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대통령이 개헌 제안을 하면서 의견수렴을 위해 정당대표들과 만나자고 했지만, 야당 대표들은 모두 참석을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대통령은 설사 개헌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더라도 기죽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정치적 타격을 받아도 이를 타격으로 생각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이나, 대통령의 제안을 반대가 아니라 무시해버리는 야당, 그리고 이를 보도하는 언론 모두 개헌 문제를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의문이 생길 정도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 제안을 한 지난 9일 SBS 8시뉴스는 개헌이 좌절될 경우 노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게 되고, 남은 임기동안 국정수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 이 경우 그의 임기단축 카드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11일 회견에서 대통령으로서 헌법상 부여받은 개헌발의권을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신임을 걸어야 될 이유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개헌안이 설사 부결된다고 해서 대통령이 기죽을 일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기자회견은 개헌의 당위성을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썼지만, 개헌 추진에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었다는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10일 SBS 뉴스가 국회의원 전원의 의견을 취합한 보도에 따르면 개헌안은 부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왜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은 개헌 제안을 했을까 하는 점이 일반 사람들에게는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이 궁금증에 대답한 9일 SBS 뉴스는 노 대통령은 승산이 있다고 보고 ‘개헌 승부수’를 던졌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국회통과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으며, 그것은 민심의 향배에 따라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이 개헌문제를 놓고 분열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노 대통령의 국민설득 노력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지는 성급하게 예측할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정치적 감각으로 보아 국회통과 가능성을 믿고 있다는 뉴스의 분석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따라서 그가 성사가능성이 낮은 개헌을 들고 나오면서 얻으려는 것이 무엇인가에 분석의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9일 뉴스는 또 “‘개헌은 정치권의 몫’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오던 노 대통령이 다 꺼져가는 것처럼 보였던 개헌론에 불씨를 지핀 것은 더 이상 정치권에 기대할 것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뉴스에 따르면 노 대통령 스스로 이와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뉴스가 “기대할 것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대통령이 말했다고 보도해야 할 것을 뉴스 자신의 주장으로 보도한 것은 잘못입니다. 야당 대표들의 불참으로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만의 오찬이 된 11일 모임을 보도한 SBS 뉴스는 오찬에 야당 지도부가 불참한 건 대통령을 우습게보기 때문이며 이것은 오만이고 독재라는 노 대통령의 강한 불만을 전했습니다. 뉴스는 이어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야당을 압박하는 것이야말로 독재적 발상이고, 오만의 전형”이라는 야당의 반박을 보도했습니다.
이런 논쟁을 정치적 공방전으로만 보도하는 것은 뉴스의 전통적인 한계입니다. 그런데 이날 오찬에서 노 대통령의 한나라당 비난에 대해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대통령이 말한 대로 한나라당이 대통령을 가볍게 생각하거나 개헌 문제에 대해 가볍게 생각해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지만, 뉴스는 이를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정치적 공방전보다 김 의장의 한마디를 보도함으로써 상황을 더욱 잘 설명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문제를 보도하는 뉴스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SBS 뉴스는 집값이 급격히 하락할 위험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했습니다. 4일 뉴스는 금리 상승이 가계 부실로 이어져 부동산 시장에 충격을 줄 수도 있다고 보도했고, 5일 뉴스는 거래는 끊기고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을 전했습니다. 9일 뉴스는 올해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변수 중 하나가 ‘부동산 거품이 꺼지겠느냐’ 하는 문제라면서 가계 발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경고했습니다.
그러나 11일 민간아파트 원가공개와 분양가 상한제를 포함한 정부의 새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자 뉴스는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게 해서 집값 하락을 유도한다는 정책이지만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앞으로 주택사업을 기피하는 업체가 많이 생길 것이므로 주택공급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를 전했습니다. 뉴스는 새해 들어 집값의 급격한 하락, 곧 거품 붕괴를 우려하다가 정부의 부동산 가격 안정대책이 나오자 그 대책이 집값 하락에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또 우려했습니다. 집값의 급격한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는 뉴스가 불과 며칠 만에 어떤 정책으로도 집값 상승을 막기 어렵다는 뉴스로 바뀐 것입니다. 집값이 어떻게 된다는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뉴스는 개헌을 둘러싼 정치권의 무성한 말의 성찬을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 결과 뉴스가 전하는 최근의 정치 상황은 우리가 흡사 실제 세계가 아니라 사이버 세계에 들어 와 있는 것처럼 애매모호합니다. 모호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뉴스는 무게가 실리지 않은 말들에 휘둘리지 않고, 차분히 이를 분석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뉴스는 먼저 개헌정국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확립해야 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