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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괴범, CCTV에 덜미

김흥수

입력 : 2007.03.16 06:29


지난 11일 인천 송도에서 납치됐던 초등학교 2학년 박모 군(8)이 안타깝게도  숨진채 발견됐습니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각종 오폐수가 모이는 인천 남동공단 유수지였습니다. 포장용 테이프에 온몸이 결박당한 채 쌀포대가 씌워져 있었고 시신은 물 속에 가라앉아 있는 상태였습니다.

납치범의 진술에 경찰조사에서 박군은 납치 당일 밤 8시까지 살아있었고 인천 소래대교 인근에서 목소리를 녹음(협박용)한 뒤 다시 입을 테이프로 막아 차 뒷칸에 눕혀 놓았는데 2시간 반쯤 지난 밤 10시 반, 아이를 확인해보니 숨져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남동공단 유수지로 이동해 시신을 물에 빠뜨렸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납치된 오후 1시 반부터 밤 8시까지 줄 곳 손발이 결박당한채 테이프로 입이 막혀있는 상황에서도 멀쩡히 살아있던 아이가 밤에 갑자기 죽었다?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 부분입니다.

때문에 경찰에서도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오늘 오전(16일) 국과수에서 부검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납치범은 정말 교묘히도 경찰 수사망을 빠져나갔습니다. 납치 당일부터 검거까지 납치범은 모두 16차례에 걸쳐

협박전화를 걸어왔습니다. 그런데 인천이 아닌 지역(부천, 시흥)에서 전화를 건 것은 딱 두 번 뿐입니다.

나머지 14번의 전화는 모두 수사본부가 차려진 인천 연수경찰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납치범은  "어디 멀리 갈 곳도 없었고 가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고 말했습니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 올 것을 알면서도 대담(?)하게도 수사본부 근처에서 여러차례 전화를 한 것이지요.

주로 공중전화를 이용했기 때문에(물론 나중에 대포폰을 이용하기도 했지만) 경찰은 협박전화가 걸려오면 바로 발신지추적을 통해 수사진을 현장에 내보냈습니다. 하지만 취재현장에서 확인한 8차 협박전화 장면이 찍힌CCTV 를 확인한 결과 납치범이 통화를 마치고 현장을 떠난 지 3분여쯤 지나 순찰차가 도착했습니다.

납치범이 10초 이상 길게 통화한 적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빨리 발신지를 확인하고 순찰차를 내보낸다고 해도 시간적 한계가 있다는 경찰의 변명(?) 이었습니다.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납치범이 주로 전화를 걸어온 인천 연수구 일대 공중전화 6백여곳에 경력을 집중 배치해 공중전화 이용자들을 주의깊게 살폈는데도 납치범은 경찰을 비웃기라도 하듯 통화를 마치고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사건의 단서가 잡힌게 바로 12일 인천 청학동의 한 아파트 근처에 설치돼 있는 CCTV에서 였습니다.

아파트 입구로 견인차 한 대가 들어오는게 잡혔고 좀 있다 한 남자가 아파트 단지에서 나와 공중전화로 향했습니다. 통화가 끝난 뒤 다시 아파트 단지로 들어갔고 조금 뒤 견인차가 빠져나갔습니다.

경찰은 이 장면을 토대로 용의자는 견인차를 운전하는 사람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관내 견인차 업체를 수소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워낙 많은 견인차가 등록돼 있어 일일이 찾아다니는데도 한계가 있었죠.

하지만 견인차 기사들 사이에서는 차량의 특징이나 종류 등을 보면 대충 어느 사람의 차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사고 현장에 득달같이 달려드는게 견인차 기사들의 숙명(?)이다 보니 서로간에 얼굴 정도는 다 알고 있는 것이죠. 이 견인 기사들에게 CCTV에 찍힌 차량 사진을 보여줬더니 누구 차라는 답이 나온 것입니다.

납치범의 차는 한가지 특징이 있었습니다. 바로 트럭 앞부분에 쏘렌토 범퍼가 달려 있었던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견인차 기사들은 투산 범퍼를 달고 다닌다고 합니다. 납치범의 차는 당연히 다른 견인 기사들에게 알려졌던 차였고 다른 기사들의 진술을 통해 납치범이 이모 씨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CCTV의 위력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순간이었죠. 이 때부터 용의자를 검거하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줄곳 탐문수사를 벌였고 결국 사건 발생 나흘만인 14일 오후 자신의 아파트단지 인근에 차를 세우고 휴식을 취하고 있던 납치용의자를 검거하게 됐습니다.

납치용의자 이씨는 11살짜리 아들을 둔 한 가정의 가장이었습니다. 자신의 견인차에 아들의 사진을 붙이고 다닐 정도니 여느 부모들 못지않게 자기 자식은 사랑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어떻게 일런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는지 정말 생각만해도 답답한 일입니다.

언론 인터뷰에서 울먹이며 뒤늦게 죄를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이미 평화롭던 한 가정이 파탄났는데 이런 속죄가 어느 정도 받아들여지겠습니까? 이미 피해 학생의 부모는 거의 실신 직전의 상태이고 함께 공부하던  피해학생의 같은반 친구들, 교사들 너무나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아버지로서 다시 한 번만 생각을 해 봤더라면...아무리 빚에 쪼들리고 돈이 필요했다고 하지만(이씨의 진술) 정말 이건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밖에 들 지 않습니다. 유흥에 빠져 3천원의 빚을 졌고 아파트 담보 대출금 1억원까지 갚을 길이 막막해 부인과 자주 다투다가 이렇게 됐다고 이씨는 말했지만 3억이나 하는 33평 아파트에 고급 SUV차량을 몰고 다니는 이씨의 생활을 봤을 때 빚에 쪼들려 범행을 했다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변명으로 들릴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아들이 살아올거라는 막연한 기대에 의지해 나흘간 지옥같은 하루하루를 보냈던 아이의 부모와 유가족들을 생각하면 말문이 막힐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