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홍보처가 오늘 OECD 선진 27개국의 취재지원 시스템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해 보니 일단 정부청사안에 기자실을 운영하는 나라는 일본을 제외하고 거의 없으며, 대부분의 나라에서 기자들이 상주하는 출입기자제 보다는 일이 있을 때마다 기자들을 불러 정책을 소개하는 개방형 브리핑제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사전허락없이 공무원에 대한 직접취재는 모든 나라가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다음달 초쯤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는 거다.
대통령 선거를 1년도 남겨두지 않은 정권 후반기에 웬 뜬금없는 기자실 타령이냐고 의아해 하시는 분도 계실 것 같아 전후 사정을 소개할까 합니다.
청와대발 기자실 실태조사 '훈령'은 지난 1월 노무현 대통령이 "기자들이 죽치고 앉아 기사를 담합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직후였다. 이미 지난 2003년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출입기자제를 폐지하고 개방형 브리핑제로 바꿨는데, 기자들이 여전히 상주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보니까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놔도 기자들이 기사를 담합한다는 것이다. 배경이 이렇다 보니 결론은 뻔히 보인다. 기자들이 기사를 담합할 수 있는 상주 공간을 안만들면 되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때 국정홍보처가 다음달 초 발표할 취재지원 개선방안에는 크게 3가지 원칙이 담길 것으로 기사들은 예상한다. 첫째, 현재 기자실은 개방형 브리핑제 취지에 안맞다. 둘째, 기자들이 상주할 수 없도록 기자실 규모를 대폭 축소한다. 셋째 기자들이 함부로 공무원을 만날 수 없도록 한다. 이렇게 된다면 아마도 현재 청와대를 포함해 중앙청사, 과천, 대전청사와 경찰청등 13개 단독청사의 기자실은 그 규모가 대폭 축소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면 현재 운영되고 있는 기자실 공간이 그렇게 넓은가? 중앙청사의 경우 50여평의 공간에 행정자치부,교육부,통일부,여성가족부에 출입하는 기자들이 독서실처럼 따닥따닥 붙어있는 칸막이 책상에서 기사를 작성한다. 언론사별로 이런 칸막이 책상이 하나 있는 곳도 있고 출입기자가 많으면 2-3개까지 배당된다. 과거 기사를 쓰다가 잠시 쉴 수 있었던 소파도 이미 치워진 지 오래다.
예상되는 정부의 개선책은 언론사별로 배당한 칸막이 책상도 없애고, 순수하게 일반 평상에다 인터넷망만 연결해 누구나 먼저 온 사람이 앉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사는 본인들이 알아서 쓰고, 기사를 보낼 때만 인터넷망이 있으면 되니까 현재 기자실 규모도 폐쇄 또는 대축 축소하겠다는 것 같다. 오늘 브리핑때 기자들은 왜 그렇게까지 기자들을 불편하게 하냐고 질문했지만 국정홍보처 차장은 좀더 나은 취재지원을 위한 것이라는 말 뿐이었다.
물론 취재관행에 있어서 잘못되고 과도한 부분은 고쳐 나가야겠지만, 정부가 기자들의 정보 접근 기회를 차단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높다. 특히 정부는 오늘 발표자료에서 선진국들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다양한 측면에서 기자들의 취재를 지원하는 해외사례는 쏙 뺐다. 그래서 기자들의 더더욱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 더구나 공무원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막겠다는 것은 정말이지 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는 언론의 고유기능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기자들은 기자실이 없어지면 청사 인근에 별도의 사무실을 얻어 기사를 작성하면 그만이다. 시간에 쫓겨 왔다갔다 해야 하는게 좀 불편한 뿐이다. 하지만 출발의 시작이 기자들이 담합을 해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기사만을 쓴다는 집착이 국정마무리에 전념해야 할 때 때아닌 기자실 논란으로 번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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