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몇주동안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선 한 방송인의 개인적인 진로고민이 그야말로 실시간으로 보도되는 기이한 현상이 있었죠.
주인공은 바로 문화방송 아나운서인(지금은 사표를 냈으니 '문화방송 아나운서였던'이 맞겠군요 ) 김성주씨였습니다.
회사와 막판 협상을 하는 모습까지 몇주간 각종 인터넷언론에 보도된 뒤, 결국 김성주씨가 내린 선택은 '사표' 였습니다.
뒤이어 친정격인 문화방송 아나운서국장 등 그가 몸담고 있던 곳에선 '키워준 조직을 배신한' 전 조직원에 대한 적절한 응징을 하겠다는 비장한 의견들이 이어졌구요.
문화방송 아나운서국장이 '이런 응징'이 타당하다고 밝힌 논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나운서에게 방송사는 기회를 제공하며, 상위 랭킹에 속하는 연봉을 주고 인재를 만든다.그런 스타를 연예기획사가 거액으로 데려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결코 도덕적이지 않다. 방송사에서 다 키워놓은 아나운서를 열매만 따먹는 꼴이다. 돈에도 윤리와 도덕이 있는 법이다."
최근들어 아나운서가 프리랜서를 선언할때 마다 어김없이 불거지는 윤리와 도덕성 논란을 볼때면, 우리사회에 아직도 여전한 위력을 과시하는 비합리적인 유교적 사고의 편린을 보는 듯 합니다.
'잘 나가는' 아나운서들을 아예 '나가게' 만들게 톱스타 MC에 의존한 프로그램을 만든 것도, 그러한 사태가 뻔히 보이는데도 적극적인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도, 직접적인 책임은 조직 내부에 있는데 마지막 순간까지 개인의 조직에 대한 '충성'을 믿으며 낙관적인 결론을 바라니까요.
강수정이나 김성주의 선택을 놓고 자신을 키워준 조직은 생각지 않는 이기적인 선택이라는 평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만들어진 현재의 방송 메커니즘을 냉정하게 따져보는 것이 더 우선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이 자신의 이익이 극대화되는 쪽으로 하는 선택을 마냥 비난할순 없으니까요.
일단 현재 공중파 아나운서들의 위상은 참으로 애매합니다.
매우 중요한 본령이라 생각했던 뉴스는 이미 남자앵커의 경우 남자기자들에게 메인뉴스의 진행이 넘어간지 오래이고, 여자앵커의 경우도 여기자를 기용하려는 추세에, 교양프로그램에선 전문가집단이나 전방위적으로 활동하는 mc나 성우에게 자리를 위협받습니다.
특히 기자와 PD등 다른 방송직군과 똑같이 치열한 시험을 뚫고 들어왔음에도, 언제나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야 방송을 할 수 있다는 태생적 한계로 이들에겐 끊임없이 존재에 대한 회의를 하게 만듭니다.
예능 톱mc들의 회당 출연료가 1000만원을 상회하는 시점에, 바로 그 같은 높은 개런티를 만들어준 조직에서 같은 프로그램에서 활동하며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아나운서들에겐 '조직원이니, 돈엔 초연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핵심은 결국 콘덴츠이고, 그 콘덴츠의 핵은 역시 스타입니다.
조직의 힘이든, 자신의 노력이든 일단 스타의 반열에 오른 자신들의 콘덴츠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이용할 수 있는지는 지상파방송사로서 독점적 지위가 사라지고, 콘덴츠 프로바이더로서 생존법을 모색해야 하는 방송사들이 진지하게 고민할 문제임에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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