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선택권 확대와 맞물려 남녀공학 기피 우려도
일부 남녀공학 고등학교에서 남녀별로 내신 성적을 따로 산출해 온 관행이 올해 고교 신입생을 시작으로 점차 금지된다.
29일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개정한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훈령 719호)'은 남녀공학 고교에서 성별에 따라 내신 성적을 따로 산출할 수 있도록 허용한 조항을 삭제했다.
기존 훈령에는 '남녀공학인 고등학교에서는 학교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교장의 재량에 의해 남학생과 여학생을 별개의 계열로 인정하여 과목별 석차를 산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이를 근거로 인문계 학생과 자연계 학생이 석차에 따라 내신 성적을 따로 산출하듯이 '남녀'를 별개의 계열로 해석해 내신 성적을 산출해왔다.
이는 남녀공학 고교에서 대체로 여학생의 내신 성적이 남학생보다 우수해 남학생이 내신 경쟁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교육부의 7차 교육과정의 성적산출 방식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동일 교과를 같은 단위로 이수한 학생은 동일한 방식에 따라 성적을 내도록 하는 게 7차 교육과정의 원칙인데 남녀 학생의 성적을 따로 내면 산출 방식에서 학생 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며 교육부에 검토를 건의했다.
또 학교에서 남녀 학생이 같은 과목을 수강해도 같은 점수를 받은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낮은 등급을 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 성(性)에 의한 역차별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훈령 개정이 남녀공학 학교의 기피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시교육청은 2010학년도 고교 신입생부터 1단계에서 서울 전 지역 학교 중 2개교를 골라 추첨 배정하고 2단계에서는 거주지 인근 학교군 가운데 2개교를 다시 지원받아 30∼40% 추첨 배정할 계획이다.
이 경우 남학생들이 같은 조건이라면 남녀공학 학교보다는 남자 우수학교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남녀공학 학교의 기피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 훈령은 올해 고1에 적용되는 것을 시작으로 2008년 고2, 2009년 고3으로 확대 적용되기 때문에 학교선택권이 확대되는 2010학년도에는 남녀 내신성적 산출이 완전 봉쇄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선택권 확대 문제를 논의하면서 이 부분도 고려하기는 했지만 학생들이 학교의 시설이나 대학 진학률, 교수능력 등을 우선 고려할 것으로 판단해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고 밝혔다.
남녀 내신성적 별도 산출 규정이 만들어진 것은 1996년 서울 압구정동 소재 구정고에서 남녀 학생들의 내신성적 산출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은 다음부터다.
(서울=연합뉴스)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