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려대가 이필상 총장의 논문표절 의혹으로 어수선하다. 어윤대 전총장의 개혁드라이브에 반기를 들었던 교수협의회로서는 여간 당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진상조사위가 이총장의 논문 표절사실을 확인하고도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대학간 경쟁력 제고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게 요구되고 있는 요즘, 미제의 필화사건은 분명 신학기를 앞두고 있는 고려대에겐 악재다.
이런 고려대가 일을 저질렀다. 올해 수시2학기 입시부터는 고교 내신에 차등을 두겠다는 거다. 내신의 난이도 비중에 따라 학교별로 등급을 두겠다는 거다. 교육부의 논술 가이드 라인 탓에 논술의 변별력이 떨어졌다는 게 이유인데, 사실상 정부의 3불정책중 하나인 고교등급제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폭탄발언이다. 그것도 교육부와 사전교감도 없이 입학처장이 모 일간지에 정식으로 인터뷰를 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물론이려니와 교육부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고교 등급제냐 아니냐에 대해 교육부는 곧 입장을 밝히겠지만 , 무엇보다 이런 중요한 입시정책을 발표하기에 앞서 주무부서와 사전 협의조차 없었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몇년전 고려대를 포함해 서울시내 주요 대학들이 고교등급제를 적용한 사실이 밝혀져 과징금 10억원을 부과받은 적이 있다. 학생선발은 대학 자율이니까 과징금이야 얼마가 되든, 입시정책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대학정책은 입시만 있는 것이 아니다. BK21이나 대학 특성화 사업등에 매년 수백억원씩 지원되고 있기 때문에 개별 대학이 정부와 맞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고대의 '고교 내신 차등적용' 결정은 미심쩍은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특히 모 일간지에 입학처장의 단독 인터뷰가 나간 부분만 봐도 그렇다. 입시정책이 거론될 때마다 인터뷰도 사양하던 대학들이 아닌가? 고려대의 새 입시안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은 곧 발표될 것이다. 교육부의 입장이 나오더라도 고려대는 대학자율성 침해라고 반발하면 시간을 끌 지도 모른다.
입시안은 철회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런 논란들은 신학기를 앞두고 고려대가 우리나라 리딩 대학이라는 사실을 또한번 확인시켜 주기엔 충분하지 않을까? 더우기 총장의 논문표절 의혹에 쏠린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기에도 제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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