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의원과 염동연 의원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했습니다.
공교롭게 두 의원 모두 저에게 가장 먼저 속내를 보여줬습니다.
당연히 SBS가 가장 먼저 두 의원의 탈당결심을 보도했고, 다른 언론사는 확인 취재한 뒤 똑같은 기사를 하루에서 며칠 늦게 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취재기자 입장에서 마냥 기쁘고 즐겁지만은 않더군요.
두 의원은 자신의 정치인생을 건 도전을 했고, 당장 닥쳐오는 비판여론을 극복해야 하는 힘겨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침몰하는 거대한 난파선에서 도망가는 비겁자라는 비난이 거센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천정배,염동연 두 의원을 잘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천정배 의원은 한마디로 '목포 천재'로 불립니다.
소작농들의 슬픈 이야기를 다룬 소설의 무대 암태도라는 작은 섬에서 태어나 목포에서 중고등학교를 마친 뒤 서울법대를 수석으로 입학하고 사법시험까지 휩쓴, 그리고 군사정권이 주는 판검사 임명장을 받을 수 없다며 변호사의 길을 선택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를 받아들여 정계에 입문한 뒤 개혁이미지를 선명히 해온 3선의원입니다.
이른바 천신정이라고 많이들 부르는데요,
천정배 - 신기남 -정동영 세 사람을 말합니다.
같이 정치를 시작해 초선과 재선 시절 뜨거운 동지애를 나눴던 세사람중에 (3선인 지금은 관계가 예전같지 않은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고요)
이 가운데 가장 먼저 천정배 의원의 이름이 나가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 사람중에 가장 정치상황을 잘 파악하고, 논리와 명분을 잘 만들어낸 핵심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신기남 의원이 "천정배가 옳다면 나는 무조건 옳다."고 말했을까요...
더욱 주목할 것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유일하게 노무현 후보의 곁을 지킨 현역의원이었습니다.
그 인연으로 열린우리당 초대 원내대표를 지냈고,법무부장관까지 했습니다.
현 여권의 핵심인물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염동연의원 역시 노무현 대통령과 떼서 설명하기가 어려운 사람입니다.
나이는 노대통령과 같은 62살이지만 처음으로 국회의원 뱃지를 달았습니다.
88년 5공 청문회때의 스타 노무현 의원의 자질을 간파하고
93년부터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인물입니다.
93년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때 노무현 대통령을 5위로 당선시켰고, 200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때 이른바 광주의 기적을 만들어낸 장본인입니다.
조직의 귀재라는 평이 많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염의원의 말을 들어보면 몇마디 안나가 노대통령 얘기가 꼭 나옵니다.
노무현 없는 염동연을 얘기하기가 어렵다고 스스로 실토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이 노대통령과의 결별을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배신이라는 말이 나오고,난파선에서 무책임하게 도망치는 비겁자라는 비난이 쏟아집니다.
그 걸 잘 알면서도 두 사람이 탈당이라는 극닥적인 방법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취재기자인 저도 두 사람의 깊은 속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공통된 말은 "지금의 열린우리당으로는 안된다. 국민의 심판은 끝났다. 그렇다면 열린우리당은 실패를 인정하고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나보고 책임지라고 하면 얼마든지 정계를 떠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너무 쉬운 방법이다. 민주평화개혁세력을 자부해온 우리가 무능한 집단으로 낙인찍히는 게 너무 억울하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겠다. 그리고도 안된다면 조용히 떠나겠다."는 것입니다.
열린우리당안에서는 두 사람의 선택을 존중하고 동의한다는 사람들도 있고, 다른 이들은 돼도 두 사람만은 탈당해서는 안된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만큼 두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열린우리당과 떼어 생각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마저 떠난 열린우리당은 위태롭기 그지 없어 보입니다.
김근태 의장은 어떻게든 전당대회까지 잘 끌고 가서
총의를 모은 대통합신당으로 가려고 하지만, 잘될까 회의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노대통령의 친위대를 자처하는 이른바 친노파 의원,당원들과 절대 같이 할 수 없다는 사람들입니다.
사랑과 증오가 동전의 앞뒷면이라는 말처럼 여당을 떠나겠다는 사람들과 남겠다는 사람들의 사이는 여당과 한나라당의 거리보다 더 멀어보입니다.
누가 옳은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정치를 기치로 내걸고 호기롭게 출발했던 사람들이
3년 2개월만에 당을 박차고 나가는 게 잘못인 건지, 그렇게 해서라도 새롭게 태어나서 지지를 회복하겠다는 게 가상한 건지 말이지요.
하지만 떠나는 사람들이나 남겠다는 사람들이 똑같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결국은 한길에 하나가 될 겁니다."
그렇게 될까요? 그렇게 된다면 위장 이혼이라는 비난이 제기될까요?
대한민국의 5년을 책임지겠다는 참여정부와 여당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요?
노대통령의 남자 넘버원과 투가 떠난 오늘 여당 출입기자의 머리속은 복잡하기만 합니다.
*중도파를 자처하는 배기선 의원은 "천정배 의원마저 벤처기업을 하겠다고 떠나는 모양입니다.그려..." 하고 웃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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