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빠빠밤~'하는 주제가 음악만 들어도 왠지 가슴이 벅차오르는 [록키], 1976년 무명의 신인 배우 스탤론이 자기가 쓴 각본으로 주연까지 맡아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등 3개 부문을 거머쥐며 일약 스타로 발돋움했고 아메리칸 드림의 표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영화 내용도 이태리계 이민 후손으로 별볼일 없는 뒷골목 건달이 목적없는 삶을 살다가 생계 수단으로 권투를 시작하고 우연찮게 세계 챔피언과 무모하고 가망없는 대결을 벌이는데 그 과정에서 놀라운 기적을 만들어 나간다는 내용으로 당시 월남전 패망 등으로 의기소침해 하던 미국인들, 특히 평범한 블루칼라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줬고 10년쯤 뒤 수만리 떨어진 한국에서 TV 명화극장을 통해 ‘록키’를 본 절망의 늪에 서서히 빠져들어가던 청년 백수에게까지 두 주먹 불끈 쥐게 하는 자극을 준 바 있습니다.
필라델피아 미술관 계단을 뛰어 올라 두 팔 번쩍 드는 장면과 경기가 끝난 뒤 그러잖아도 일그러진 얼굴이 더 만신창이가 된 채 '애이드리안'을 부르는 장면이 유명하고 새벽에 일어나 날계란 5개 원샷하기, 푸줏간에서 매달아논 쇠고기 때리기, 한손 팔 굽혀펴기 등 많은 사람들이 흉내내는 장면도 많았습니다.

5편까지 만들어졌는데 2와 3편까지는 그런데로 괜찮았는데 적성국 소련과 대결을 벌이는 4편과 내용없는 5편은 별볼일 없는 최악의 시리즈라는 혹평을 들었습니다.
저도 처음에 스탤론이 록키 발보아를 다시 만들고 그 자신이 다시 권투 장면을 찍는다기에 ‘에이 장난하나. 나이가 몇갠데..’하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스탤론 자신의 인생부침과 1편의 추억이 어우러지며 참 볼만한 영화로 재탄생했습니다.
왕년의 챔프 록키는 사랑하는 애이드리안을 병으로 떠나보내고 자그마한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손님들에게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 서비스를 낙으로 삼으며 살아갑니다. 어엿한 직장인이 된 아들은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그를 멀리해 유일한 혈육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젊은 시절 비행 청소년이었던 소녀가 다 큰 아들을 키우는 싱글맘으로 변신해 다시 만나고 흑백 혼혈인 그녀의 아들에게 대신 아버지 같은 관심을 쏟기도 합니다.
그러던 중 TV에서 현 챔피언과 록키의 가상대결을 벌였더니 록키가 이기는 걸로 나오자 시민들은 흥분하고 록키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민 끝에 다시 링에 오를 준비를 합니다. 안개가 걷히지 않은 뿌연 새벽, 회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필라델피아 미술관 계단을 다시 뛰어 오릅니다.

1편의 감동을 간직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영화가 다시 각별하게 느껴집니다. 인생의 황혼에서 과거 영화에 매달리며 살다가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감행하는 모습, 거기서 록키는 자신의 독백과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 인생에 대한 성찰의 단편을 던집니다. 환갑넘은 나이로 만든 몸 상태도 훌륭하고 가족간의 소통과 화해를 다루며 인생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해줍니다.
특히 마지막 엔딩 크레딧 장면은 흐뭇한 미소를 절로 머금게 만드니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1편에 대한 추억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별 감흥을 주지 못할 것 같기도 한데 1편을 미리 챙겨보시고 [록키 발보아]를 볼것을 강력 추천해 드립니다.
(** 전성기 때 왕성한 활동을 해서 훌륭한 자리에 올랐다 은퇴하신 분들 뵈면 영화속 늙은 록키처럼 옛날에 파묻혀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분들을 가끔 뵙니다. 처음에는 '늙은이가 맛이 갔네'하고 경멸하다가 요즘은 측은감이 더 앞섭니다. 추하게 늙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만들어 나가는 게 필수요소라고 절실히 느낍니다.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