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는 대표적인 통합론자로 이른바 제 3지대에서 헤쳐모이자를 주장해왔기 때문에 그리 새로울 일도 없습니다만, 그의 결심은 큰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그가 바로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 점에 주목해 그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가령 염의원이 "대통합해야 하고,그러려면 나가야 합니다.
아,그런데 대통령과의 관계때문에 고민입니다.
통합이 나의 오랜 소신이고 지론인 건 잘 알지요?"라고 말했다면
그 건 기사, 뉴스가 아닙니다.
이미 누구다 다 아는 내용이기 때문이죠.여기서 누구란 기자들과 정치인들을 말합니다.
다만 이번에 그는 저에게 결심을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갈 사람은 가고 있을 사람은 있는 걸로 정리하자"는 표현을 썼습니다.
무엇보다 대통령에 대해 "인간적인 고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인은 대의명분을 좇아야 하고 이제 마음을 굳혔다. 우리 모두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그의 말은 말그대로 "이건 기사다."는 제 확신을 굳혀줬습니다.
염의원이 가족과 함께 해외로 떠나기 직전인 어제 점심식사를 보좌관들과 하는 자리에 저도 염치불구하고 동석을 했습니다.
그 전에 전화통화를 30분동안 하면서 많은 얘기들을 들었습니다만, 마지막 확인을 하기 위해서였죠.
사실 전화로 얘기하는 것과 대면해서 얘기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전화로는 편하게 얘기하던 것도 막상 얼굴을 보면 좀 어려워지는 뭐 그런 것 말이죠.
농담과 가벼운 얘기로 점심식사를 비워가던 그는 "정동영 전 의장에게 하루전에 가서 내 뜻을 통보했다."는 말까지 해줬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나서 헤어질 때까지 참 많은 말을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예의를 지키기 위해 정중하게 말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생각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말의 속도가 빨라지고 약간씩 더듬기도 하면서 평소 생각을 그대로 쏟아내는 염의원의 습관은 점심 식사자리에서도 반복됐습니다.
이렇게 취재한 내용에 대한 데스크의 검증과정은 참 꼼꼼했습니다.
일단 저의 취재내용을 절반만 믿고, 사실이더라도 그 게 과연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에 대해 청문했습니다.
바로 언론사에서 기사가 만들어지는 기본적인 과정입니다.
백수현 국회반장과 토론은 짧지만 격하고 농도있게 진행됐습니다.
그 다음에 정치부장에게 설득하는 것은 국회반장의 몫이고, 최종적으로 뉴스 아이템에 채택되도록 하는 것은 정치부장의 역할입니다.
결정은 당연히 보도국장이 하는 거구요.
기사가 나가고 염의원의 보좌관들과 측근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전화를 받았다고 합니다.
저녁 8시부터 새벽까지 쉬지 않고 울려대는 전화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아예 몇시간동안 전화를 받지 않았는데도 배터리가 떨어졌다는 얘기도 하더군요.
결정적인 이유는 당사자인 염의원이 국내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확인할 사람이 없으니 주변 사람에 전화가 몰릴 수 밖에 없었겠죠.
보좌관들이나 확인을 위해 전화를 수없이 할 수 밖에 없었던 타사 동료기자들한테 미안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 게 또 기자하는 작은 재미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낙종을 하면 그 순간부터 그 기사를 확인하기 위한 지난한 과정을 거쳤던 게 한 두번이 아닙니다.
세상사가 그렇듯 취재현장에서의 생과사는 말 그대로 종이 한장 사이입니다.
이제는 염의원의 탈당이 가져올 후폭풍이 주요 취재내용이 될 겁니다.
9일밤에 염의원이 귀국하고 나면 과연 그가 자신의 말대로 다음달 14일 전당대회 이전의 어느 시점에 탈당할 지가 우선적인 포인트가 될 것이구요,
그와 함께 탈당할 의원들의 이름이 두번째 포인트가 될 겁니다.
그리고 여당 외부의 민주당과 고건측과 합류하게 되는지도 반드시 챙겨봐야 하는 부분입니다.
통합신당을 추진한다는 원칙까지만 합의한 뒤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던 여당내 통합론에 염의원의 탈당이 물꼬가 될 가능성은 상당히 있어 보입니다.
염의원과 같이 "지금 여당의 전당대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어렵고, 그런 상황에서 하염없이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꽤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탈당이라는 것은 정치인들에게는 어떤 면에서 거의 최후의 수단이기에 그렇게 쉬운 일은 분명 아닙니다.
염의원은 공언한 만큼 자기 말에 책임을 지겠지만, 생각은 공유하면서도 막상 탈당을 주저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염의원이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그래서 나오고 있습니다.
염의원은 그러나 "성공여부는 차치하고 정치인이 자기 소신이 섰으면 그대로 실천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청년같은 기개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켜볼 일입니다.
요즘 많은 말을 쏟아내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이 언제까지 측근이었던 한 의원의 탈당에 대해 침묵할지도 궁금합니다.
기사가 나가고 인터넷 포털에 오른 댓글들을 바라보면 대체적으로 비판적인 비아냥이 7-80%정도고, 이해한다는 반응이 20%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기존 정치권,그 중에서도 열린우리당에 대한 인식이 반영된 것 같더군요.
왜 염동연 의원이 탈당을 하려 하는지, 탈당하고 나서는 무엇을 하려 하는지, 그의 생각은 실현될 수 있을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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