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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현보 "한 편의 연애소설, 노래에 담았죠"

입력 : 2007.01.11 15:11

히트메이커 작곡·작사가로 더 유명…2집 '다큐멘터리'로 얼굴 알릴 터


문득, 매번 진부한 사랑 얘기를 풀어내는 게 지겨워졌다. 소박한 짐을 쌌다. 유럽행 비행기에서 본 구름 위 세계는 평온했다. 홀로 파리·비엔나·밀라노 등지를 돌며 '왜 난 음악을 할까' 고민했다. '음악적 성취? 돈을 벌기 위해?'. 답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세상을 움직이는 더 많은 실체를 보기 위해 출발한 여정이었지만 외로움이 엄습해 왔다. 혼자가 익숙한데도. 파리의 한 카페,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한 남자가 다가와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아 유 게이(Are you gay)?". 화들짝 놀랐다. 답도 찾았다. '난 사랑에 대해 얘기하려 음악을 하는구나!'라고.

베토벤은 '인생의 눈물을 거둬들이고 싶은 자는 사랑의 씨를 뿌려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3개월간 정처없이 유럽 땅을 헤맸던 작곡가 겸 가수 심현보도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첫째는 사랑"이라고 맞장구친다.

그는 2집 '다큐멘터리(Documentary)'에 대해 "한 편의 연애소설을 쓰는 심정으로 완성했다"고 했다. 타이틀곡 '사랑은 그런 것'을 비롯 '그런 사람 또 없어' '헤어짐의 기록' '그까짓 사랑쯤' 등 수록곡마다 한 편의 러브스토리가 곡예를 한다.

대중음악계에서 심현보는 히트 메이커로 불린다. 제4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은상 수상, 98년 모던 록밴드 아일랜드로 데뷔, 2004년 솔로 1집 '블러드 타입(Blood Type)-A'까지 발표했다. 가수로 출발했지만 작사·작곡가로 이름을 드높이고 있는 덕택이다.

98년 리아의 '난 그래'로 작곡가로 데뷔한 뒤, 모세의 '사랑인 걸', 팀의 '가끔씩 눈물이 나죠', 유리상자의 '사랑해도 될까요' 등이 그의 감성에서 태어났다. 성시경의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 쥬얼리의 '니가 참 좋아', 신승훈의 '그런 날이 오겠죠' 등 노랫말을 붙인 작품은 열 손가락으로 꼽기에 부친다.

유리상자의 이세준은 "심현보는 A형 특유의 소심함을 음악적 가치로 승화시키는 천재형 청년재벌"이라고 함축했다.

"전기공학과를 졸업했어요. 아일랜드로 데뷔하기 전, 음악을 한답시고 집에서 일주일에 2만 원씩 용돈 받으며 3~4년을 지냈죠. 피아노, 기타는 독학했고요. 가수로 주목받진 못했지만 운 좋게도 제가 쓴 노래들이 다른 가수를 통해 히트하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가수를 향한 미련은 버릴 수 없더군요. 저의 자극제거든요. 음반은 2~3년에 한 장씩 낼 겁니다. 2집으론 얼굴도 알려야죠(웃음)."

마음을 비우고 여행을 떠났듯, 전곡을 작사·작곡한 2집은 덜어내고 비우는 데 집중했다. 꽉 채워진 복잡한 곡 구성은 피했다. 모던 포크를 기반으로 한 소박한 멜로디로 오선지를 채워나갔다. 본인의 얘기를 가감 없이 노랫말에 붙였다. 헤어진 여자친구에 대한 술자리 넋두리를 담은 '그런 사람 또 없어'를 녹음할 땐 결국 울컥해버렸다.

"혼자 작업하는 걸 좋아하는데도 이번엔 1년간 곡 쓰고 가사 붙이고 녹음하려니 부대끼더군요. 프로듀서까지 하려니 경제성이 떨어진단 생각도 들었고요. 서너 달 작업하고 한두 달 쉬기를 반복했죠. 그룹 이브의 (김)세헌이가 녹음 때 보컬 디렉터로 도와줘 큰 힘이 됐어요."

심현보는 약 10년간의 음악 생활에서 싱어송라이터 김현철이 큰 영향을 줬다고 했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당시 김현철이 심사위원을 맡았던 게 인연이었다.

"당시 (김)현철이형의 음악을 들으면 가요인데도 코드(Chord)를 모르겠더군요. 형은 완성도 높으면서 대중이 좋아하는 곡을 썼어요. 궁극적으로 '저런 음악을 해야겠다' 생각했죠. 코드, 음계를 늘어놓는다고 다 같은 노래는 아니잖아요. '구성의 미학'이 포인트죠. 더 공부하고 담금질을 해야 쉽고 좋은 곡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나친 겸손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