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10개사가 12년간 PP(폴리프로 필렌),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 등 유화제품 가격 담합을 해왔다며 과징금 1천51억원을 부과한 공정위 결정에 대해 관련업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고발대상으로 정해진 SK㈜는 공정위가 일부 품목 매출에 대한 재산정을 토대로 과징금을 조정하겠다고 추가 방침을 밝히자 즉각적인 반응을 유보하는 대신 과징금 최종 산정 이후에 입장을 정하기로 했다.
또 LG화학, 대한유화, 대림산업, 효성 등 고발 및 과징금 부과 조치가 내려진 다른 업체들도 대응 방안을 마련중이다.
◇ 유화업계, 담합 결정에 "생계형 카르텔" 읍소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가 생산하는 제품은 가정에서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비닐랩에서부터 비닐가방, 음료 수 용기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것들이다.
공정위는 이들 10개업체가 1994년 4월부터 11년간 사장단회의나 영업임원·팀장 회의 등을 통해서 가격결정을 합의하고 실행에 옮김으로써 공정거래법 제19조1항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업체는 매달 간사업체의 연락과 주도하에 회의를 열어 판매가격의 기준이 되는 기준가격을 합의하고 이를 기초로 각 사별로 품목별 판매가격을 결정해왔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정재찬 공정위 카르텔조사단장은 "이 회의에서는 각 업체별로 매달 가격을 점검함으로써 누가 '배신자'역할을 했는지 서로 감시자 역할을 담당해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담합행위가 이뤄진 기간중 10개사의 관련 매출액은 10조 4천억원이었으며, 이의 15%를 기준으로 잡을 경우 담합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는 무려 1조 5천6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로 추산됐다.
이들 업체의 담합으로 인해 플라스틱 업계의 원가가 상승했고 이는 비닐이나 플라스틱 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이 그동안1조 5천60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봤다는 얘기다.
유화업체들은 이에 대해 일단 유화업계에서 가격 담합 시도가 관행적으로 이뤄졌음을 시인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 같은 관행은 1990년대초 서산단지내 대규모 신규 증설 허용으로 인한 과당경쟁 및 산업 경쟁력 저하를 우려해 관계 부처가 신규투자 억제, 생산감축, 판매량 배분 등의 직간접적인 행정지도를 내리면서 촉발된 '생계형 카르텔'이라는게 업체들의 주장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폭리를 취하기 위한 담합이 아니라 공급과잉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과 석유화학업계의 장기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공동 행위를 해왔다" 며 "때문에 14일 열린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산자부 관계자가 선처를 요청하는 변론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 과징금 규모 '과대' 논란
이번에 적발된 유화업체들은 이와함께 과징금 규모가 2005년 KT 등 통신 3개사에 부과된 사상최대 금액(1천200억원)에 필적한다는 점에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체들은 공정위가 혐의기간을 1994년부터 2005년까지로 설정한 반면 부당공동 행위에 대한 과징금을 최근 수년간 기준에 맞춰 부과한 것은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업체들은 또 PP(폴리프로필렌)경우 일부 제품을 대상으로 담합이 한정적으로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제품군에 대해 부당 공동행위 혐의를 적용해 과징금 규모가 실제 행위에 비해 과도하게 부풀려졌다고 항변했다.
유화업계 관계자는 "환율 하락과 고유가 지속, 원자재가 급등 등 삼중고 속에 중동 및 중국업체들의 대규모 증설로 인해 경쟁력 제고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서는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하지만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관계 기관의 선처를 바란다"고 말했다.
◇자진신고자 감면 논란
이번 조사에서는 수요업계의 제보와 담합 가담업체의 자진신고가 큰 단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호남석유화학과 삼성토탈(삼성종합화학) 등 3개사는 담합행위에 가담했다가 공정위에 이 같은 사실을 자진해서 신고함으로써 과징금 부과나 검찰 고발 등의 제재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관련 정부부처의 행정지도를 근거로 업체들이 회의를 열어 협의한 내용을 공정위에 제보한 뒤 처벌을 면제받는 '배신'행위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는 업체들의 담합을 추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구체적인 담합 사실이나 증빙 자료 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관련 당사자들의 자진신고가 필수적이라며 자진 신고자에 대한 감면규정을 둬 운영하고 있다.
특히 자진신고자가 나오면 해당 업종의 담합 구조가 깨져 다시는 담합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자진신고자에 대한 감면은 필수적이라는 것이 공정위의 입장이다.
정재찬 카르텔 조사단장은 "자진신고가 없으면 입증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면서 "자진신고의 경우에는 구성원간 담합구조가 깨져 향후 담합을 예방 할 수 있는 효과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용어설명> 폴리프로필렌, 고밀도폴리에틸렌
합성수지는 원유정제과정에서 추출되는 나프타 또는 천연가스(에탄) 등을 열분해시켜 생산되는 프로필렌과 에틸렌을 주원료로 해 생산된다.
폴리프로필렌(PP)은 프로필렌을 촉매로 중합한 것으로, 내열강도나 전기절연성 등이 우수하고 무독성이며, 주로 필름(식품용), 성형제품, 섬유, 어망, 로프, 각종 용기 제작원료로 사용된다.
PP의 2004년 국내 매출액은 1조 2천336억원이었다.
HDPE는 에틸렌을 주원로로 해 제조한 것으로 고강도, 저투명성, 변형성이 우수하다는 특성이 있어 쇼핑비닐백이나 맥주상자, 우유용기, 수도.가스관 등의 제작원료로 사용되며 2004년 HDPE의 매출액은 7천37억원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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