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곁 떠나는게 아니라 충전시간 갖는 것"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 다니는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이 노 대통령의 곁을 '잠시' 떠난다.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비서관으로 출발, 4년1개월 동안 노 대통령을 한시도 떠나지 않으며 그림자처럼 보좌해왔고, 노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기 때문에 임기말까지 청와대에 남을 것으로 예상되던 그의 용퇴는 다소 뜻밖으로 받아들여진다.
연설비서관→대변인→제1부속실장→연설기획비서관→대변인 겸임→연설기획비서관으로 이어지는 경력에서 드러나듯, 윤 비서관은 노 대통령의 말, 글, 행동, 표정등 일거수 일투족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온 최측근 참모이다.
노 대통령이 취임 후 '독대(獨對) 금지 원칙'을 천명한 후 당·정·청의 고위직 인사들과 공식.비공식 면담시 거의 빠짐없이 배석해서 기록하는 역할도 윤 비서관에 맡겨져 왔었다.
'권력은 대통령과의 거리에서 나온다'는 통설에 따른다면, 윤 비서관은 충분히 권력의 힘을 과시하고 누릴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특유의 절제 된 언행과 겸손한 처신으로 그가 이 같은 구설에 오르내렸다는 얘기는 없다. 이는 노 대통령이 그를 가까이에 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노무현의 필사'(筆士)라는 애칭이 말해주듯 노 대통령의 뜻을 정확하게 읽고, 말과 글로 옮길 수 있는 최고의 참모라는 평가속에서, 지난 2005년 11월 신설된 연설기획비서관을 맡으며 노 대통령의 비공식 일정까지 챙기며 참여정부 '실록'을 정리하는 '사관'(史官)으로서의 임무도 부여됐다.
이런 윤 비서관이 임기 1년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청와대를 떠나는 것은 무엇보다 과중한 업무에서 비롯된 피로 누적, 건강 문제 등이 컸고, 청와대 비서실 근무라는 현업에서 벗어나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면서 대통령 기록 정리 작업에 전념하려는 목적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2003년 2월 첫 청와대 비서실 구성 당시의 비서관급 이상 핵심참모 중 지금까지 근무한 유일한 참모다.
청와대 원년 멤버인 문재인(文在寅) 비서실장, 이호철(李鎬喆) 국정상황실장의 경우도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각각 10개월 가량 청와대를 떠나 휴식을 취한 후 복귀했다.
윤 비서관은 그동안 대변인, 제1부속실장 등 한 순간도 긴장의 고삐를 놓을 수 없는 직책을 주로 맡았기 때문에 청와대 근무중 휴일을 온전히 쉰 날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어느 위치에 있든 '1인 다역'을 요구받아 업무부담이 과중했다.
올해초 대변인직을 넘기고 연설기획비서관으로 복귀한 후에도 기록임무 외에 대통령 메시지 관리, 지시사항 전달, 비서실내 업무조정 등 가욋일을 불가피하게 떠안아야 했다.
두 차례의 대변인 재임 당시 그의 일일 정례브리핑은 노 대통령 의중을 읽을 수 있는 가장 권위있는 창구가 되면서, 청와대 출입기자들 사이에 '영원한 대변인'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에 대변인에서 물러난 후에도 기자들의 전화는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관심사이면서도, 그에게 부여된 중요한 임무인 기록 정리에는 정작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 없다는 고충이 있었다.
한 관계자는 "윤 비서관은 청와대에 근무하는 한은 그의 역할과 위상 때문에 참여정부의 사초(史草)가 될 수도 있는 기록 정리의 일에만 전념하기 힘든데다 계속된 격무에 지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윤 비서관은 올해초 대변인직에서 물러나면서, 2월 중순께 이병완(李炳浣) 당시 비서실장의 사의 표명을 계기로 두 차례 사의를 밝혔고, 최근 그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노 대통령이 "쉬어라"며 사의를 수용했다는 후문이다.
윤 비서관은 23일 기자들과 만나 사의 표명 이유에 대해 "두번째 대변인할 때 체력의 한계를 많이 느꼈고, 일의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당분간 재충전과 휴식의 시간을 갖고 4년 동안 보고 들은 것을 정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곁을 떠난다는 얘기는 맞지 않고 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이라며 "그동안 제가 해왔던 일의 성격상 퇴임 이후 대통령을 돕고 보좌하는 일은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비서관은 노 대통령 퇴임 후 보좌할 비서관으 로 계속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는 윤 비서관의 퇴진으로 비서실 운용 시스템도 일정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그의 공백을 메우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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