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프랜차이즈 카페, 식당, 영화관 등지에 가면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자리 안내 도와드리겠습니다. 오른쪽이세요.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메리카노 한 잔 주문하셨습니다. 8천원이세요. 카드 할인해서 7천7백원이십니다.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 만원 받았습니다. 거스름돈 2천원7백원입니다. 여기 거스름돈 2천7백원이세요. 설탕,프림은 왼쪽 테이블에 있으세요. 즐거운 시간되세요. 감사합니다"
이것도 많이 줄인 건데, 들어설 때부터 뭔 물어보는게 그렇게 많은지 일일이 답하기도 귀찮고 안하자니 사람 무시하는 것 같고 해서 참 난감하다. 아니, 만원 내민 나나 만원 받은 종업원이나 눈 앞에서 빤히 만원 짜리를 보고 있는데 도대체 왜 그걸 복창해야하냔 말이다.
게다가 존댓말들은 왜 그렇게 써대는지... 나중에는 내가 뭘 주문했는지는 물론 내가 사람인지, 돈이신지, 테이블이신지, 오른쪽이신지 헛갈릴 지경이다.
이들은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은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기 때문에 이들과 대화에서는 사는 이와 파는 이 사이에 오가는 정 따위는 전혀 느낄 수 없다. 그걸 바라는 것은 요즘 같은 세상에서 한가하다 못해 한심한 기대 사항이니 넘어가자.
그런데 가만히 듣다 보면 이들은 말을 불필요하게 길게 하고 있을 뿐더러 매매 행위의 의미까지 왜곡시키고 있다. 언제부턴가 등장한 '도와주겠다'라는 표현 얘기다.
오늘 낮 점심 먹으러 선배들과 회사 앞 퓨전 중식당에 갔다. 식당에 들어서자 종업원들이 "안내 도와드리겠니다"로 시작해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로 전개하더니,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로 마무리한다. (이 중간에도 얼마나 많은 불필요한 말들이 오갔는지에 대해선 더이상 말하지 말자)
어차피 정담(情談)을 나누는 것도 아닐바에야 너는 네 일(손님이 밥을 먹도록 빨리 빨리 진행시키는 일)하고 나는 내 일(주문하고 밥 먹고 돈 내는 일) 하면 된다.
그런데 왜 내가 할 주문도 네가 '도와주고', 내가 할 계산도 네가 '도와주냔' 말이다. 나는 밥집에 가서 주문도 못하고 밥값 계산도 못하는 바보가 아니다. 네가 할 일은 주문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주문을 '받는 것'이고 계산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돈을 '받는 일'이다.
압권은 "안내 도와드리겠습니다" 였다. 아니, 안내를 도와주겠다니, 그럼 내가 안내를 받는 사람이 아니라 안내를 하는 사람이었다는건가. 아니면 안내 도우미 한 명이 더 있는건가.종업원은 그냥 안내를 하면 되는 것이다.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하긴 아르바이트하는 친구들이 무슨 죄가 있겠나. 시키는 사람들이 문제지. 이런 일련의 말도 안되는 생색용 문구를 만든 이들은, 그리고 돈내는 사람들을 '도와준다'는 아이디어를 낸 사람들은, 만일 집에서 아이들이 "아버지 성적표 열람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버지 등록금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 라고 한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
도대체 도와주긴 뭘 도와주냔 말이다. 돈은 내 주머니에서 나가 네 주머니로 들어가는건데. 좀 깎아주든지 돈 내주면서 그런 얘기하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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