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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표 뉴스비평] 뉴스의 지나친 관심

입력 : 2007.01.06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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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SBS 8시뉴스는 유력한 대선 주자들이 새해를 맞아 전직 대통령들을 경쟁적으로 방문한 '세배정치'가 과거정치인들의 영향력에 기대보려는 시대착오적인 태도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들의 정치 원로 방문이 당내 경선과 본선을 대비한 사전포석이며 유권자를 의식한 행동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왜 문제가 됩니까? 오히려 우리나라 정치권의 오랜 전통인 세배정치에 정치적인 의미를 지나치게 부여하려는 언론의 태도가 더 큰 문제입니다.

무시해버리면 그만일 주제를 언론이 굳이 뉴스로 만들겠다고 노력하는 사례는 또 있습니다. 지난 2일 SBS 뉴스는 소설가 이문열씨가 참여 정부와 386 정치인을 원색적으로 비판한 신작 소설을 펴내 또 논란이 예상된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기사의 본문은 신작소설의 내용과 집필동기에 대한 이씨 자신의 설명을 전하는 것으로 그쳤습니다. 이씨 소설에 대한 문제 제기가 아니라 책 한권을 소개한 것에 지나지 않은 기사였습니다. 이씨의 정치적 입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고, 신작소설도 그 입장에 맞춘 내용이라 언론이 주목할 만한 소설은 아닙니다. 이 소설에 대해 뉴스가 지나친 관심을 보인 것입니다. 

새해 들어 SBS 뉴스는 의미 있는 특집들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안심하고 삽시다' 라는 큰 주제아래 매월 새로운 주제를 다룰 기획보도가 눈길을 끕니다. 첫 주제인 '교통안전'은 전문가들의 설명이 아니라 실제 실험 중심으로 구성하여 기사를 전개하는 방식도 새롭습니다. 그러나 실험의 내용이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쉬운 점입니다. 지난 1일과 2일 뉴스는 스노우 체인 또는 ABS, 곧 바퀴 잠금방지 제동장치를 달고 빙판길을 시속 50킬로미터로 달리다가 급제동할 경우 이런 장치를 달지 않은 승용차와 제동거리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실험으로 보여주면서 이런 장치들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제동거리는 교통안전에 필요한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입니다. 제동거리를 줄이려면 속도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은 운전자의 상식입니다. 이런 보조 장치들은 빙판길을 빨리 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급제동할 때 회전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들입니다.

SBS 뉴스의 실험은 오히려 보조 장치를 했을 때 승용차의 회전 사고를 거의 방지할 수 있어 빙판길에서 매우 유용하다는 점을 증명해 보인 것입니다. 더욱이 실제 상황에서 빙판길을 시속 50킬로미터로 달릴 만큼 간 큰 사람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후세인의 처형에 대한 국제 여론은 대체로 부정적입니다. 유럽은 물론 미국의 언론들조차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은 이를 어떻게 다루고 있습니까?

지난 해 말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사형이 집행되자 SBS 뉴스는 "올해는 특히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독재자들이 유난히 많이 생을 마감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라고 보도하면서 '악명 높은' 독재자들 속에 후세인을 포함시켰습니다. 뉴스는 후세인의 통치 스타일은 잔혹하여 '악의 축'이란 별명을 얻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또 사형집행 당시 그의 얼굴에는 공포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고 보도했습니다. 후세인의 처형은 문자 그대로 역사적인 사건입니다. 이를 보도하는 표현은 철저히 객관적이어야 합니다. 후세인은 분명히 독재자였지만, 밀로세비치, 피노체트, 폴포트 등과 같은 '악명'을 떨쳤다고 기록해야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합니다. '악의 축'이라는 별명은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면서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붙인 정치적인 올가미였습니다. '공포의 그림자' 운운하는 대목은 지극히 주관적인 표현입니다. 경쟁방송사 뉴스가 사용한 "한줄기 두려움이 비쳤다"는 설명 역시 주관적인 표현임은 마찬가지이지만, 이것이 전하는 이미지는 크게 다릅니다.

지난 2일 SBS 뉴스는 결혼 2주 만에 파경에 이른 탤런트 이민영씨와 이찬씨의 '진실공방'이 계속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양쪽이 각각 기자회견을 열어 책임이 상대방에게 있다고 주장했다는 것입니다. 결혼한 두 연예인의 사이가 좋은가, 나쁜가, 또는 파경의 책임이 어느 쪽에 있는가 하는 다툼은 8시뉴스가 다룰 만한 주제가 아닙니다. 8시뉴스가 다룬다면 그것은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고발의 필요성 때문이어야 합니다. 가정폭력이 연예인과 같은 유명 인들의 가정에서 일어났다면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겠지만, 초점은 역시 가정폭력이어야 합니다. 왜 폭행했는가 보다 폭행이 있었는가를 추적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러나 뉴스는 눈에 피멍이 들고 코뼈가 부러져서 입원해 있는 부인의 주장과 뺨을 7-8차례 때리는 싸움은 있었지만, 폭행은 없었다는 남편의 주장만을 소개하고, 이를 진실공방이라고 몰아갔습니다. 뉴스는 뺨을 몇 번 맞은 것밖에 없다면 코뼈는 왜 부러졌으며, 눈의 피멍은 왜 들었는가 하는, 누구나 갖게 되는 의문에 눈을 돌렸어야 합니다.

여기서 뉴스 제작자에게 묻고 싶습니다. 뉴스는 이 부부 사이에 가정폭력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지기 전에는 알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참으로 그렇게 생각합니까? 이날 뉴스는 양쪽의 주장을 전했다는 점에서 사실보도이긴 하지만, 진실보도는 아닙니다. 사실을 징검다리로 삼아 진실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용기와 노력이 필요합니다.