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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의 눈물...

주영진

입력 : 2007.03.22 11:57


김한길 의원을 아시죠?

머리가 하얀, 유명 탤런트 최명길씨를 아내로 맞은, 기획과 전략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한때 유명소설가로 이름을 날린 김한기 의원입니다.

며칠전까지는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원내대표였지만, 지금은 무소속입니다.

정확하게는 집단탈당한 23명중의 한 명으로, 국회의원이라는 직책 말고는 아무 것도 맡고 있는 게 없습니다.

집단탈당과정에서 연락책 역할을 한 양형일 의원은 "김한길 의원이 아니었다면 23명이 한꺼번에 나가는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빚진 게 없는 거의 유일한 중진으로, 탈당하려는 우리와 같은 생각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생명을 건 탈당에 동의해준 김의원에게 한없는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집단탈당과정의 중심적 역할을 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말입니다.

그런 김한길 의원이 오늘 오전에 기자들을 만났습니다.

며칠전만 해도 국회 본청의 널찍한 원내대표 방을 썼겠지만, 오늘은 국회 의원회관 103호에서 기자들을 만났습니다.

한 측근은 "아직 교섭단체로 등록도 안되고 해서 유랑자 신세"라고 하더군요.

김의원이 기자들에게 한 말을 간략하게 요약해 보면

"며칠전까지 원내대표를 지낸 사람이 탈당할 수 있느냐 하는 비판이 있는데, 맞다, 책임이 크고 통감한다. 국민들께 죄송하다. 그런데 원내대표를 하면서 열린우리당의 한계와 현주소를 누구보다 잘 알게 됐다. 열린우리당으로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원내대표를 지냈기 때문에 여당의 품에 주저앉아서 속절없이 패배를 기다리는 것만이 진정으로 책임지는 자세일까  하는 게 고민의 핵심이었다. 당신들은 실패했으니까 한나라당에 정권을 넘겨라? 저는 동의할 수 없고 그렇게 하는 게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열린우리당의 희망은 열린우리당을 깨고 나온다고 생각했다. 누군가가 열린우리당의 틀을 깨고 돌파구를 마련해야 했다. 앞으로 백의종군하겠다."는 것입니다.

김의원의 보좌관은 "백의종군하겠다는 말에 방점을 찍어달라. 김의원 스스로 대선주자로 나서거나 대통합의 중심적 역할자로 이익을 챙기려는 게 아니다. 누구든지 우리가 추구하는 대통합의 물결에 동참해서 주역이 될 수 있다는 호소"라고 전하더군요.

그런데 김의원은 기자간담회가 한창 진행되던 도중 갑자기 말을 잠시 중단했습니다. 멀리서 목소리만 듣고 있던 저는 왜 그러나 하는 생각에 일어나서 김의원을 봤는데요, 김의원이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습니다.

어떤 대목이었냐 하면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후보였을 때 가까이에서 참여했지만 두번 다 대선을 몇달 앞둔 상황까지 승리를 말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모든 가능성에 대해서 최선을 다했다.

한나라당에 정권을 진상하는 것은 역사를 후퇴시키는 것이다.

민주평화중도개혁세력이 다시 집권하기 위해서는 작은 가능성 하나라도 버리지 말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책임을 피할 생각이 없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사실 김의원은 그렇게 감정적인 측면으로 다가오는 사람이 아니라는 게 중론입니다.

함께 원내대표단에서 일했던 한 의원도

"김의원은 좀처럼 속을 주지 않는다. 그의 논리와 명쾌함을 인정하지만 인간적으로 가까워진다는 느낌을 갖기가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런 김의원에게 눈물이라니 하는 생각이 순간 스쳐 지나갔습니다.

짐작으로는 "왜 나의 진정을 몰라주는지, 그래도 조금은 더 많은 국민에게 감동으로 다가갔던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승리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민주평화개혁세력의 재집권이얼마나 중요한지 알면서 그러느냐,좀 알아달라"는 마음이 격해진 게 아닌가 싶었는데요,

김의원의 또 다른 측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탈당을 결심한 뒤부터 김의원에게 온갖 비난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제 탈당을 결행한 뒤 방송뉴스나 오늘자 조간신문에서 강도높은 비판이 나오더라도 신경쓰지 말라고 조언했다.

김의원이 이런 일련의 상황에서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비판이 있을 줄 알면서도 막상 그런 비판을 접하면 얼마나 속이 상하는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요.

김의원을 옹호할 생각으로 이 글을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김의원의 눈물 (비록 방울방울 떨어진 것은 아니지만)이 지금 탈당한 많은 의원들의 심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나중에 그 눈물이 통한의 눈물로 돌아올 지, 아니면 기쁨의 눈물로 돌아올 지, 김의원도, 탈당한 의원들도, 지켜보는 저도, 여러분도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오직 그 분만이 알고 계시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