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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법 재개정, 그 험난한 여정...

주영진

입력 : 2007.02.27 23:06


오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원내대표,정책위의장이 만나서 2월 임시국회안에 사학법을 재개정하자는 데 합의했습니다.

어제는 김충환 의원등 한나라당 의원 3명이 삭발을 했고, 그에 앞서 기독교단체 목사님들이 삭발하면서 사학법 재개정을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사학의 건전화, 투명한 운영을 위해 개방형 이사제를 도입하기로 한 사학법 개정안은 한 일 없다는 이 정부여당이 유일하게 해낸 개혁작업으로 평가하며, 한나라당의 요구를 일축해왔습니다.

끝없는 평행선 같던 양당의 주장이 재개정 합의라는 큰 원칙에 합의할 수 있었던 데는 열린우리당의 입장선회가 가장 큰 요인으로 보입니다.

자, 그럼 여기서 드는 궁금증은 왜 열린우리당이 완강한 태도에서 벗어났을까 하는 것이지요.

장영달 원내대표는 지난달 선출되고 나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고 합니다.

최근 한나라당이 다시 사학법 재개정의 고삐를 죄며 압박해 오자 장영달 원내대표도 직접 종교단체 책임자들을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는 교육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정책위의장과 열린우리당 교육위원인 유기홍,정봉주 의원등이 배석했습니다.

일련의 만남을 끝낸 장영달 원내대표는

"그동안 열린우리당이 여론주도층과의 접촉을 거의 하지 않아 의사소통에 많은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얘기를 직접 들어보니까 처음 사학법을 개정할 때의 판단과 이제 시행되고 있는 현실사이의 격차가 확인됐다. 이해당사자들의 인식을 스크린 해보니까 그렇다는 것이다. 더우기 사회지도층인 목사님들이 저렇게 세게 나오는데 그냥 무시하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니고, 이 분들이 과하게 오해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이런 상태를 그냥 두는 것은 옳지 않다."는 얘기를 주변 의원들에게 했다고 합니다.


특히 교육부총리로 사학법 재개정안을 직접 운영해본 김진표 부총리의  판단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법 자체가  정쟁의 대상이 됐을 때 문제점과 대안을 검토해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오늘 합의에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말로는 2월 임시국회내 처리 합의라고 돼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재개정 문제를 협의한다는 게 핵심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재개정을 요구하고,열린우리당은 일축해온 상황에서 벗어나 한 번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보자는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무조건 재개정안 처리 합의로 이해하는 것은 조금 많이 나아간 해석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당 지도부가 우리와 한마디 상의없이 재개정에 합의했다니 이해할 수 없다. 일언 반구 뭐 말이라도 있어야 우리가 어떤 판단을 하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닌가?"하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일부 교육위원은 "개방형 이사 추천권을 학부모회나 종단등에도 주자는 한나라당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여당 지도부가 정치적 결단을 내리기는 했지만 정작 집안 단속은 소홀히 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또 사학법 재개정이 그렇게 녹녹치 않은 상황이라는 점도 재확인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런 이유로 열린우리당은 내일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습니다.

원래 국회 본회의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의총은 당연히 열리는 것이지만 내일도 처리할 법안이 없어서 본회의가 취소된 상황에서 의원총회를 그냥 열기로 한 것입니다.

이 자리에서 지도부는 사학법 재개정의 필요성에 대해서 소속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입니다.

원내 지도부에 있는 한 의원은 "솔직히 교육위원들 말고 다른 상임위 소속의원들은 사학법 문제를 그렇게 심각하게 보지 않는다. 우리의 개혁 정체성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그런 법안이 아니라는 거다."고 얘기하며,일부 반발이 있기는 하겠지만 무난히 당지도부 방침이 추인받을 것이라고 확신하더군요.

제가 통화한 교육위원은 "절대 그냥 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요.

특이한 점은 사학법을 개정한 주역이 지금 구원투수로 등장한 정세균 의장이라는 거지요.

탈당파의 한 의원은 "정세균 의장이 사학법을 개정해 놓고 다시 의장이 되자마자 재개정에 합의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한심하기도 했고,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는 동병상련도 느꼈고... 하지만 정의장 스스로 이번 사안에 대해서 할 말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정의장의 얘기를 저도 직접 들어보고 싶어지더군요.

아,내일 의총에서는 또 하나의 안건이 있습니다.

출자총액제한제 완화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김현미 의원 문제입니다.

오늘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출자총액제한제 완화 법안이 통과됐는데요,

비례대표인 김현미 의원은

"이건  날치기다. 특정 재벌과 야당의 정치공세에 명분없이 굴복하는 정부와 열린우리당 일부의 행태에 분노한다. 이 사태를 이끈 정세균 의장과 장영달원내대표, 김진표 정책위의장, 박병석 정무위원장을 역사의 이름으로 기억해야 한다. 과연 열린우리당과 같이 할 수 있는지 심각한 회의를 갖게 됐다. 하지만 비례대표라서 탈당할 수는 없고, 출당시켜주면 오히려 고맙다. 당적을  유지한  채 다른 교섭단체에서 활동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는지 고민하겠다"며 반발했습니다.

이에 대해 여당 지도부는

"김의원이 조금 과하다. 하지만 당론을 결정하는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는 타당한 만큼 이런 부분은 내일 의총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는 않은 분위기입니다.

사학법재개정,출자총액제한제 완화,여기에 주택법등 부동산 입법, 대선경쟁에서 멀찌기 앞서가는 한나라당에 한참 뒤쳐진 열린우리당이 그나마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사안들이지만, 이 사안들이 열린우리당의 또 다른 분열을 예고하는 기제가 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이래 저래 열린우리당의 오늘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혼란스러워 보이고, 앞날은 더더욱 안개속인 것 같습니다.

하나 더 사학법 재개정안은 이제 그 험난한 여정을 막 시작한 셈입니다.

빠르면 다음달 6일안에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고요,

자칫하면 다시 기약없는 방랑의 길로 접어들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