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같지 않은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어 어리둥절하고 정기 인사가 임박하며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이번 주에도 어김없이 영화는 개봉되는군요. 다음 주에 설 연휴라는 또 하나의 성수기를 노린 기대작들이 일제히 풀리고 이번 주에는 맞대결을 피하는 영화들이 개봉됐습니다. 다음 주에는 대략 한국영화로는 [1번가의 기적], [복면달호] 등이 있고 외국영화로는 [록키 발보아],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 [더 퀸], [아버지의 깃발] 등이 포진하고 있는데 어느 영화가 관객의 선택을 받을지 궁금합니다.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

자그만 시골 동네에 중국집을 중심으로 택견 도장과 검도 도장이 서로 나란히 마주보며 으르렁 거리고 있습니다. 택견 김관장(신현준)과 검도 김관장(최성국)을 중심으로 중국집 어여쁜 외동딸을 내심 마음에 품고 있는데 아 갑자기 서울에서 내려온 젊고 팔팔한 쿵푸 김관장(권오중)이 내려와 최신식 인테리어로 쿵푸 도장을 차리자 택견과 검도는 비상이 걸립니다. 중국집 사장(노주현)은 내심 쿵푸 김관장을 사윗감으로 찍고 세 김관장이 무술 대결을 통해 사윗감을 선발하겠다고 발표하고 이들은 피할 수 없는 대결아닌 대결을 해야 합니다.
일단 낮시간대 주택가 교통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란 봉고차로 상징되는 고만 고만한 각종 운동, 무술 도장들에서 착안하고 어린이들의 끊임없는 논쟁거리인 과연 어느 무술이 강한가 하는 모티브는 훌륭합니다. 설 연휴를 노리는 코미디 영화이고 또 이런 장르의 영화의 본가로 자리잡은 태원엔터테인먼트 작품입니다. 이번에는 코미디에 무술이라는 볼거리를 양념으로 비벼 넣었습니다. 중반까지는 약간의 억지 웃음, 오버 연기에 간간이 눈살을 찌푸리는 실망감을 안겨주는데 중후반부터 액션과 코미디가 강해지다가 막판 포복절도할 카메오로 끝내는, 뒤가 강한 영화로 관람중 앞부분을 잊어버리는 단기 기억상실증이라도 있는 분이라면 영화가 상당히 좋다고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신현준의 연기는 상태가 조금 호전된 기봉이를 연상시키는 평범하고 진부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자신은 멜로배우를 지망했다지만 타고난 코믹 연기를 선보이는 최성국과 훌륭한 몸과 멋진 액션을 보여주는 권오중 덕에 영화는 좀 더 완성도를 갖춥니다. 조폭이 주인공이 아니라 다행이고 결말도 착해서 맘에 듭니다. 점점 잊혀져가는 전통무예 택견을 조명한 점도 괜찮구요.
[미녀는 괴로워]에서 ‘코만 다시 하자. 코만...’이라는 명대사를 날린 바 있는 이한위가 이 영화에서는 독특한 억양의 욕설 ‘씨바~르’로 다시 한번 우리를 들었다 놓습니다. 서울보다는 지방에서 더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머리가 복잡하고 피곤할 때 기분전환용으로 적합한 영화입니다.
황혼의 사무라이

막부시대가 끝물에 접어드는 시기 작은 마을에서 칼 옆에 차고 창고 출납업무로 연명하는 하급 사무라이 세이베이, 폐병으로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치매를 앓는 노모와 예쁜 두 딸을 힘겹게 먹여 살리고 있습니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옷도 남루하고 동료들과 회식조차 어울리지 않는 검소한 성격입니다. 어린 시절 동네에서 함께 자라며 연정을 품어왔던 친구의 여동생 토모에(미야자와 리에)가 폭력 남편의 등쌀에 못이겨 이혼하고 돌아와 꺼졌던 연정을 조심스레 데워보기도 하지만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다시 가슴 속 깊이 묻어버립니다.
그러던 어느날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반대파의 고수 칼잡이 ‘요고’를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번민하던 세이베이는 토모에를 불러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몸단장을 받고, 살아서 돌아올지 죽어서 황천갈지 모르는 길을 나섭니다.
제목만 보고 사무라이들이 나와 챙챙거리며 칼싸움하는 무협영화라고 생각하신다면 오산입니다. 27년이나 시리즈 영화로 이어진 [남자는 괴로워]로 유명한 야마다 요지 감독이 인생의 황혼기에 이르러 인간에게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넉넉한 통찰을 잔잔하게 전해주는 숨겨진 수작입니다. 다소 완숙한 모습의 미야자와 리에가 나오고 화려하진 않지만 정중동의 미학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검술 장면, 최후를 앞둔 두 남자 아니 사무라이의 대화 장면에서는 범접하기 어려운 거장의 혼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바람피기 좋은날]은 시사회를 놓쳤습니다. 소문만 종합하면 예고편 만큼은 아니라는 의견이 대다수입니다. 18세등급에 불륜을 소재로 한데다 ‘타짜’에서 가히 충격적인 노출씬을 보여줬던 김혜수가 ‘이번에는...??!!’ 하는 기대로 침을 삼키시는 남성 관객들이라면 특히 실망이 클거라고 합니다.
[샬롯의 거미줄]도 못 봤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같이 귀엽고 깜찍한 할리우드의 신동 다코타 패닝이 예쁜 아기 돼지를 안고 있는 포스터가 무엇을 다루는 어떤 영화인지를 설명해 줍니다. 생명의 소중함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내용으로 자녀들과 함께 볼만한 가족영화라고 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주말 보내시고 다가오는 설 준비 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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