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저녁 차를 운전하고 회사로 향하던 중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부천에서 가스냄새가 심하게 난다는 제보다" 인천지국에 함께 근무하는 카메라기자 선배의 전화였습니다. 가스냄새? "식당이나 유흥업소가 밀집한 상가지역에서는 비슷한 냄새가 나기도 하고 그런것 아닌가?" 반신반의 끝에 일단 가스안전공사 상황실에 전화를 걸어 확인을 했습니다.
근무자 曰 부천 소사구 일대에서 일부 주민들의 가스냄새 신고전화가 들어와 조사반을 내보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방금전 일어난 일이라 아직 상황실에서도 상황파악이 전혀 안된 상태였습니다. 혹시 도시가스라도 새고 있다면... 대형 폭발사고라도 일어난다면... 머리 속에 이런저런 생각이 복잡해지기 시작했고 혼자 판단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일단 운전대를 잡은 상태에서 회사에 전화를 걸어 후배 기자에서 1보 단신을 불렀습니다.
5분여 뒤 회사에 도착해 다시 한 번 상황을 체크했습니다. 인천지역에서도 같은 내용의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단 현장스케치를 위해 부천으로 내보낸 카메라기자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선배~ 어때요? 냄새가 진짜 나긴 나요?" "인천에서도 냄새 난다는데..."
("어~ 야, 이거 냄새 진짜 난다. 뭐 가스 냄새같기도 하고 하여튼 냄새가 진동한다....")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습니다. 현재까지 취재된 내용으로 2보를 쓰고 캡에게 추가보고,
데스크에 이어 부장에게까지 보고가 됐고 손이 비어있는 선후배기자들은 모두 상황취재에 달려들었습니다.
소방방재본부, 인천.부천 시청, 가스안전공사 상황실 등에 주민 신고가 백건 이상 접수, 처음 신고가 들어온 시간은 6시 35분, 가스냄새와 비슷. 쓰레기 타는 냄새와 비슷. 폐기물 실은 차량이 지나가면서 나는 냄새일 수 있다..." 등등의 내용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미 8시 뉴스는 시작됐고 긴박한 상황에서 선후배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8시 뉴스에 단독으로 전화리포트를 댈 수 있었습니다. 다른 방송과 일간지 등 여러 언론에서도 마감뉴스와 다음날 아침 주요뉴스로 다루는 등 충분히 기사거리가 되는 상황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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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인천시와 부천시, 가스안전공사 등은 원인파악에 분주했습니다. 일단 발생직후 가스누출로 의심됐었지만 가스안전공사의 진단 결과 도시가스 누출은 아닌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도시가스의 경우 메탄가스가 주요 성분이지만 검침결과 메탄가스는 전혀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에서 어떻게 이같은 악취가 발생한 것일까?
그건 취재에 나선 기자들이나 원인파악에 나선 관계자들이나 모두 궁금한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장 어떤 결론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워낙 악취 발생 지역이 광범위(인천 부평, 부천 소사구 등, 시흥, 광명, 서울 구로구) 한데다 정확한 원인물질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었고 또 어디에서 먼저 악취가 시작됐는지조차도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죠.
일단 인천시가 관계기관들 사이에서 키를 잡고 원인규명에 나섰습니다. 첫 신고가 들어온 부평지역 4곳에서 악취시료를 채취해 보건환경연구원에 성분분석을 의뢰했고 환경공무원들과 가스안전공사 직원들로 구성된 합동조사반을 현장에 투입해 원인규명을 위한 조사를 벌였습니다. 하지만 발품을 팔아 악취가 발생할 만한 지역 또는 산업체(공단 등)를 둘러보고 관계자들에게 물어보고,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물어보고 ... 뭐 이런 식의 방식으로 진행된 합동조사에서는 별다른 결론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과학적 분석이 더해지면서 조금씩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죠. 악취 발생 당일 대기이동측정차량을 이용해 당시 바람의 이동방향, 풍속 등을 측정해두었던 것이 주요했습니다. 이에 대한 분석작업이 이뤄지면서 조금씩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던 것이죠.
일단 악취는 인천 남부지역(남부, 남동구)에서 발생해 서남서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인천 부평구 일대, 부천 송내, 소사, 광명, 시흥, 서울 구로... 뭐 이런 식으로 번져갔다는 사실을 하나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냄새는 당연히 바람을 타고 번진다는 지극히도 상식적인 이론에 바탕을 둔 것이지만요.
