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생활·문화

[성한표 뉴스비평] 석궁 테러 관련 뉴스

입력 : 2007.01.20 13:00

동영상

전직 대학교수의 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테러는 등장인물은 물론이고, 석궁이라는 소도구까지 나와 사람들의 흥미를 자아낼 만 합니다. 언론은 불과 1미터 거리에서 석궁으로 배를 쐈다는 엽기적인 사건 전말과 함께 판사가 테러대상이 될 정도로 소송 당사자들의 법원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켰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배경에는 법원에 대한 일반의 불신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SBS 8시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전직 대학교수 김명호 씨가 판결 결과에 불만을 품고 박홍우 고법 부장판사를 석궁으로 쏜 것은 지난 15일입니다. 이틀 뒤인 17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수감되자 김 씨는 단식으로 항의했습니다. 한편 판사가 석궁에 피습당한 사태에 대한 대책마련으로 법원에 비상이 걸렸으며,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먼저 회복하는 것이 근본 대책이라는 내부 지적도 나왔습니다. 김 씨는 서울의 한 사립 대 수학과 조교수로 임용된 뒤 95년 본고사 수학 문제에 대해 오류를 지적하면서 학교 측과 갈등을 빚은 끝에 결국 재임용에서 제외되었는데, 그는 자신이 재임용되지 않은 것이 출제오류를 지적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면서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냈었습니다. 지난 12일 항소심조차 패소하자 그는 담당 재판장이었던 박홍우 부장판사를 석궁으로 쏘았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그는 합법적인 수단을 모두 다 썼으므로 석궁 테러가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한 최후의 선택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씨가 석궁까지 들고 나와 세상에 알리고 싶어 한 진실은 무엇입니까? 그가 소송을 제기한 이유, 곧 교수 재임용 탈락이 출제오류 지적에 대한 학교 측의 보복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뉴스는 그의 주장과 보복이 아니라 교육자적 자실을 갖추지 못해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는 학교 측 주장, 그리고 학교 측 주장을 받아들인 재판부의 판결 등을 평면적으로 소개하는 데 그쳤습니다. 그러나 출제오류 제기는 재임용 탈락과 연관이 없다는 재판부의 판결은 누가 봐도 자연스럽지 못합니다. 따라서 뉴스는 출제에 대한 문제 제기가 어떻게 재임용 탈락으로까지 진행될 수 있으며, 재판부는 왜 출제오류 제기와 재임용 탈락의 연관관계를 무시하는 판결을 했는가에 눈을 돌렸어야 합니다. 

뉴스는 이번 사건이 우리의 대학사회가 지식인 사회로서의 자정능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 또 하나의 사례라는 관점에서 접근했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미 황우석 교수의 허위논문을 걸러내지 못했고, 막상 그것이 문제가 되었을 때도 당시 큰 영향력을 갖고 있었던 그를 옹호했던 학계의 태도를 보았습니다. 원로 교수들의 친일행적을 들춰내다가 교수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했었던 서울대 미대 김민수 교수의 사례도 있습니다.

SBS 뉴스에 따르면 각 대학의 수학과 교수들이 1심 재판부에 연판장을 보내 김 씨의 재임용 탈락을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학계의 관심이 끝났습니다. 정작 김 씨의 문제 제기 당시 동료 교수들은 김 씨가 오류가 없는 문제를 트집 잡아 학교를 음해하려 했다면서 징계를 요청했으며, 1996년 첫 재판 당시 재판부로부터 오류 여부에 대한 의견을 요구받은 대한수학회는 학술단체가 대학 인사문제에 개입할 수 없다며 의견을 내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이른바 '황우석 사태'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과학잡지 '사이언스'와 수학 학술지 '매서매티컬 인텔리전서'는 출제의 오류를 제기한 젊은 수학자가 부당해고를 당하게 됐다면서 김 씨를 옹호하는 등 김 씨 사건은 국제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김 씨가 법원 앞 1인 시위를 오랫동안 벌이고 있었지만, 석궁을 들고 나올 때까지 학계도 언론도 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판사 테러가 일어난 것은 지난 15일 저녁 6시 반 쯤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SBS 8시뉴스가 이를 보도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을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뉴스는 너무 부실했습니다. 김 씨가 학교 측에 시험 채점에 부정이 있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되어 있고, 화면은 시종일관 빈 법정만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좀 더 생동감 있는 자료화면을 찾을 시간이 없다면 앵커와 기자가 대담하는 형식이 더 좋을 것입니다. SBS 뉴스는 김 씨가 어느 대학의 교수였던가를 밝히지 않고 전직 모 대학 교수라고만 보도하고 있습니다. 방송 중에는 이를 밝힌 곳도 있고, SBS처럼 밝히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현행법 상 명예훼손의 우려가 있다는 변호사의 자문에 의해서라고 합니다. 이번 사건은 김 씨와 판사 사이의 문제이며, 대학은 이번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형식논리를 뛰어넘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해야 하는 언론의 역할과 시민의 알 권리를 부당하게 제약하는 법에 대한 문제 제기도 필요합니다.

뉴스는 석궁 테러에 대해 호된 비판을 가해야 합니다. 그러나 석궁만을 보지 말고 석궁이 진정한 과녁으로 조준했던 대학사회의 문제로까지 시야를 넓혀야 합니다.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보지 않고 그 손가락만 쳐다본다."는 말은 뉴스를 전하는 사람들도 새겨들어야 합니다. 이런 사례는 사회적 약자들의 권익주장을 보도하는 뉴스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꼭 사건이 일어나야만 관심을 갖는 뉴스, 그들의 과격한 언행이 무엇을 전달하려 하는가를 보지 않고, 언행의 과격성만을 문제 삼는 뉴스도 새해에는 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