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녀석 봄방학에 맞춰 일주일간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모처럼 가족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지내면서 재충전을 한 것 같은데 금새 방전이 다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에는 한국, 일본, 미국 영화들이 골고루 선보이는데 통상 개봉일인 목요일이 공휴일이어서 모두 하루씩 당겨서 개봉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난해 12월 20일 개봉했던 올드미스 다이어리 - 극장판이 재개봉했다는 소식입니다.
올드미스 다이어리-극장판

지난해 12월 20일 연말 대작영화들 틈에서 190개 상영관을 어렵게 확보해 개봉했다가 3주만에 내려졌는데 높은 객석점유율에도 불구하고 85만 관객을 동원하며 3주만에 간판을 내렸습니다. 190개 상영관이라고 해도 멀티플렉스에서 제일 작은 상영관을 얻거나 하루 1-3차례만 번갈아 상영하는 교차상영이 대부분이었는데요. TV시트콤 시절부터 구성된 열혈팬들의 요청을 멀티플렉스 체인인 프리머스가 받아들여 어제부터 전국 11개 상영관에서 재개봉을 했습니다.
예지원의 꾸밈없는 모습과 망가질땐 확 망가지는 코믹 연기는 ‘한국판 브리짓 존스’라는 평을 얻었고 세 할머니들의 황혼 로맨스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 많은 여성팬들을 확보했었는데 거대 배급사의 힘으로 상징되는 자본의 힘이 갈수록 막강해지는 가운데 관객의 힘으로 영화를 재개봉시키는 이번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지만 앞으로 자주 일어났으면 하는 작지만 큰 사건입니다. 개봉당시 놓쳤던 분들이라면 찾아가 보신다면 후회안할 만큼 재미있습니다.
좋지 아니한가

[말아톤]으로 일약 흥행감독으로 떠오른 정윤철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다소 독특한 가족 코미디 영화입니다. 김혜수, 박해일 같은 쟁쟁한 배우가 조연급으로 흔쾌히 출연을 허락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이름값에 걸맞는 연기를 선보입니다.
외국물 먹은 버터발음이 넘쳐나는 여고에 식민지 발음을 달고있어 존경은 커녕 무시받는 중년의 영어선생 심선생(천호진) 가족은 글자 그대로 콩가루 집안입니다. 무협작가를 꿈꾸는 이모(김혜수)는 빈둥거리는 속좋은 여자 백수의 전형을 보여주고, 뚜껑이 떨어져나간 밥솥을 허리띠로 조여매며 악착같이 살던 엄마는 어느날 노래방 젊은 청년에 넋이 나갑니다. 아들 녀석은 원조교제를 일삼으며 발레리나를 꿈꾸는 가난한 여학생에게 사랑의 맹세를 하고 큰 눈망울의 딸자식은 공부에는 관심없고 노래방같은 곳을 전전하며 엉뚱한 공상만 합니다.
코미디 영화를 떠나 한국영화는 스토리가 강하고 또 강해야 관객들에게 먹힙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스토리보다는 캐릭터에 초점을 맞춘 영화입니다. 물론 줄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각각의 캐릭터들의 특성속에 모든 가족들이 공평한 비중으로 다뤄져 다소 독특한 느낌을 줍니다. 스토리 위주의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은 다소 당혹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가족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우리 모두 가족 구성원 가운데 한 두명쯤은 골치아프게하는 존재가 있고 또 가족간에 소통의 단절이나 기능적인 관계만 남아있는 경우도 많은 현실에서 진정한 가족이란 이해할 수 없더라도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질문을 조심스럽게 던지고 있습니다. 정윤철 감독의 이번 영화는 [말아톤]만큼 매끄럽지 못한 느낌인데 색다르고 새로운 시도를 펼치는데서 오는 한계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작가성과 대중성을 함께 끌고 가려는 그의 노력이 계속 펼쳐지기를 기대해봅니다.
훌라걸스

재일동포인 이상일 감독 작품으로 제작사도 재일동포가 운영하는 [시네콰논]입니다. 이쯤되면 일본 영화계에서는 비주류에 속하는데 지난달 19일 열린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5관왕을 차지했습니다. 거대 배급사들이 독식해온 다소 보수적인 성격의 일본 아카데미가 이런 선택을 해서 화제가 됐습니다.
1960년대 석유 시대의 도래로 쇠락해 가는 탄광촌, 회사는 수천명을 정리해고 하겠다는 예고를 하고 일부 주민은 평소에 그냥 돈들여 처리해버리는 온천수를 이용해 대규모 하와이식 리조트 건설을 계획하고 훌라댄스를 도입하려고 도쿄에서 선생님까지 모셔옵니다. 탄광촌의 몇몇 소녀들은 홀라춤을 배우는 것이 칙칙한 탄광촌을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하고 죽자사자 매달립니다.
일종의 성장영화 내지는 뻔한 성공스토리인데 관습적이고 낡은 이야기 구조지만 진정성과 소박한 자세로 감동을 켜켜이 쌓아 올립니다. 일본에서 신세대 스타로 떠오르고 있는 아오이 유우의 매력이 빛을 발하고 그 귀여운 입에서 나오는 사투리 말투가 우리 강원도 사투리와 비슷해서 아주 까무라치게 귀엽습니다.
이밖에 윌 스미스가 자신의 아들과 함께 출연해 노숙자 가장의 성공스토리를 그린 [행복을 찾아서]와 휴 그랜트, 드류 베리모어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인 [그 여자 작곡, 그 남자 작사], [양들의 침묵]에서 무시무시한 살인마로 등장한 한니발 렉터 박사가 어떻게 살인마의 길로 들어섰는지는 보여주는 한니발 시리즈의 프리퀄인 [한니발 라이징]등이 개봉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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