30 12:10


한미 FTA 협상이 어느덧 결론을 향해 치닫고 있군요.

결론에 이르다 보니 마지막 카드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결국 방송시장도 한미 FTA의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우리 협상단은 문화적 특성과 공익성을 감안해 방송 개방은 안 하겠다고 했는데요.

우리측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취재를 해 보니까 미국측 개방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외국인 지분제한과 지상파 방송프로그램 쿼터분야가 그 대상입니다.
현재 49% 이하로 돼 있는 방송 프로그램 제공업체의 외국인 지분 제한을 철폐하고, 지상파 프로그램의 편성쿼터도 완화하겠다는 건데요.

그러나 CNN 등 해외채널의 한국어 더빙방송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협상단의 고위관계자는 비위반 제소 대상에 지적재산권을 포함시키라는 미국 요구를 빼는 대신 방송시장을 개방할 것임을 내비쳤습니다.

비위반 제소에 관해선 지난 번에 보도도 했고 블로그에도 글이 있으니 참조하셨으면 합니다.

투자자 대 국가 소송조항 못지 않은 독소조항입니다.

만약 미국이 우리측 양보안을 수용하면 방송 콘텐츠 시장은 사실상 개방되는 셈입니다.

지상파 방송의 절반 가까이가 외국 프로그램으로 채워질 수 있고,대중 음악이나 애니메이션 분야는 외국 프로그램의 공세가 더 거셀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케이블 방송국의 경우 외국인 지분 제한이 없어지면서 미국의 거대 미디어 업체들이 채널과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시청자들 입장에서 보면 장기적으로는 지금처럼 월드컵 축구나 올림픽,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싼 값에 보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드리면 주한미군에 근무할 당시 미국동료들이 AFN에서 미식축구나 권투중계 등을 공짜로 중계해 주는 것에 대단히 놀라며 만족해 하는 것을 봤습니다. 미국에서는 중요 경기나 돈이 되는 콘텐츠는 어김없이 유료이기때문이죠.

한 가지 경험이 더 떠오릅니다. 방송시장이 사실상 개방된 호주에서 잠시 공부할 기회가 있었는데

TV 프로그램이 뉴스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미국 프로그램들로 채워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나이든 호주인들은 이상한 억양이 있는 영어를 쓰는데 젊은 친구들은 미국식 영어를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의 미래 모습이 아니길 바랄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