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아침, 일본의 우익 성향의 두 신문이 같은 소재의 기사를 실었다.
위안부 기사다.
요미우리 신문은 '군, 강제동원 안했다'는 제목으로, 일본 군이나 정부가 위안부를 강제 동원했다는 이른바 '고노 담화'를 수정하려는 움직임이 일본 정치권 내에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3.1절 당일에 모임을 갖고 이같은 제안을 구체적으로 제안하기로 했다고 요미우리 신문은 전했다.
대표적인 우익 신문 산케이 신문 역시 같은 내용을 실었다.
일본 정치권에 불고 있는 '고노 담화 수정 바람'은 이렇게 불기 시작했다.
우익 성향의 정치인들이 이들 신문에 내용을 흘려 바람을 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신문에 보도가 되자, 정치인들은 한발 물러섰다.
아베 총리의 방미나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일을 앞두고 고노 담화를 수정할 경우 주변국과의 마찰이 불을 보듯 뻔한 만큼, 여론만 환기시키자는 전략이다.
이들이 실제로 이런 바람을 불도록 한 이유는, 미 하원에서 심의중인 위안부 결의안 때문이다.
위안부 결의안이 이른바 고노 담화를 근거로 하고 있기 때문에, 고노 담화 자체를 흔들어서 위안부 결의안 채택에 영향을 미치도록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은 미 의회를 상대로 엄청난 로비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일본은 고노 담화를 수정할까?
수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공식적으로는 기존의 담화를 고수하면서 물밑에서는 '할 말은 다 한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도 '민주 국가인 만큼 다양한 의견이 있는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오히려 한국이 이 문제에 도발적으로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을 지 모른다.
한국과 감정적으로 대립해야 일본 내 젊은 층도 뭉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지율 하락으로 고민하는 아베 정권으로선 생각해 볼만한 국면 전환용 카드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고노 담화를 수정하자고 주장하는 의원들 모임은 대부분 젊은 정치인들입니다. 그들은 할아버지 문제를 지금까지 끌고 온 데 대해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여전히 감정적으로 대응할 경우 그들에게 오히려 유리합니다. 앞으로 외교는 논리 싸움입니다. 일본이 고노 담화를 수정하기 전까지는 담담하게 대응하면서, '핵심'인 '강제성'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실제로 이번 담화 수정을 추진하는 모임인 '일본의 앞날과 역사 교육을 생각하는 의원 모임'은 아베 총리가 원래 만든 조직이라는 점을 눈여겨 볼만하다.
아베 총리는 앞으로도, 겉으로는 변화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물밑에서는 '새로운 일본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각종 변칙적인 전략을 취할 공산이 크다.
그것이 아베가 주장하는 '아름다운 국가'를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그런 전략으로 나갈 거라면 우리의 전략은?
그동안과 같이 감정적이고 도발적인 대응만이 능사는 아니지 않을까?
일본은 새로운 세대가 선두에 나서서 새로운 전략을 가다듬는데, 우리는 여전히 60년대식 한일관계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고민해 볼만한 숙제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