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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아들의 보궐선거 출마

심석태

입력 : 2007.03.15 23:52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인 홍업씨가 다음달 25일에 치러지는 무안-신안 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습니다. 아태재단 전 부이사장인 김씨는 오늘 무안군 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 후보 등록도 마쳤습니다. 며칠 전에는 무안을 방문해 거처도 구했다고 합니다.

김씨는 전남도 의회 기자실에서 기자 회견도 가졌습니다. "이번 보궐선거가 우리 정치와 지역의 미래에 참으로 중차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는군요.

또 출마 선언문도 발표했는데 "이번 선거는 우리 지역이 새로운 도약과 발전의 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는 선거"라면서 "분열된 민주세력, 평화세력을 하나로 묶는 데 밀알의 역할을 다하겠다", "아들로서, 때론 동지로서 아버지인 김대중 전 대통령 곁을 지키며 쌓아온 과분한 경험을 남김없이 다 바칠 것", "오는 4월 25일 무안, 신안에 희망과 도약의 역사가 시작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밝혔답니다.

그런데 김씨는 이 지역에서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민주당이나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서는 것이 아니라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특히 민주당은 이미 이 선거구에 내보낼 후보를 공모하는 중인데 여기에 응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민주당을 여전히 사랑하며 분당 전의 새천년민주당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에 지인들이 많은 만큼 분열된 민주세력을 통합하는 데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나라는 민주 사회입니다. 누구나 헌법에 의해서 참정권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출마는 당연한 김씨의 권리입니다. 적어도 단순한 법률 논리로만 보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일만은 아닌 듯 합니다.

무안-신안은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하는 바람에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됐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16대 국회에서 DJ의 큰아들인 김홍일씨가 권노갑씨의 지역구인 목포를 물려받은 것과 흡사한 양상입니다 (홍일씨는 현재는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돼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직을 상실한 상태입니다).

더구나 홍업씨는 DJ가 대통령이던 지난 2002년 수십억 원의 부정한 돈을 받았다가 징역 2년형이 확정됐으며 지난 2005년에 사면됐습니다. 사람들은 아직도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재판을 받던 김씨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신안이 아버지 고향이란 것 외에는 홍업씨와는 아무런 연고도 없습니다. 만약 홍업씨가 무안-신안이 아닌 다른 지역구, 이를테면 수도권 같은 곳에서 출마를 생각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사실상 이번 재보선을 포기한 열린우리당과는 달리 후보를 공모하고 있던 민주당은 당장 고민에 빠졌습니다. 명색이 공당으로서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DJ의 아들이 출마하는데 거기다 후보를 내서 맞붙는 것도 마땅치 않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이 아무리 부정을 해도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당이고 DJ가 여전히 호남의 맹주이자 민주당의 출발점이기 때문이지요.

다른 정당도 내놓고 홍업씨의 출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속으로야 말이 안 된다고 생각을 하더라도 이걸 내놓고 밝힐 경우 엉뚱한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말로는 새정치, 정치 개혁 운운 하지만 표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는 정치권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죠. DJ의 지역민에 대한 영향력을 거슬러서 도움될 것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지역 시민단체들에서는 홍업씨의 출마는 지역민들을 무시한 처사라며 비판을 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현실 정치는 역시 정치인들의 게임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홍업씨는 시민단체의 비판에 대해 "자기가 잘 하면 이해할 것"이라며 이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출마를 강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역시 선거구의 유권자들이 어떤 판단을 하는지를 지켜볼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홍업씨의 출마를 전직 대통령인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개인적인 발판을 얻기 위한 것으로 보는지, 아니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등의 통합을 위한 노력으로 보는지, 무안-신안 지역의 유권자들의 판단이 궁금합니다.

하지만 이들 유권자들의 판단에 앞서 제대로 된 정당이고 정치 집단이라면 홍업씨의 출마에 대해 기존의 정당과 정파들이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아무런 지역적 연고도 없는 사람이, 더구나 대형 비리 사건으로 대통령이던 아버지의 입장을 한없이 곤란하게 만들고 국정 수행에 차질을 줬던 사람이, 단지 사면 복권을 통해 법적 자격을 갖췄다는 이유로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서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는 해당 지역구민들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