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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걸린 요리사, 8년간 특급호텔서 근무

김형주

입력 : 2007.03.17 14:18


"8년동안 국내 특급호텔 3곳에서 주방장을 지낸 외국인 초빙 요리사가 사실은 에이즈 환자였다." (SBS 단독보도)

취재원으로부터 처음 이 말을 듣고, 관련 서류를 넘겨받았을 때 저는 사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프랑스인 요리사는 지난 1998년 서울에서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특급호텔에 주방장으로 채용됐는데요,

2001년부터는 이 호텔과 경쟁하는 다른 특급호텔로 자리를 옮겼고, 2005년에는 또다시 다른 특급호텔로 직장을 옮겼습니다.

먼저 위생과 관련해 문제가 없는지 알아보는게 시급했습니다.

전문가들에게 수소문을 했고, 다행히 에이즈가 음식으로 옮지는 않는다는 자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요리 과정에서 날카로운 도구를 많이 쓰긴 하지만 피가 대량으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 먹는것으로는 옮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확실한 전염경로는 성관계.

이 요리사의 행적을 쫓아봤습니다.

한국의 일류 직장에서 많은 돈을 받고 일하면서 해외여행을 즐겼던 이 요리사는 유독 태국여행을 즐겼는데요, 50번이나 태국에 다녀올 정도였다고 하더군요.

국내인과의 성관계 여부는 개인 인권문제 등의 제약으로 밝혀낼 수 없었습니다.

에이즈 보균 사실이 밝혀진 것도 태국 여행에 다녀와서 혹시나 해서 병원을 찾았을 때였는데요,

온 몸에 붉은색 반점이 돋은 이 요리사는 국내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했고, 에이즈 양성 판정이 나오자 한국의 의료수준을 믿을 수 없다며  본국인 프랑스로 갔다고 하더군요.

직장에 통고도 하지 않고 사라져 특급호텔이 이 주방장의 소재 파악에 나서는 소동도 있었습니다.

이 요리사가 근무했던 호텔측은 에이즈 보균자였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고 말합니다.

매년 건강검진을 했지만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어 검진기관이 법적으로 에이즈 보균 여부를 회사사람들이 볼 수 있는 건강검진표에 작성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거죠.

그런데 문제는 이 외국인이 한국을 빠져나가고 나서야 질병관리본부가 사실을 알았다는겁니다.

외국인이 한국에 취업할 때는 무희나 가수 같은 특정직업이 아니면 에이즈 보균 여부를 검사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따라서 요리사는 검사 대상이 아니고 정기 검진도 없습니다.

그런데 출입국관리법에는 에이즈 같은 위험한 전염병을 보균한 외국인은 강제 추방시키거나 입국 취업 비자를 내주지 않도록 돼 있습니다.

예외의 경우는 지금까지 한 건 밖에 없었다는데, 지난해 한 외국 외교관이 면책특권으로 인해 국내 체류가 허용됐다고 하네요.

이미 국제적 문제로 떠오른 에이즈 문제에 대해 국내 현행법도 어느 정도 감염 방지책을 명시하고 있지만, 법만 있지 관리, 감독에 대한 규정이 전혀 없어 유명 무실한 것이 문제입니다.

뒤늦게 사실을 안 질병관리본부는 이 요리사에 대해 최소 5년간 국내 입국을 금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