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노숙자가 천년고찰 중 하나인 서울 북한산 도선사에 불을 질렀습니다.
38살 이 모씨는 사찰에 흉기를 들고 들어가 휘발유를 붓고 불을 질렀는데요,
다행히 절의 행정업무를 보는 사무실만 불탔고, 다친 사람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재작년 낙산사 화재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아찔한 사건이었습니다.
재작년 회사에서 내근을 하면서 강원도 화재 기사를 챙기고 있었을 때인데요,
소방방재청은 산불이 낙산사 앞에서 완전히 진화됐다고 방송사에 통보를 해왔죠.
저희도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을 때인데요,
갑자기 제보 전화가 빗발쳤습니다.
"낙산사인데요, 하늘을 뒤덮은 불똥이 날아들어오고 있어요!"
"절에 옮겨붙었습니다. 대웅전이 위험해요."
"소방차까지 불탔습니다. 대피해야 합니다."
바로 저를 포함한 SBS 취재진은 현장으로 급파됐죠.
한밤중 도착한 속초, 양양 등 지역은 도심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곳이 쑥대밭이 돼 있더군요.
불타는 산 한 가운데 들어가 바람의 방향이 바뀌지 않기를 기원하며 취재하기도 했습니다.
불길이 잡히고 진입한 낙산사는 폭탄을 맞은 듯 완전히 폐허가 돼 있었죠.
천 년 넘은 소중한 문화재가 허무하게 잿더미가 돼 있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깝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이번 도선사 화재를 보면서 한 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돌이킬 수 없는 문화재 소실을 막기 위해 화재나 범죄에 대해 문화재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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