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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이명박 '후보검증' 공방 갈수록 격화

입력 : 2007.02.19 15:28

지도부 '난감'…당 안팎 "결별수순 밟나" 우려


한나라당 양대 대선주자인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와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 간의 '후보 검증' 논란이 갈 수록 격화되고 있다.

단순한 '도덕성 검증'에서 시작된 두 주자 간의 공방이 설 직전 터져 나온 이 전 시장 비서관 출신 김유찬씨의 '이명박 위증교사' 주장을 계기로 '진실게임'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양측은 마치 끝장이라도 볼 것 처럼 연일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감정 섞인 발언을 주고 받으며 양보 없는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경선 무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지지도 않은 단계란 점을 감안할 때 양 진영간의 충돌은 전면전의 서막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특히 박 전 대표가 19일 방미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검증논란에 대한 자신의 책임론을 제기한 이 전 시장 측을 향해 "어거지도 네거티브"라고 일갈, 양측의 감정 대립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인천공항 도착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검증론 배후설에 대해 "거기(이 전 시장측)서는 그렇게 하는 모양이라서 그렇게 보시는 것 같다. 어거지로 지어내 하는 것도 네거티브"라고 일축한 뒤 "검증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는 당이 선택할 일이지만 (검증하지 않으면) 국민은 사실을 잘 모르게 된다"고 말했다.

캠프 법률특보를 지낸 정인봉(鄭寅鳳) 변호사의 돌출행동이 캠프와는 무관한 일임을 공개 강조하는 동시에 검증 필요성을 거듭 주장, 이 전 시장 측을 자극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의 최측근인 정두언(鄭斗彦)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설 연휴를 편안하게 보내고 있는 국민을 정치 지도자가 실망시켜서 되겠느냐"고 꼬집은 뒤 "이 전 시장은 정권교체를 위한 당의 단합에 앞장 설 것"이라고 맞섰다.

양측은 특히 김유찬씨 기자회견의 내용과 배후 등을 놓고 팽팽한 대치전선을 형성했다. 박 전 대표 측은 철저한 검증을 요구하며 이 전 시장의 위증교사 의혹 부풀리기에 나선 반면, 이 전 시장 측은 "휘말려 봤자 더 깊은 수렁으로 빨려들게 될 뿐"이라며 '무대응 카드'를 들고 나왔다.

박 전 대표측 최경환(崔炅煥) 의원은 "김씨가 이번에 폭로한 내용은 분명 새로운 것인 만큼 당 검증위원회에서 규명해야 한다. 당이 김씨도 부르고 대질신문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고 김재원(金在原) 의원은 "검증위에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야 하며 필요시 김씨가 갖고 있다는 메모에 대한 필적감정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측 정두언 의원은 "선거 때마다 저렇게 돌아다니며 나쁜 짓 하는 사람들에 대해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말했고 박형준(朴亨埈) 의원은 "이 전 시장은 '나의 길을 묵묵히 가겠다'는 입장이다. 검증은 당 검증위에서 알아서 할 일로, 후보나 캠프가 개입하면 정치 저질화에 일조하는 꼴만 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다만 "김씨는 배신과 폭로, 협박, 공갈로 점철된 인물로, 그의 행동은 '김대업 수법'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면서 "김씨에 대해선 분명히 책임을 지우고 여러 조치를 취할 생각이지만 시점을 보겠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 대응했다가는 법적 다툼에 휘말리면서 진실게임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는 만큼 향후의 상황을 봐가며 책임을 묻겠다는 생각인 듯 하다.

그러나 이 전 시장 캠프 내부 분위기는 '격노', '흥분' 그 자체다. 법적.정치적 책임 추궁과 함께 '정치공작', '김유찬 커넥션'을 규명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진수희(陳壽姬) 의원은 "사실무근인 사안을 갖고 이렇게 하는 것이야 말로 정치공작의 전형"이라면서 "김씨가 정인봉 변호사를 만났다고 했는 데 정 변호사가 캠프 법률특보 직함을 달고 문제의 인물을 만난 것 자체만으로도 이번 사건의 성격을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 측 김재원 의원은 "무슨 커넥션이냐. 커넥션이 있다면 우리가 이렇게 바보처럼 했겠느냐"고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당 안팎에서는 이런 식의 검증공방이 결국 당의 분열과 두 주자의 '결별'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양 캠프 내부에서도 소수의견이긴 하지만 이미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는 난감한 입장이다. 핵심 당직자는 "검증공방이 모두가 우려하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면서 "이렇게 가다가는 여권이 바라는 대로 당이 쪼개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우려했다.

나경원(羅卿瑗) 대변인은 "후보검증의 문제는 경선준비위인 '2007 국민승리위' 산하 후보검증위에서 다룰 사안"이라며 양 캠프의 자제를 당부한 뒤 "21일 예정된 회의에서 이 문제를 의제로 삼을지 여부 부터 시작해 모든 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선준비위 부위원장인 맹형규(孟亨奎) 의원은 김유찬씨 제기 의혹에 대한 검증 여부와 관련, "나 혼자 판단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일단 위원들과 함께 논의해 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경준위는 1주일에 2차례 열던 회의를 21일부터는 매일 열기로 했다.

한편 김유찬씨는 이 전 시장측의 대응 수위를 봐가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기자회견을 추가로 가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