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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스크린 속으로

김수현

입력 : 2007.02.26 08:20|수정 : 2007.02.27 23:49


안녕하세요?
요즘 정말 날씨가 따뜻해서 두꺼운 롱코트를 걸쳐 입기가 어색할 정도입니다.
봄이 다가온다는 뜻이겠지요. 
잘 지내고 계시는지요? 
 
오늘은 쉽고, 편하고, 저렴하게 즐기는 오페라 얘깁니다.
뮤지컬 같은 오페라 '마술피리'를 보고 와서 쓴 글입니다.
제 블로그 https://ublog.sbs.co.kr/shkim0423에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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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는

공주와 왕자가 등장하고 환상적이고 동화적인 이야기로 진행돼

어린이들도 즐기는 '가족 오페라'로 자주 공연되는 작품이다.

 

그래서 '가족 뮤지컬'의 대명사 '라이온 킹'에서

기발한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아프리카 초원을 무대 위에 재현했던 연출가 줄리 테이머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마술 피리'를 연출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가 막힌 조합'이라는 생각을 했었고, 그 결과물을 직접 보고 싶었던 것이다.

 

지난 금요일, 드디어 이 작품을 봤다.

뉴욕에 비행기 타고 날아갔다 온 것은 아니다.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메트 오페라 온 스크린' 상영회를 다녀온 것이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2006/2007 시즌 개막작인 '나비부인'을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그리고 줄리 테이머 연출의 '마술피리'를 비롯해 6편의 이번 시즌 작품 공연 실황을

미국과 영국, 캐나다, 일본 등의 영화관 100곳에서 위성중계해,

어른 18달러, 어린이 15달러 정도의 가격에 가까운 영화관에서 실황을 볼 수 있게 했다.

팝콘 먹으며 영화 보던 극장에서 오페라 실황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은

'오페라 대중화'를 위해 메트 오페라가 선택한 파격적인 실험이라 할 수 있다.

 

메트가 선정한 전세계 100곳의 극장 중에 한국 극장은 없지만,

이번 상영회 주최측은 일본측의 협조를 받아 녹화 중계로 이번 행사를 열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영화관이 아니라 공연장으로 사용되는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게 조금 다르다.

 

이번 '마술피리' 프로덕션은

독일어 대사를 모두 영어로 바꾸고, 공연 길이도 1시간 반 정도로 대폭 축소했다.

탈과 인형을 기발하게 활용하고, 무대의 색감이 뛰어난

줄리 테이머의 스타일이 뚜렷하게 드러났고,

동양 문화에 관심이 많은 그의 취향을 반영하듯,

등장 인물들의 분장이나 의상은 일본풍이 역력해 보였다.

전체적으로는 모차르트 음악으로 만든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메트의 실험을 주도하는 피터 겔브 메트 오페라 총감독이나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이

공연 시작 전에 '리포터'로 등장하는 게 재미있었고,

공연장 안팎, 백스테이지를 비추는 카메라 워크는 아주 생생해서 현장감이 뛰어났다.

필름의 해상도는 괜찮은 편이었으나, 호암아트홀이 문제인지, 필름 자체가 문제인지,

음향이 상당히 답답하게 들리는 것은 아쉬웠다.

 

객석은 매진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많이 찬 듯 했고,

부모님과 함께 온 어린이 관객들도 꽤 있었다.

내 뒤쪽의 한 여자아이는 커튼콜 장면이 상영될 때 마치 진짜 공연을 본 듯

천진하게 '브라보!'를 연발해 미소를 자아냈다.

 

이번 상영회에서는 이 '마술피리' 뿐 아니라

안나 네트렙코가 출연한 벨리니의 '청교도',

그리고 장 이머우 감독이 연출하고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출연한 '진시황제'

('와호장룡'의 영화음악으로도 유명한 중국의 현대 작곡가 탄 듄의 작품)도 상영됐다.

나는 시간이 안 맞아 '마술피리'만 본 것이 아쉬울 정도로, 모두 다 관심을 끄는 화제작이다.

 

물론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 가서 직접 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뉴욕까지 가는 비용이나 시간, 수고를 생각하면,

관람료 2만원에 이렇게 따끈따끈한 메트의 신작을 볼 수 있다는 건

놓치기 아까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웬지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오페라 극장에서의 오페라 관람'이 아니라,

부담 없이 저렴하게, 영화 한 편 보듯, 극장에서 오페라 화제작을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사실 나는 이 '메트 오페라 온 스크린' 상영회 소식에 더해,

최근 국내에서 오페라 DVD 판매가 활성화되고,

곳곳에서 오페라 감상회. 동호회 활동이 많아지고 있어,

예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오페라를 영상을 통해 친근하게 만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8시 뉴스를 위해 쓸 생각이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각 클래식 음반사들이 '한글 자막을 넣은' 오페라 영상물들을 대거 출시하면서

음반 산업이 위축되는 가운데서도 이런 공연물 DVD의 판매는 오히려 늘고 있는 추세다.

한글 자막 오페라 DVD를 가장 많이 낸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의 경우는

클래식 DVD의 판매가 전년도 대비 60퍼센트 성장했단다.

공연장에 못 가더라도 집에 편히 앉아 오페라를 감상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한 음반사 관계자 말에 따르면

안나 네트렙코(위 사진. 실력도 출중하지만 마치 모델 같은 미모로도 유명하다.)와

롤란드 빌라존(비야손)이 주연한 2005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공연작  '라 트라비아타' 는

심지어 음반 전문점 뿐 아니라 '대형 마트'에서도 판매됐다고 한다. 

물론 동방신기의 신보 만한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고는 절대 볼 수 없지만,

날로 쪼그라드는 음반시장에서 오페라 DVD의 약진은 주목할 만하다.

 

게다가 오페라를 영상으로 보는 감상회가 꽤 여러 곳에서 열리고 있는데,

가장 많이 알려진 곳으로는 음악감상실 겸 공동체

'무지크바움 https://www.musikbaum.org'의 강좌가 있고,

국립 오페라단 https://www.nationalopera.org이 매달 여는 '클럽 오페라' 모임에서는

오페라 영상 감상과 해설, 때로는 

국립 오페라단원들의 작은 콘서트까지 더해

'클럽 오페라'라는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나는 '클럽 오페라??해 왔다.

이밖에도 온라인의 클래식 음악 동호회나 음악 감상실에서 주최하는 감상회가 많다.

 

나는 이런 추세를 묶으면 충분히 기사가 된다고 생각했는데,

편집회의에서는   '기사가 약하다'는 이유로

'킬(kill. 기사로 채택되지 않는 것을 뜻함)'되고 말았다.

덕분에 인터뷰와 취재 섭외해놨던 것을 급하게 취소해야 했다.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오페라는 그저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린다는 뜻인가.

 

하지만 이런 추세를 전하는 것이

오페라에 관심은 있으나 비싼 입장료 등등의 이유로

선뜻 공연장에 갈 엄두는 내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정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주절주절 기사로 쓰지 못한 이야기를 적고 있는 것이다.

 

아참, 메트 오페라 온 스크린 상영회는 어제로 끝났다.

하지만 주최측은 관객의 반응을 봐서 다른 작품도 소개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단다.

만약 다음 번 상영회가 열리게 된다면

르네 플레밍(위 사진. 메트가 사랑하는 '스타 소프라노')과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 주연에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한(환상의 조합!!)

 '예프게니 오네긴' 같은 진짜 '따끈따끈한' 신작까지 소개되는 것이니,

주최측에 '세게' 졸라볼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