또 하나는 당시의 기온이었습니다. 낮동안 13도 정도를 유지하던 기온은 저녁들면서 8도 정도로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기온역전현상이 일어났고 대기중에 머물러 있던 악취유발물질들이 지상으로 번진 것으로 보인다"라는 게 또 하나 인천시가 얻은 결론이었죠.
하지만 발생 2~3일째까지 "가스는 아니고 어떤 원인물질에 의한 악취다" "발생지점은 인천 남부지역(남동구,남구)지역이다" 등의 내용만 나왔을 뿐 정확한 발생업체, 원인물질 등은 규명되지 않은채로 답보상태가 계속됐습니다. "당연히 관계당국에서는 원인규명 중이다. 아직 뚜렷한 건 나오지 않았다." 라는 말만 되풀이했죠.
일단 어떤 물질에 의한 악취인지를 규명하는 일이 시급했습니다. 그래야 원인물질을 토대로 발생가능 업종 or 업체 등을 추정할 수 있을테니까요. 보건환경연구원에서 분석중인 악취시료 성분분석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결과가 오늘 나왔습니다. 보건환경연구원에서는 시료를 가지고 복합악취(취기강도), 지정악취물질(12종), 휘발성 유기화합물질, 대기환경오염도 등에 대한 분석을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복합악취(취기강도) 즉, 냄새가 농도, 진하기 등으로 설명되는 취기강도가 평소의 3~5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지정악취물질에 대한 조사에서는 암모니아, 스타이렌, 황화수소만이 검출됐을 뿐그외 알데히드류 등 다른 악취유발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검출된 물질도 평상시의 공기중에 포함된 일반적인 수준이었습니다.
대기환경오염도 조사에서도 뚜렷한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한가지 단서가 바로 휘발성 유기화합물질에 대한 분석에서 나왔습니다. 벤젠, 에탄, 프로판, 톨루엔 등 8종에 대한 휘발성유기화합물질 검사에서 벤젠과 톨루엔 두 가지의 수치가 평상시의 2~3배 정도 높게 나온 것입니다.
때문에 벤젠과 톨루엔이 바로 악취(가스냄새)의 원인물질이라는 결론이 나올 수 있었고 이를 토대로 석유화학제품 제조업체, 유기용제사용업체 등이 이같은 물질의 발생가능 업체라는 답도 나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발생지점으로 추정된 인천 남구와 남동구에서 백 7십개가 넘는 관련 업체들이 있습니다. 여기서 또 문제에 봉착한 것이지요. 일주일이 지난 상황에서 이 많은 업체들 가운데 어떻게 정확한 발생업체를 찾아낼 수 있을까? 인천시는 또 다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아니 고민이라기보다는 "이제 할만큼했다" "원인을 찾기보다는 앞으로 재발 방지대책이나 세우자" 라는 거의 자포자기(어디까지나 취재현장에서 느낀 기자의 개인적인 생각임)식의 사고...
뭐 이런 것이 실무부서의 분위기로 느껴졌습니다. 오늘 배포한 보도자료(첨부)를 보더라도 시료분석 결과와 그로 인한 발생업체 추정. 앞으로의 재발방지대책 등이 주요내용입니다. 원인규명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이죠.
담당자와 지리한 대화를 통해 오늘 또 하나 알아낸 것이 악취 발생 당일인 지난달 26일, 남동구의 한 대규모 아파트단지에서 지하주차장 에폭시 작업을 했다는 것입니다. 에폭시는 시설물의 방수,부식 등을 방지하기 위해 칠하는 화학물질입니다. 쉽게 말하면 페인트의 일종으로 벤젠과 톨루엔이 주요 성분입??로하는 에폭시 작업이 이뤄 수도 있다는 강력한 추측을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인천시의 설명은 여전히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이다." 여러가지 상황, 기온역전현상, 석유화학업체, 공사현장 등의 요인이 종합적으로 합쳐져 발생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라는 지극히도 조심스럽고 원론적인 대답만 되풀이했습니다.
앞으로도 원인규명 작업은 계속된다고 하지만 수십만명의 시민들에게 불편을 안겨줬던 악취소동은 명확한 원인도 찾지 못한채 수면 밑으로 사라질 상황에 처했다고 밖에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원인이 관계당국의 무능이던, 어떤 방법으로도 원인규명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던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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